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복남 정책위원장
경기민예총 평택지

[평택시민신문] 평택시는 지난 2008년 <평택시 문화예술진흥 중장기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일찍부터 문화재단을 통해 지역문화예술의 진흥을 도모하고 그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12년이 지난 2020년 4월에야 비로소 평택문화재단을 출범시킬 수 있게 되었다.

사회단체보조금이라는 관 주도의 시혜적 행정용어를 접할 때마다 위화감을 느껴온 필자는 평택문화재단 출범 소식이 반갑고, 기대된다. 그동안 관 주도의 문화예술행정은 문화예술단체와 문화예술진흥기금을 ‘사회단체’와 ‘보조금’등의 권위적 용어 아래 관리해 왔으며, 문화예술가들뿐만 아니라 평택시민의 문화적 요구까지 위축시켜온 부분이 없지 않았다. 문화재단의 출범은 이 틀을 벗어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실제로 출범(出帆)은 단순히 배가 항구를 떠난다는 사실적인 의미 외에도 ‘어떤 단체가 새로 조직되어 일을 시작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일컫는다. 필자는 이 출항을 앞둔 문화재단이라는 배가 순항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하지만, 평택의 문화예술을 구석구석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우려 섞인 질문은 그 종착지를 알 수 없을 지경이다.

그동안 지역의 축적된 문화예술역량이 있기는 한가? 지원만 받고 행사와 운영에 파행을 겪어도 책임을 묻지 않는 지원문화는 개선될 수 있을까? 새로운 상상력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여기저기에서 모방해 온 축제와 일회성 행사 위주의 행사대행기관이 만들어 준 것을 열심히 가져다 써온 관행은 사라질 수 있을까? 지원만 있고 평가는 없는 낡은 문화 행정은? 향토사는 있어도 문화사는 없는 전도된 상황은? 타율적 지원 구조에 안주해온 기득권 문화예술단체의 밥그릇 투정이라는 격랑을 헤쳐나갈 유능한 사공들은 마련되어 있는가?

평택문화재단이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민 생활문화의 진흥과 활성화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경제학이 ‘밥그릇의 크기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라면, 문화는 그 밥그릇에 담기는 ‘자유로운 상상의 내용물’이다. 그런 만큼 그릇에 담길 재료는 어떤 것이라도 다 올려져야 하며, 그 출발점은 시민의 다양한 생활문화 자체가 아닐 수 없다. 일찍이 2005년에 제정된 문화헌장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시민의 다양한 활동이 자유롭게 전개되어야 한다”라는 문구가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두 번째는 문화예술진흥 지원을 받는 행사에 대한 현장 참여와 사업평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세 번째는 자생적 지역 문화기획가들과 협력해서 문화도시 평택을 만들어 가야 한다. 자생적 지역 문화기획가들은 평택이 곧 삶터이기에 누구보다도 평택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의 가치에 있어서도 ‘평택의 것’을 구현해낼 수 있다. 외부 행사대행회사가 기획한 문화사업은 어떤 식으로든 이벤트일 뿐 시민들이 지역에 터 잡고 살아오면서 축적한 고유한 삶의 경험과 정서를 담을 수 없다.

넷째는 문화예술진흥 지원 구조에 속한 단체에는 한없이 너그럽고, 배제된 단체에게는 무관심한 관행을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흑백논리, 혹은 진영논리와 다를 바 없는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만약 난파를 면할 수 있다면 바다가 거칠수록 항해는 더 유쾌하다”는 르네 파스칼의 말이 있다. 이제 첫 출항을 하는 평택문화재단의 환경은 거친 바다와 같다. 난관이 있겠지만 이를 잘 극복만 한다면 평택시민에게 더 유익하고 즐거운 항해를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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