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식량난 대비하려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낼 대책 필요
법과 제도 정비하고 예산 확보해야

임흥락평택농민회 부회장

[평택시민신문] 가을이 간다. 농민에게 가을은 직장인의 월급과 같다.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그냥 스쳐만 가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벼를 베는 기계인 콤바인이 가을을 다 베어버리면 그때서야 농민은 스쳐 가는 가을을 아쉬워한다. 올해 유난히 길었던 장마로 흉년을 맞은 농민들은 멀어져가는 가을을 아쉬워하지만 그것은 우리 농업이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농민의 삶이 얼마나 더 불안정해져야 하는지 한숨 쉬며 다가오는 봄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세계 질서는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특히 감염병 확산에 따른 공포감으로 국경폐쇄 등의 이동 제한 조치가 실시되고 역대 최장의 장마 같은 이상기후나 바이오에너지 작물 재배의 확산 등으로 새로운 식량난이 대두되어 농업이 다시 전 세계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곡물 자급율이 21.7%에 불과한 식량수입국이다. 이는 주요 선진국 내에서 최하위 수준이다. 코로나19 이후 제기되는 새로운 식량난에 대비하려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낼 대책이 필요하다. 그 대책의 출발점은 법과 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다. 농업과 농촌에 대한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법과 제도가 엉뚱한 방향을 가리킨다면 모든 대책이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농업식품기본법)’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의 농업식품기본법은 많은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근로기준법과 비교해보자. 농업식품기본법 목표에서는 ‘농업인의 소득과 삶의 질을 높인다’라고 되어 있지만 이를 실현할 구체적 기준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 반면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한다’로 되어 있고 기본적 생활보장은 최저임금이나 주휴수당 등 각종 수치로 표현된 최저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현재 농업식품기본법의 구체성이 얼마나 떨어지는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또 농민의 권리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으며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해석도 낡아서 변화된 상황을 담고 있지 못하다. 기본이념 또한 문제가 제기된다. 현재 기본법 제6조에는 시장경제원리를 바탕으로 효율성을 추구하되 농업과 농촌의 공익 기능을 최대한 고려하라고 되어 있어 농업의 공공성을 부정하고 시장에 맡기는 것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제는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고 식량을 자급하는 문제는 한 나라의 주권과 같음을 명시하여 ‘식량주권 실현’이라는 개념을 기본 이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핵심적으로 개정해야 할 내용을 정리하면 농민중심의 농정으로 전환, 농업에 대한 철학과 이념을 재정립해 공공농업으로의 전환, 그리고 식량자급 목표 설정 및 이행계획서 제출 의무화를 통한 국가책임 농정으로 전환이다. 부디 전향적이고 구체적인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

농업정책은 효용성과 비교우위에 따른 
논리만으로 관리되는 수준이어서 
항상 뒷전으로 밀려왔다
국회에서의 농업예산과 
평택시 농업예산 축소도 우려되는 시점

농업정책은 농업의 경제 지표에 따른 효용성과 비교우위에 따른 논리만으로 관리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항상 뒷전으로 밀려왔다. 한때 세계 최대 쌀 생산국이었던 필리핀이 국가의 인위적인 농업 개입으로 2007~2008년 식량난에 따른 폭동이 일어났고 코로나19 이후 다시 식량난을 겪고 있다. 아랍의 밀가격 상승에 따른 국민 저항도 우리는 알고 있다. 국내에서도 매년 반복되는 농산물가격의 폭등과 폭락은 새로운 법과 제도의 강력한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무엇보다 이를 뒷받침해줄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 국회에서의 농업예산과 더불어 평택시의 농업예산 축소가 우려되는 시점이다.

올해 유례없는 흉년은 농민만이 아니라 국민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낡은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농업예산 확보를 통해 농민과 시민의 삶에 작은 위안이라도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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