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전민수
지역아동센터 평택시협의회장

아동은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가진 주체
지방분권화에 맞는 맞춤형 지원센터 고민 필요

중앙정부 중심 분절된 전달돌봄 체계가 아닌 
지역 중심의 단일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지난 9월 14일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한 빌라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보호자가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일어난 화재로 10살과 8살 난 초등학생 형제가 크게 다친 것이다. 이 화제로 형제는 의식불명인 채 3주 넘게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5일 의식을 찾아 현재 일반 병실로 옮겨진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 형제에게 일어난 사고가 반복되지 않으리라 장담하기 어렵다. 다음 세대를 책임져야 할 아동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와 전달체계를 보완하지 않는다면, 현재 시행되는 아동돌봄의 내용을 살피고 보완하며 더 적극적인 지원 방식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아동을 위한 복지 서비스는 방과후 시스템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는 곧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가진 아동을 위한 복지나 서비스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동복지법 제4조 3항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없을 때에는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치하며,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하여 보호할 경우에는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라면을 끓이려다 사고를 당한 형제의 사례를 보면 어머니가 아동학대 등의 혐의를 받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지난 5월 어머니가 경제적 형편상 방임의 우려가 있다며 인천가정법원에 어머니와 아이들을 격리해달라는 보호명령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분리 조치 대신 보호자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동이 처한 위급한 상황보다는 ‘원가정 우선보호’가 아동보호의 법적 한계였다.

또 해당 지자체의 아동돌봄은 보호자가 신청해야만 제공됐기에 형제는 학교의 돌봄교실, 지역아동센터 등의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원격 비대면 수업, 등교 인원 제한 등 아동들이 처한 환경은 크게 변화했다. 이 상황에서 긴급돌봄을 제공하는 지역아동센터 한 곳에 적게는 두세 명에서 열 명에 이르는 아동이 매일 이용한다. 많은 아동이 안정되지 않은 삶을 살고 있고, 이런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아동 또한 적지 않다.

코로나19로 심화된 아동돌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개선방안은 진정 없는가?

우리나라에서는 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교육부가 6개의 아동돌봄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사업이 6개나 되는데 사고 및 학대는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이쯤 되면 기존 방식에 대한 제고나 점검이 필요할 듯도 하건만 옥상옥으로 계속 유사한 센터를 만든다. 그나마도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개점 휴업상태다.

이제는 지방분권화에 맞는 맞춤형 지원센터를 고민하라고 제안하고 싶다. 지역 중심의 긴급돌봄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대안이라는 뜻이다.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려면 중앙정부 중심의 분절된 전달돌봄 체계가 아닌 지역 중심의 단일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비대면 방식의 일상화에 맞춰 기초단체 중심으로 서비스를 다각화·다양화하고 문제 발생에 적절히 대처할 예산을 지원함으로써 아동돌봄의 사각지대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시급하다. 마침 평택시가 아동친화도시를 추진 중이다. 최소한 평택의 아동은 평택시에서 책임지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해석하고 싶다.

지자체 아동전문기관에 등록되면 정부 시스템에서 제외되어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맹점도 없앨 필요가 있다. 부처 간 연계, 아동의 사례관리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아동에게 통합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온종일 돌봄을 실현하려면 모두의 아이를 위한 국가의 보편돌봄 서비스 시행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과 아동복지법에서는 모든 아동은 동등하다. 아동은 어떠한 경우라도 차등되거나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 아동을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가진 주체로 인식하고 이들의 평등권·발달권·보호권을 지켜주기 위해 보편적 돌봄복지를 최우선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절실하다.

현재 인천의 형제에게 모재단의 지정 기탁과 민간·학교 등의 모금으로 약 2억원의 성금이 모인 상태라 한다.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행태는 아동청소년 보호에 있어서 책임을 회피하기 좋은 ‘미담으로 사고 덮기’일 뿐이다. 구조적인 문제와 제도를 보완하지 않고는 계속해서 유사한 사건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보호자 없이 라면을 끓이려 불을 켜는 아이들을 도대체 누가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할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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