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전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고앤두인터내셔널 회장
몽골 국립생명과학대 초빙교수

[평택시민신문] '바람이 머물다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로 시작하는 동요 '노을'은 누구나 어렸을 때 불러보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택시민중󰡐노을󰡑의 발상지가 바로 원평동 군문교에서 서해방면으로 지는 노을을 보고 만들어진 노래로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평택시에서는 지난달 동요󰡐노을󰡑의 발상지인 군문교 주변 안성천 고수부지 약 30만㎡ 에 213억원의 예산을 들여 2023년까지 ‘노을시민유원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유원지에는 아쿠아필드(수영장, 편의시설), 캠핑필드(오토, 카라반 캠핑장), 스포츠필드(축구장, 야구장, 파크골프), 선셋필드(산책로, 포토존), 프로그램필드(축제장, 분수, 리버마켓)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평택시의 숙원사업이기도 했던 노을 테마파크 시민유원지가 평택시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안성천 군문교 주변에 만들어진다는 것을 환영한다. 그러나 걱정이 앞서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억새숲 군락지를 개발하여 유원지로 만든다고 하는 것은 그동안 수천 년 이어져온 자연을 훼손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평택역 인근에 거주하면서 군문교 안성천을 걷기시작한지 13년이 되었다. 군문교 주변 안성천을 걷던 어느 가을날 30만㎡로 광활하게 피어난 숲을 거닐면서 매혹에 빠지기 시작했다. 쉼터에서 만난 주민에게 감동을 담아“아 여기 갈대숲 장관이네요”하였다가 무안을 당하기도 했다. 갈대숲이 아니라 억새숲이라고. 그리고“선생님, 그동안 산보하면서 으악새 소리 들어보셨나요”라는 질문도 받았다. “네? 으악새 소리라니요. 으악새의 울음소리 말하는 것인가요?”그때까지 나는 으악새란 의미가 억새가 바람에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라는 것을 몰랐다. 그 후 산보를 할 때마다 으악새 소리를 듣기위해 집중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들리지 않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2년여 전 초겨울 강풍이 불던 어느 날 억새숲에서 으악, 으아악 다양한 으악새 합주곡이 들리기 시작했다. 몇 년 전 산보길에서 만난 분이 하던 말씀이 생각났다.“억새가 울부짖는 으악새 소리는 억새를 사랑하고 관심을 주는 사람에게만 들린다고”.

억새숲 군락지를 개발해 유원지로 만든다는 것은
수천 년 이어져온 자연을 훼손하는 결과 될 수 있다

결론을 얘기하자. 평택시에서 군문교 주변 30만㎡에 노을유원지를 조성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단 하나 부탁하고 싶은 사항. 반드시 자연친화적인 노을 시민유원지를 조성해 달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도시개발 조성사업은 예산확보, 타당성조사, 설계, 공청회, 업자선정, 공사로 이어진다. 일단 설계가 완성되고 업자가 선정되면 그때부터 업자들은 자연훼손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다. 노을 시민유원지를 조성하는데 일차적으로 다음 세 가지를 제언한다.

첫째는 갈대와 갯벌이 만든 생명의 보고 순천만 습지를 잘 벤치마킹해서 노을 시민유원지를 설계해 보라는 점이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의 관광객이 습지와 갈대를 보기 위해 왜 순천만 습지를 찾는지 연구해 보라는 것이다. 둘째는 사업설계 추진과정에서 형식적인 공청회를 1회로 한정 주민의견을 경청하지 말라는 점이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처음 설계단계부터 지역토박이와 전문가들의 다양한 목소리, 군문교 주변에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동식물에 대한 의견을 잘 듣고 설계에 반영해 달라는 것이다. 셋째는 동요 노을의 상징탑, 일제강점기 평택주민이었던 자전차왕 엄복동(1892-1951) 기념탑과 섶길과의 연계성을 상징하는 종합적인 기념탑도 함께 조성되면 좋겠다. 평택시에서 노을시민유원지를 조성한다고 발표한 지 몇 일후 군문교 억새숲을 걷고 있었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고 있던 나의 오랜 친구 맹꽁이가 말을 걸어왔다.“오랜만이야! 평택시에서 군문교 주변을 3년여에 걸쳐 시민유원지를 조성한다면서?”“어떻게 알았니”“벌써 많은 사람들이 산보하면서 얘기하던데...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여기 시민유원지 사업을 담당하는 분한테 우리 의견도 꼭 듣고 정책에 반영해 달라고 전해줘!”“알았어, 평택시 담당부서에 꼭 전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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