섶길과 나의 만남 (32)

박경순
평택섶길 추진위원

[평택시민신문] 도서관이 달라졌다. 지식이나 정보를 담은 책을 빌려 보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을 접목하여 동네 주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산동 초록 도서관 (양지영 주무관)에서는 길 위의 인문학이란 주제를 정해 놓고 3주에 걸쳐 걷기에 대한 전반적인 과정을 진행했다. 윤문기 (걷기 여행 작가, 한국걷기 동호회 연합 사무국장) 강사의 강의를 시작으로 섶길 코스 중 명상길을 걷는 것으로 마무리 하였다.

윤문기 강사는 우리는 왜 걷는가, 걷기 여행길의 적정성, 걷기 여행의 역사, 트렌드가 된 걷기 여행 이라는 단계로 걷기에 대해 정확한 분석과 통계, 학설 등을 들어가며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하였다.

우리의 몸은 걸을 때 세로토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기분도 좋아지고 신체적으로 건강해진다고 한다. 또한 길을 걷는다는 것은 주변의 경관, 역사, 음식, 주민, 건축, 관광, 생태 등 모든 연결 고리로 묶여 있는 현장에서 체득하는 게 많아 걷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했다. 걷기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 자신이 살고 있는 골목을 천천히 살펴보며 걷는 마이크로 행복 산책을 소개하며 요즘 유행어처럼 번지는 소확행에 대해 경험해 볼 것을 권장했다.

윤 강사도 한때 불면증으로 약을 복용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걷기를 통하여 스트레스도 풀고 걷기 명상이라는 경지까지 도달하여 일체의 약을 끊는 쾌거를 불러왔다고 체험담을 털어 놓았다.

한도숙 위원이 섶길 코스에서 평택지역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둘째 주에는 한도숙(농민, 시인) 섶길 위원이 평택 섶길 코스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함께 그 코스별 지역의 특성과 유래, 역사에 대해 열강하였다.

한 도숙 위원은 평택에 대한 지식이 해박할 뿐만 아니라 애향심도 남달라 설명을 시작하자 삼국시대 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멈출 줄 모르는 명강의를 펼쳤다. 나는 한 위원님의 강의 시간을 쪼개어 그동안 찍은 섶길의 경관과 섶길을 걷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사진을 보기에 앞서 길에 대한 시 3편을 소개하며 마음의 길을 여는 시간을 가졌다.

명상길 걷기 여행 작은 음악회

셋째 주에는 실제로 명상길을 걸어 보고 길 위의 작은 음악회를 펼치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였다. 명상길은 심복사의 주지로 계셨던 스님이 자주 걷던 길인데 걸으며 명상하기에 좋다는 의견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원신왕리 노인회관에서부터 시작되는 명상길은 들길, 마을길, 산길, 물길등 다양한 길을 걸을 수 있고 길이도 5키로 정도로 초보자들도 부담없이 걸을 수 있다. 주말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로 참여하여 어린이들이 아빠, 엄마와 도란도란 걷는 모습이 정겨웠다.

흑인 자매가 눈에 띄기도 하였는데, 언니는 노래를 참 잘했다.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명상길을 완주하고 장모사랑이라는 카페 겸 음식점 주변에 삼삼오오 앉아 미리 준비해 온 음식을 먹는 모습들이 마치 소풍 나온 분위기를 연상하게 하였다. 한 켠에 마련된 무대에는 5인으로 이루어진 통기타 보컬이 서정이 담뿍 담긴 가요를 부르며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명상길 걷기 여행_작은음악회

책 속에서 걸어 나와 풍경을 읽고 느끼고 감상하는 시간들을 제공해 주는 도서관의 변화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한때는 종이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 도서관이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했던 거 같다. 시대에 맞게 동네 사람들의 문화,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도서관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이름도 예쁜 초록 도서관과 함께 보낸 3주간은 내게 이웃들과 함께 하는 보람과 가치를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걷기를 통하여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삶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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