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진
평택환경행동 회원

[평택시민신문] 지난 11월 6일(수) 평택시민 21명이 울산을 찾았다. 평택시민환경연대의 주최로 민‧관이 함께 태화강과 수소경제 관련 시설을 견학했다. 울산을 찾은 이유는 산업 도시로서 한국 경제의 심장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평택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 115만 광역시로 성장한 울산은 2035년 90만 인구를 바라보는 평택에게는 이정표가 되어 준다.

지금 평택처럼 50만 정도의 인구 규모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울산의 1980년대 초반이다. 당시 울산에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공해병인 ‘온산병’이 돌았다. 몸이 쑤시기 시작하더니 전신마비 증상이 오면서 주민들은 이주해야만 했다. 생계수단인 농작물과 양식어장 피해까지 덮쳤다.

평택이 2025년에 목표하고 있는 80만 정도의 인구 규모는 울산이 1990년대에 겪은 것이다. 이 때 울산의 젖줄 태화강에서는 썩은 내가 나고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 당시 태화강은 정수 작업을 아무리 해도 공업용으로밖에 쓸 수 없는 최악 6등급의 물이었다. 물론 반드시 평택이 이와 비슷한 길을 걷는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산업 시설이 밀집해 있는 평택으로서는 이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진위천과 안성천이 흘러 바다로 빠져나가고, 통복천‧서정리천 등이 도심을 관통하는 것은 울산 태화강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태화강 살리기’는 2002년 당시 새로 당선된 시장이 가장 중요하게 다룬 현안이었다. 폐수처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했고, 오염물질을 제거해 나가는 등 행정력을 강력하게 동원했다. 울산시는 시민들의 관심과 역량을 모으는데도 집중했다. 아파트 건립 계획이 있었던 태화강변의 숲을 보존하자는 ‘태화들 1평 사기 운동’은 범시민적으로 이뤄졌다. 울산 소재 기업들도 태화강 하천정화 봉사에 동참했다.

불과 10여년 만인 2014년, 6등급 강이었던 태화강에는 1등급에서만 산다는 연어와 은어가 돌아왔다. 수달과 재첩이 서식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시민들이 함께 지켜낸 숲은 한국 최대의 백로 서식지가 되었다. 이런 도시에 ‘온산병’은 잊혀진 과거일 뿐이다. 투여해야만 했던 예산이 막대해 반대도 있었다. 그러나 환경 친화적인 도시가 되기 위한 비용은 미래를 위한 투자였음이 후에 자연스레 드러났다. 태화강은 올 7월 ‘제2호 국가정원’이 되어 매년 30~40억 국비를 지원받게 되었고, 태화강 등을 둘러보는 울산 관광객 수는 지난해 370만명에서 내년에는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울산발전연구원은 태화강으로 인해 2023년까지 5500억의 생산 유발 효과와 58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울산이 놀라운 것은 이런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바라본다는 점이다. 울산은 올해 2월 ‘2030 세계 최고 수소도시 비전’을 선포했고, ‘수소 시범도시’와 ‘수소그린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의 12월 선정을 위해 전진하고 있다. 이미 천대 넘는 수소차를 보유한 울산에는 올 연말까지 수소충전소만 7개가 세워진다. 차량 대수와 충전소 수 모두 국내 전체의 1/3 가량에 해당한다. 견학 당일에도 수소차 여러대가 충전받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울산은 2030년까지 수소차 6만7000대, 충전소 60곳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울산시민은 미세먼지 없는 맑은 공기에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12월 3곳이 선정될 수소 시범도시에는 울산뿐 아니라 평택도 신청을 해 둔 상태다. 시 관계자는 다른 도시들보다 늦게 경쟁에 뛰어들어 아쉽다고 말한다. 그래도 평택은 수소생산의 기초가 되는 LNG기지를 보유하고 있고 수도권 전역으로의 수소 공급이 용이한 장점이 있어 기대를 가져 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민의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다. 태화강과 수소경제 등을 통해 울산시가 환경오염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환경 친화적인 도시가 된 데에는 높은 시민의식이 한몫을 했다. 늘어나는 인구에 발맞춰 ‘명품 도시’로 가기 위한 평택시민의 인식 제고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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