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과정 졸업 5개월 만에 고졸검정고시 합격

“더 큰 배움을 위해 계속 도전하고 싶어요” 

[평택시민신문] 25년 역사를 가진 평택지역 유일의 초중등학력인정기관이자 검정고시야학 운영기관인 평택시민아카데미 상록평생학교. 2018년 2월 이곳에서 중학과정을 졸업한 최일순(67세)씨가 5개월만인 지난 8월 고졸검정고시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졸업 인사에서 “여러분도 모두 할 수 있습니다. 분명히 해 낼 것입니다. 이제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기 위해 저의 도전은 계속될 것입니다”라며 배움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을 내비친 최일순 씨, 그녀를 만나 만학도 이야기를 들었다.

■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

최일순 씨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현덕면 권관리입니다. 7남매 중에 막내딸로 태어났고, 가정 형편이 아주 어려워서 다른 형제들은 중학교까지라도 다녔지만 저는 막내라서 중학교 진학도 힘들었어요.. 그 시절 대부분의 여성들처럼 제 때 배움의 기회를 가지지 못했죠. 시골에서 벼농사, 밭일을 하면서 정신없이 살았어요. 60년대 우리 농촌에는 늘 일손이 부족했고, 힘들게 일해야 그나마 굶지 않고 살 수 있었으니까요. 26살에 결혼하면서 오성면 안화리로 시집오게 됐고, 지금까지 아이 키우며 남편과 함께 40년 가까이 살고 있어요. 결혼하고 나서도 밭일 참 많이 했어요. 지금도 많이 하고요. 농사에는 이골이 날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자식들 키우느라 바빠서 시간을 낼 수가 없었는데 아이들 다 크고 나니 배움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더 커졌어요. 그러던 중에 십 여년 전 평택터미널 부근을 지나가다가 검정고시 학원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 때부터 언젠가 검정고시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상록평생학교 중학과정 입학 결심

‘뜻이 있으면 길이 보인다’는 말이 있잖아요. 2018년 겨울에 시내에서 우연히 1년 과정으로 중학교 정식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는 상록학교 학생모집 현수막을 봤어요. 기쁜 마음에 바로 접수해서 매주 3일씩 1년간 열심히 다녔죠. 늦게나마 학교생활을 재미있게 했습니다. 소풍에 현장학습도 다녀오고 1박 2일의 수학여행까지 좋은 추억들이 아주 많아요. 사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고등과정 시험에 응시하는게 많이 고민됐어요. 제가 잘 할 수 있을지 망설여졌거든요. 그래도 다행히 상록학교 중학과정에 다니면서 학교에서 고등 검정고시반 기초와 실력 과정을 들을 수 있게 배려해주신 덕분에 차근차근 수업을 들으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얻게 됐습니다.

■ 5개월 만에 고졸검정고시 합격한 비결

지금도 집에서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에 일하고 나서 따로 공부할 시간을 내기는 힘들었어요. 그래서 국사, 사회, 도덕, 국어 같이 합격에 중요한 과목들은 녹음해서 24시간 들었어요. 처음에는 잘 모르겠더니 반복해서 듣다보니 조금씩 알겠더라고요. 특히 국사, 사회, 도덕 같은 과목은 기출문제를 집중해서 풀어보고 해설을 되풀이 해서 들었어요. 그랬더니 이 과목들은 80∼90점을 맞아 합격에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 고졸검정고시 합격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

몹시 기쁩니다. 살면서 오늘만큼 기쁜 날은 없었어요. 상록학교에 와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시험에 관계없이 과목별로 봉사해주신 선생님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너무 가슴에 와 닿았어요. 함께 시험 봤지만 최종합격을 못한 동기들도 있는데 용기내서 다양한 방법으로 뜻을 꼭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늦깎이로 배움에 도전한 상록평생학교 1회 졸업생들, 함께 해주신 중‧고등과정 봉사 선생님들, 이한칠 교장선생님, 윤희진 교감선생님, 황우갑 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중고등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평택시민아카데미 후원자님, 평택시청과 평택교육지원청 평생학습 관계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도전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순간순간 공부가 어려웠지만 배움 자체는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이제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싶어요. 올해 대학에 진학해서 동양사상 같은 철학 공부를 하면서 제 인생을 더 깊이 있게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습니다.

 

글=심재걸 시민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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