지역언론과 시민사회단체, 역동성 회복하고
행정과 긴장감 갖는 심층 담론 형성해야 

김기수 본지 발행인

[평택시민신문] 2020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2020년은 평택시민이나 대한민국 국민뿐 아니라 인류 전체에게서도 잊지 못할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저명한 문명사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류 문명이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2020년을 시작으로 ‘코로나19’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인류는 새로운 시기에 접어든 듯하다.

중세시대의 흑사병이나 20세기 초의 스페인 독감 같은 팬데믹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최첨단 과학의 시대에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에 의해 인류 문명이 셧다운 될 정도로 무기력한 상황에 처해지는 것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한 해를 마무리할 즈음 백신개발로 팬데믹 탈출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희망은 생겼지만, 인류 문명은 전지구적인 이동성 증가와 날로 악화하는 환경 재앙 등으로 언제든 새로운 팬데믹이 유행할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과학기술 만능과 속도 전쟁, 급속한 환경 파괴 속에 지속가능성을 위협받는 인류에게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문명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20년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우울한 숙제를 던져 준 한해로 기억될 것 같다.

 

한편으로, 보통 한 해를 보내며 ‘다사다난했던’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지만, 2020년의 대한민국은 이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사건으로 점철된 한 해였다.

‘코로나19’ 위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는 와중에도 부동산 가격 폭등과 검찰개혁을 둘러싼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1년 내내 나라가 시끄러웠다. 코로나 상황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을 넘는 거대여당으로 등장했으나, 정치권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사사건건 대립하며 갈등했다. 오죽하면 교수신문이 2020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의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했을까. 남북관계는 다시 냉각기로 접어들었고, 전례 없던 태풍과 대홍수로 심각한 자연재해를 입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봉준호 감독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 4관왕 수상, BTS의 각종 빌보드 차트 정상 및 미 시사잡지 타임의 ‘올해의 연예인’ 선정, 영국 프리미어리거 손흥민의 FIFA 선정 ‘푸스카스’상 수상 소식 등 한류 스타들의 쾌거가 그나마 국민들에게 위로가 되었다.

2020년은 개혁에 대한 열망과 ‘촛불민심’에 의해 집권한 문재인 정부의 각종 개혁정책이 집권 4년 차를 맞으며 중대한 고비를 맞았던 한 해였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평가가 다르겠지만, 올 총선에서 180 의석을 얻은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역량과 문대통령의 통치역량에 대한 평가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성공의 지표 자체가 불분명한 검경수사권 분리와 ‘공수처’ 설치라는 검찰개혁 과제가 정권의 핵심 국정목표처럼 된 지금의 상황이 과연 긍정적인 흐름인지는 냉정한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코로나 위기 속 ‘아시타비(我是他非)’의 분열 정치를 극복하기 위한 동력 확보가 절실해 보이지만, 해결의 길이 멀어 보이기만 한 2020년 연말이다. 분열과 정쟁의 무대가 될 것 같은 2021년이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그렇다면 우리 평택은 어떠했을까. 평택 역시 크고 작은 현안들이 많았지만, 코로나 위기 상황과 겹치면서 지역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큰 이슈는 적었던 것같다. 정치적으론 4월 총선에서 민주당 홍기원후보가 초선 등정에 성공하고 자유한국당 유의동 후보가 3선 고지 달성에 성공한 것을 유의미하게 들 수 있겠다. 환경문제가 주요한 현안으로 대두하며 미세먼지나 폐기물소각장 관련 이슈가 부각되었고, 지제역 역세권 개발과 관련된 지제‧세교지구 도시개발사업과 고덕신도시 입주 본격화에 따른 문제점들이 크게 드러난 한 해이기도 했다. 평택지원특별법이 4년 더 연장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던 반면, 20여년 끌어온 평택항 경계분쟁 대법원 판결은 아쉽게도 해를 넘기게 되었고, 쌍용차가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올 한 해 평택사회는 이처럼 이렇다 할 큰 갈등과 이슈 없이 보낸 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러나 과연 큰 이슈가 적다는 것이 지역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 긴장감 있는 큰 이슈가 등장하지 않았는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우선, 인구가 50만 명을 넘어가며 지역별, 영역별, 사안별 현안이 부각되면서 평택시 전체를 포괄하고 지역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큰 쟁점이 형성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정치권과 행정을 감시‧견제해야 할 대다수의 시민사회단체가 소위 ‘협치’와 민관 거버넌스 확대라는 메카니즘에 갇혀 비판적 안목에서 지역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평택시장이나 국회의원, 평택시 행정공무원이나 선출직 시의원이나 도의원들의 활동 치적 홍보는 넘쳐나는데 비판적 평가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본지를 포함한 지역언론 역시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쟁점이 분산된다는 것은 도시가 커지는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쟁점이 분산되는 만큼 평택이라는 이 지역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전체 방향을 점검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일들은 전보다 더 어려워진다. 그만큼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지역사회는 방향성을 상실하고 관성대로 움직일 위험은 더 커진다.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따라서 이 지역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평택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눈 크게 뜨고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무엇보다 행정과 긴장감을 갖고 심층적 담론 형성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지역언론과 시민사회단체가 더 깊어지고 예리해질 필요가 있다. 본연의 건강성과 역동성을 다시 회복할 필요가 있다.

내년은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해다. 정치세력 간의 각축이 치열해질 것이다. 지난 20여 년의 지방자치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어느 정치세력이든 지방권력을 획득한 정치세력은 지역사회에서 건전한 견제를 받을 때 시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 간다는 것이다. 역동적 지역사회 담론을 회복하고, 인구 80만 광역 대도시 평택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며 힘을 합하는 2021년 평택사회가 될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하는 새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지난 한해 부족한 평택시민신문을 애독해 주신 독자여러분과 평택시민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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