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돌봄교실 처럼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시민 인식 개선해야”

[평택시민신문] 지역아동센터는 1970~80년대 '공부방'에서 출발한 민간 아동복지시설로 지난 2004년 법제화돼 국고보조금 등 정부지원을 받고 있다. 현재 평택시 지역아동센터는 34개소로 이용 아동 수는 약 1000여명에 이른다.

지역아동센터는 신설 당시 모든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나 언제부터인가 ‘못사는 아이들이 다니는 시설’로 인식돼 왔다. 2009년 지역아동센터 사업안내(지침)에 ‘이용 아동 선정기준’이 신설돼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만 센터 이용 자격이 주어지면서 빈곤층 복지시설이라는 차별과 낙인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평택 최초의 지역아동센터인 ‘평택지역아동센터’를 21년째 운영하고 있는 최성진(50)‧한상미(47) 센터장 부부는 지역아동센터 이용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고, 돌봄이 필요한 아동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차별적 이미지와 이용 아동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역아동센터가 앞으로도 더 많은 역할하기 위해 선별적인 대상이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최성진‧한상미 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작은 교회의 공부방에서 평택 최초의 지역아동센터로
1998년도 덕동산에서 조그마한 교회를 섬기고 있을 때, 우연히 마을의 아이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지하 3층에 있던 작은 교회에 동네 아이들이 놀러 왔고, 친구들을 데리고 와도 되냐고 물어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자연스레 아이들이 교회로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놀고 먹고 공부도 하다 보니 소위 공부방이라고 하는 것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돌이켜보면 IMF 경제위기로 거리의 아이들이 넘쳐나던 때이고, 쌍용차 사태로 인해 실직한 가정의 아이들이 갈 곳이 필요하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가정에서 방임‧방치되던 아이들과 거리의 아이들, 밥과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아동복지를 실천하는 공부방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현재 저희 평택지역이동센터는 29명의 지역아동이 이용하고 있으며, 1998년에 설립돼 2005년에 아동복지기관으로 정식 신고하고, 지금까지 운영 중입니다. 평택지역아동센터는 지역사회와 더불어 아동, 청소년, 보호자의 자활‧자립을 지원하는 아동복지기관입니다.

아동‧청소년의 건전한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기 위해 교육서비스, 문화서비스, 복지 및 장학서비스, 가족복지사업, 지역사회연계사업, 심리․정서지원사업 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서는 것이 최우선 과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항상 마지막에는 아이들의 자활 자립이 문제가 됐습니다.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아이들, 일탈로 인해서 꿈이 좌절되는 아이들, 마음에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자리매김하고 사회적, 경제적으로 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자립이라고 하는 개념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홀로 서기하는 과정, 사회적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과정, 스스로의 꿈과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이 모두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배움의 과정을 온전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학교를 찾아다니고 아이들의 마음을 되잡을 때까지 밤을 세워 이야기하고, 지역사회의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많은 분들과 연계도 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두 형제의 경우, 중학교를 졸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수업일수를 채워 졸업도 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해 기술도 익혀 형은 기술자로, 동생은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는 사장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중학교 때의 방황을 이겨내고 나름의 길을 찾아가서 자기 자리를 잡은 결과입니다.

소득에 따른 지역아동센터 이용제한 없애야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동들은 지역아동센터 이용아동 선정기준에 적용을 받습니다.

현행 복지부 규정상 이용대상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및 부모의 경제적 사정으로 방과 후에 보호를 받지 못한 아동, 한부모‧조손‧다문화 가정의 아동 등 취약계층 아동으로 규정돼 있어 지역아동센터가 ‘어려운 형편의 아동이 다니는 곳’이라는 현재의 이미지로 굳어지게 됐고 이로 인해 지역아동센터는 가난한 아이들이 이용하는 곳이라는 낙인감을 갖게 되었고, 보호자들도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데 선입견이 있습니다.

이는 아동의 차별받지 아니할 권리를 규정한 아동복지법에도 위배됩니다. 평택시가 이용아동 선정기준을 폐기하고 지역사회 모든 아동이 이용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현재 지역아동센터는 사회복지기관 중 유일하게 인건비가 지원되지 않는 기관입니다. 국고보조금으로 지원되는 운영비 중 90%를 사회복지사 인건비로 쓰는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최저임금의 상승, 4대보험료 증가로 지역아동센터 예산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센터의 월세 또한 후원금 중 지정후원금으로만 지출이 가능합니다. 비지정 후원금으로도 지출이 가능하지만 비율이 제한돼 있습니다. 대부분의 후원금은 비지정 후원금이기 때문에 월세 부분은 바자회 등 수익사업을 통해 근근히 버텨가고 있습니다. 월세 부담이 기관을 운영함에 있어 공간의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늘 큰 짐이 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직까지도 시민들은 지역아동센터에 대해서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역아동센터가 무엇을 하는 곳이고,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평택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개선, 사회복지사의 처우 개선, 지역아동센터 홍보를 통해 마을과 함께하는 지역아동센터,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지역아동센터로 변화하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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