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경제생활 원하는 여성유권자의 목소리를 듣다

최근 새로운 정치 세력이자 주체로서의 여성이 부각되고 있다. 한국 사회를 강타한 페미니즘 열풍 속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 역시 두드러지는 추세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적지 않은 여성 후보가 전국에서 여성을 대표해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여성’을 정치적으로 한 단어로 묶거나 정의하기란 어렵다. 여성은 계층, 연령, 학력, 거주지, 경제력 등 다양한 배경만큼이나 생각하는 바와 원하는 바가 다양하다. <평택시민신문>은 다양한 배경의 평택지역 여성들을 만나 이번 총선에 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정리 김윤영·안노연·이재웅 기자

[평택시민신문] 

 

“작은 정치가는 다음 선거를 준비하지만 큰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준비”

박현미씨

박현미씨(52)는 정의당 당원으로 활동할 정도로 평소에도 정치에 대해 관심이 많다. 항상 인터넷을 통해 정치적 상황과 활동을 살피고, 주변사람들과도 활발히 소통한다.

평택 정치에 대해서는 “원숙미 노련미도 중요하지만 실망한 후보들이 계속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자괴감이 든다”며 “평택에 사람이 없구나,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 키워낼 수 있는 시스템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작은 정치가는 다음 선거를 준비하지만 큰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준비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소외된 계층에 진정으로 애정이 있고, 공부 좀 많이 하고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후보를 원한다”고 말했다. 

 

 

“육아휴직 당당하게 쓰는 사회 됐으면”

정미현씨

정미현(40) 씨는 지난 1월부터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이 됐다. 두 아이를 양육하며 직장생활을 10여 년 해왔지만 지난해 육아휴직을 하고 올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그만뒀기 때문이다.

정씨는 “공기업이나 대기업은 출산·육아휴직 후 복직이 보장되지만 근로자 수가 적은 중소기업에서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보내는 동료 직원들도 일이 많아져서 힘들고, 대체인력을 채용한다 해도 그 사람이 일을 잘할 경우 복귀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일과 육아’를 양립하기는 매우 어렵다. 대부분 기업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제도를 알고는 있지만 그 활용도는 미미하다. 지난해 11월 26일 발표된 통계청 자료를 보면 기혼 여성 5명 중 1명은 결혼과 출산, 육아 등으로 직장을 포기한 경단녀였다.

정씨는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도 “대기업에 다니는 여성이든 중소기업에 다니는 여성이든 누구나 출산·육아휴직을 당당하게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아이가 태어나 3년까지는 엄마의 돌봄이 꼭 필요한 시기입니다. 듣기로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근무하는 분들은 유급으로 1년 육아휴직을 쓴 후 무급으로 2년 연장이 가능하대요. 누구는 1년 육아휴직을 하면 권고사직을 해야 하는데, 솔직히 부럽죠.”

그러면서 정씨는 “권고사직을 각오하고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사회가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라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정치권에서 한 발 한 발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씨는 실업급여를 받을 때 지원되는 취업지원교육에 대해서 ‘정말 들을 게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평택고용센터에서 제공하는 구직자훈련강좌는 한글·엑셀 같은 컴퓨터자격증, 간호조무사, 미용사, 요양보호사 등으로 이뤄졌다.

정씨는 “현재 제공되는 강좌는 직장생활을 어느 정도 한 경단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어렵다”며 “일할 때 도움이 되는 중급 이상의 수준을 갖춘 강좌가 있었으면 좋겠고, 지역적 한계가 있다면 인터넷강의 등으로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날로 오르는 세금 낮춰줄 후보 원해”

이선희씨

올해로 아파트 청소노동자로 근무한 지 6년째인 이선희(63) 씨는 최근 코로나19로 더 바빠졌다. 청소와 소독 등을 하루에도 여러 차례 해야 해 동료들과 밥을 같이 먹을 시간도 먹을 정도다. 그래선지 삶이 더 팍팍해진 듯하다고 한다.

이 씨는 “근무하면서 더 바랄 것은 없지만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며 “일상에서 지출하는 세탁소 수선비, 교통비 등을 보면 물가도 덩달아 오른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선지 회식도 없어지고 명절 떡값(특별수당)이 사라져 아쉽다”고 덧붙였다.

최근 많이 오른 세금에서도 불만이 크다. 이 씨는 “열심히 일해서 재산을 모으는 재미로 살아왔는데 최근 세금이 많이 올라 사는 낙이 없다”며 “취득세·소득세·증여세 등을 예전 수준으로 낮췄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특히 정부의 복지 지출이 늘어나 조세 부담만 커져 이대로는 열심히 살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며 취약계층 부정수급자를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변에서 취약계층에게 지원하는 돈을 부정하는 타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봅니다. 일하지 않고 공으로 세금을 축내는 사람들은 그대로 두고 열심히 일해 재산을 모은 사람들에게만 세금을 거둬가는 것은 말이 안 되죠. 불공평하고 세금을 낭비하는 겁니다.”

이 씨는 그간 꼬박꼬박 내오던 적십자회비도 최근에는 끊게 됐다며 다음 총선에서는 복지와 증세를 주장하는 후보는 뽑고 싶지 않다고 단언했다.

“이번 총선에서 복지정책을 철저히 관리하고 세금을 낮춰줄 후보를 찍을 생각입니다.”

 

“장애인·사회복지, 행동으로 보여주는 후보 찍을 것”

김인숙씨

김인숙(62)씨는 평소 남편과의 대화를 통해 정치적 소통을 한다고 했다. “그런데 지지하는 정당도 다르고, 생각도 달라서 때로는 다투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한국 정치에는 관심이 없지만 한국방송통신대학에서 교육학을 공부한 까닭에 한국 교육과 학교 정책에서 올바르지 못한 것을 많이 발견하기도 한다. 근래들어서는 하루 3시간 치매보호사로 활동하면서 사회복지 현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김인숙씨는 “페이도 적고, 사회적 인식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수요자 가족들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며 “여성입장에서도 장애인, 사회복지가 중요한만큼 이를 구체적 행동으로 보여주는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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