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균 영어해설사
평택시문화관광해설사회 

[평택시민신문]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 절집에 오셨습니다. 언제든지 오셔서 마음을 풀어 놓으세요. 여기는 포승읍 원정리 천년 절집 수도사예요. 신라 때부터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니, 천년을 훨씬 넘어, 무너지고 부서지고 불타고 다시 세워지길 반복하여 지금 이 모습으로 당당히 서 있습니다.

본전에는 잘생긴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셨고, 지장전이 있어 영혼을 달래줍니다. 특히 세상사 기도처로 관세음보살님을 앞마당에 잘 모셨습니다. 아마 머지않아 최고의 효험 있는 기도처로 떠오를 거예요. 본전 뒤로 보이는 철조망 너머가 해군 2함대예요. 내려가면 바다가 바로인데 못가죠. 2함대가 주둔하는 바람에 수도사가 이리로 왔고 바다를 직접 보지 못해 애석합니다.

뭔가를 간절히 이루어 내고자하는 마음을 원력(願力)이라 하는데, 수도사 주지 적문스님은 원력이 크신 분이에요. 수도사를 사찰음식을 체험하는 절집으로 만드셨지요. 당일, 1박 2일, 한주 내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재료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찰음식 전문가이신 적문스님 덕분에 맛깔 나는 절밥을 만들고 먹어볼 수 있습니다. 미리 신청하시면 됩니다.

절은 멀찍이 떨어져서 보면 느낌이 다릅니다. 마음을 포근하게 녹여줘요. 그렇게 보실 수 있도록 둘레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적당한 높낮이가 있어 가는 곳마다 색다른 수도사의 진면목을 보실 거예요. 스님의 진짜 원력은 이제부터입니다. 원효를 품에 안으셨어요. 해골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으셨다는 이야기는 천년을 넘게 흘러 다녔죠. 그런데도 그곳이 어딘지 모른다고? 내가 찾아내겠다. 그 후 무려 10년이 넘게 고군분투하시며, 단국대 매장문화연구소에 학술조사를 요청하고, 논문을 냈고, 각종 학술용역과 사료의 검증으로 정부와 조계종으로부터 원효대사 오도성지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평택시의 도움으로 2017년 4월21일 평택 원효대사 깨달음 체험관이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대단하죠? 멀티미디어 전시실, 토굴체험실, 회랑, 안마당 사랑마당, 명상좌선실, 원효대사 팔상도 등을 갖추어, 1400년 전의 원효를 여기로 모셨습니다. 곧 해골물 음수대도 만들어 오시는 분들께 원효를 더 깊이 느껴볼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자, 그러면 원효를 만나러 가보실가요?

체험관에 들어가시기 전에, 원효에 대해 조금 알고 가시는 게 좋겠죠? 올해로 태어나신 지 꼭 1400년 되셨어요. 한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스님 중 한 분으로 추앙받고 계시죠. 왜냐?

첫째, 왕과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불교를 백성들의 종교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행복하여라. 이 말이 원효의 가르침이었어요. 늘 아미타불을 불러라. 마음이 기댈 기둥이 될 터이니. 평생을 백성들이 행복해지길 갈구하며 보내셨어요.

둘째, 불교의 기틀을 단단히 만드셨지요. 무려 240여 권의 불교 서적을 쓰셨어요. 중국이 보내온 금강삼매경을 아무도 해석을 못해 왕명을 받고, 궁으로 가는 길에 소를 타고 뿔 사이에 책을 놓고 3일 만에 쓴 금강삼매경론은 중국에서 보고는 “오! 해동불이 나셨구나”하고 감탄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지금도 원효의 책을 읽고, 추종하는 사람과 절들이 많습니다.

셋째는 그의 행적과 저서들을 통하여 원효의 사상이 현세의 모두에게 크나큰 가르침이 된다는 것입니다. 무려 700여 편이 넘는 논문이 저술됐으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원효를 연구하고 있어요. 화쟁, 일심, 무애사상으로 간추려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설명하긴 어렵고 길어요.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혹 관심 있는 분들은 깊은 공부를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원효대사 깨달음체험관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처음 방은 원효의 일대기를 년도 별로 정리했습니다. 주요 사상에 대한 설명도 있고요 당나라로 가는 이동 경로도 그려져 있습니다. 천천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다음 방은 그 유명한 해골물 동굴체험관입니다. 혼자 가시면 좀 무서워요. 같이 손잡고 가보세요. “오~ 재밌게 만들었는데!” 하실 거예요. 나오시면 명상실이 있습니다. 자유롭게 사용하시면 되고요, 혹 원하시면 스님께서 직접 명상을 주도하시기도 합니다.

깨달은 사람을 부처라고 한다 했으니, 저는 개인적으로 ‘원효불깨달음체험관’이라 부릅니다. 체험관을 세운 의도는 ‘모든 분들은 행복하여라’ 입니다. 원효불께서 평생을 추구하신 것이 행복입니다. “마음밖에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을 따로 구하랴” 하셨습니다. 여기 오신 모든 분들! 원효불을 마음에 담아, 늘 힘들고 괴로울 때면 오늘 여기 오신 걸 기억하시고, 마음을 붙들어 새로운 기운으로 힘차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 외부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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