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렬 의장님 영전에 부쳐

[평택시민신문] 지난 7일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 의장이 향년 81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고 오종렬 의장은 1938년 전남 광산군(광주 광산구)에서 태어나 20여 년 동안 교단에 몸을 담다 5·18 민주화운동을 목격하고 사회 운동에 투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87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전신인 전국교사협의회 활동에 참여했으며 효순·미선 사건 범국민대책위 FTA 반대 범국본,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범대위 등 여러 투쟁 현장에 앞장 서 왔다. 민족통일장으로 치러진 고 오 의장의 장례식은 10일 오전 9시부터 시청 광장과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됐다. <평택시민신문>은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고문이 고 오종렬 의장을 기리며 쓴 추도시를 공유한다.

 

개마고원에 서고 싶습니다

오종렬 의장님 영전에 부쳐

한도숙
전국농민회 총연맹 고문

의장님!

귀 좀 빌려요

저는 말입니다 요즘 들어 꿈이 하나 생겼단 말입니다

꿈이라는 것이 점점 자라나서 현실에서도 

그리되리란 확신이 선단 말입니다

그 꿈이라는 것이 개마고원에 서고 싶다는 것이어요

개마고원에서 서서 몰아치는 바람 속에 들려오는 

처절한 백두산 호랭이의 울부짖음을 가만히 

들어보는 것입니다

조선의 역사가 그 포효로 시작했고 

또 조선의 역사가 그 포효로 세계를 진동하지 않았습니까

백두에서 솟구치는 구름으로 

만주벌판에 붉은 흙탕물을 일으키며 

우러릉탕탕 삼족오의 날개짓으로 만들어낸 차갑게 명징한 

그 바람소리를 가만히 들어보고 싶단 말입니다

빼앗기고 찢기고 피 흘린 강토

배고프고 힘들고 아프고 쓰린 저 간난의 역사가 

태고의 바람소리에 묻혀 나올 듯합니다

자주와 평화, 통일의 노랫소리가 

바람소리 속에서 어렴 풋 들릴 거에요

그 바람 소릴 하루빨리 듣고 싶은 겁니다

 

세계의 눈이 봄이 오는 판문점으로 쏠렸었습니다

오른손과 왼손이 하나의 손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백두대간의 막혔던 혈류가 풀리고 

60년 체증이 가라 앉아

비로소 산맥들이 꿈틀거렸습니다

거부하지 못할

거부할 수 없는 하나의 연속선으로 

꽃이 만발합니다

당신의 해원인가요

하늘엔 비까지 내리는군요

그러나 그러나

싱가폴에서 환호의 맹약을 

하노이에서 미제는 부셔진 돌덩이처럼 던져버렸습니다

 

의장님!

아시죠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알 놓고 

그 안에든 알을 밀쳐 자신만 살아남는

우리가 꼭 그렇잖아요

우리민중이 미제의 탁란으로

쑥대밭으로 떨어져 가는 것을 

그래서 그것이 당신의 눈앞에 떨어진 딱새새끼의 

죽어가는 모습에

의장님 용납하실 수 없어 

학동들과의 아기자기한 삶마저 마다하시고 

미제의 침탈에 온몸으로 저항하신 거잖아요

그러나 이제 의장님은 영어의 몸입니다

이제 막 통일학교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려는데 

통일농사 한번 멋들어지게 지어보려는데 

진보연대 총회의장의 쿨쿨한 목소리로

자! 가자! 북으로 

제대로 외쳐보고 가셔야지요. 

영어의 몸이라니

 

의장님!

어서 일어나세요

북의 김정은 위원장과 미제 트럼프에게 

싱가폴 선언을 이행하라고 종주먹을 쥐세요

한반도의 운명이 세계의 운명이 되었잖아요

한마디 하십시요

미국이, 중국이, 일본이 

우리에게 평화와 통일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지 말라고

이제 내친걸음 

삼팔선으로 가자고

남북에 8천만개의 도보다리를 만들러 가자고

이 땅 통일농사의 날을 당기러 가자

이 땅 자주와 평화, 통일의 길로 삼팔선으로 가자

그리하여 개마고원의 명징한 바람 앞에 막걸리를 나눠 마시자고 소리쳐 주세요

의장님 손잡고 개마고원에 서고 싶습니다

 

의장님 부디 영원히 평안하세요.

2019 12월8일 오종렬 의장님 가시는 길에 한도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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