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기
문화비평가

[평택시민신문] 지금 세계사적 변혁의 핵심은 중국의 부상이다. 중국의 부상은 한일 모두에게 위협임을 동북아의 긴 역사가 말한다. 한미일 3각 동맹체제가 중국에 대응하고 있지만 미중무역 전쟁의 와중에도 아베 정권이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빌미로 대한 경제 제재에 돌입했다. 이것은 분명 잘못된 행동이다. 단순히 “한일국가배상이 민간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소멸시키는 것은 아니다”는 1987.7.7. 일본외무성의 입장과 배치됨을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다. 민간의 손해배상판결에 정권이 개입하는 아베적 발상은 민주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군국주의적 행태이다. 아베의 행동은 적전분열이며, 한일 양국이 다함께 망하는 전략적 실수임을 지적한다. 이러한 행태는 자유무역주의와 정경분리를 근간으로 G2까지 성장한 일본 자신들의 방식과도 배치되고, 자신들이 쌓은 경제공급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스스로 허무는 짓임을 상기한다.

다시금 일본을 생각한다. 많은 점에서 한일은 비슷하다. 일본이 우리나라와 같은 아시아 국가이거나 인접국이어서가 아니다. 민족의 시원을 탐구하는 분자유전학의 성과에 따르면 유전적으로 우리와 가장 가까운 민족은 일본 그리고 바이칼호의 원주민인 브리아트족이란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하고 식민화했던 역사적 팩트가 너무 강해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한일은 같은 북방계 몽골족이고, 우랄알타이어족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고조선이라는 민족의 시원과 역사, 문화, 언어를 공유한다. 같은 북방계인 돌궐의 터키가 8촌이고, 티벳과 몽고가 4촌이면 일본은 형제이다. 그래서 일본의 한계와 가능성은 곧 우리의 한계이며 가능성일 수 있지만 핵심은 한일은 미국과 캐나다와도 같은 긴밀하고 협력적인 관계일 수 있음에도 갈등과 대립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가까운 한일이 협력적 파트너십을 만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한일 공동의 한계이지만, 먼저 보다 큰 그림을 가지고 서구를 넘어 1등 국가로 나가지 못하는 일본의 한계임을 지적한다.

비슷한 역사적 상황에서 동일한 행태를 반복한다는 역사원형론을 생각한다. 한일은 중국 한족과 유전적으로 전혀 다르고 오히려 서구인과 가깝다 한다. 그럼에도 한일간 역사는 악연이고, 중국이 심정적 우방이다. 동북아의 역사는 남방계인 한족과 북방계인 몽고족의 대결로 압축할 수 있다. 남방계가 한자문화를 기반으로 민족적 통합을 확장해 갔지만 북방계 특히 고조선이 민족의 시원인 고구려, 백제, 신라, 일본, 거란, 여진은 동북아의 격변 속에서 서로 협력하지 못했고, 거대한 중국과의 관계에서 연합이 아닌 대립을 선택했다. 한일간의 역사도 이러한 역사원형을 반복하고 있다. 중국 정벌을 명분삼은 임진왜란, 일본군국주의의 팽창 역시 가장 먼저 조선을 희생양 삼았다. 전후 일본이 다시 G2로 부상했지만 우리에게 보여준 자세는 대단한 나라다운 포용이 아닌 편협함과 야박함이다. 동북아 국제 정세 역시 한중이 연합하고 일본과 대립하는 양상으로 흘러갔다. 이제 일본이 작정하고 우리나라를 견제하며 전쟁국가를 추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부상하는 중국이 아닌 애꿎은 한반도와의 긴장을 명분 삼는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비겁하다.

일본은 노무현 정권이 “좌향등을 켜고 우회전을 했다”는 말까지 들어가며 한미FTA을 체결하고 굳건한 한미일 동맹체제로 나간 의미와 의지를 헤아려야 한다. 아베의 행동은 한국 견제를 의도하겠지만 중국이 이미 한일의 총합을 넘어섰다. 일본은 진정한 위협이 무엇인지를 직시하고, 역사의 성찰을 통해 정한론적 편협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일본은 정략적 단견이 아니라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큰 그림을 가지고 협력적인 한일 관계를 진정 고민해야한다. “모든 정쟁은 외교의 강 앞에 멈춘다”고 했다. 일본은 적 앞에 서면 분열을 통합하는 나라 정도는 되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적 앞에서 대립하고 분열하고 이용당하는 역사의 고질을 답습하고 있다. 식자들이 나라를 걱정하는 체하며 잘못한 아베를 응징하지 않고 오히려 문재인정부를 질타한다. 이것은 “강간한 자가 아니라 강간당한 내 딸의 처신을 나무라는 것”과 같은 비겁한 짓이다. 문재인정부를 미워하는 그 심정도 이해되지만 그것이 바로 아베의 노림수이다. 비상한 시국! 우리 대한민국도 국가의 통합과 전환의 전기로 삼는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역사의식을 보여줄 때가 됐다.

※외부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