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은 지금 교육생태계 구축의 최적 시기”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조속한 안착이 최대 임무

학교자치·학생자치 강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

양미자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이 평택시 초·중·고 학교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평택시민신문] 평택교육은 올 초에 평택시와 경기도교육청이 혁신교육지구 사업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고 평택시와 경기도교육청의 예산을 집행하는 평택시교육청, 민간이 함께 추진단을 꾸려 로드맵을 논의하는 등 혁신교육지구 사업 성공을 위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2011년에 도입한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현재 경기도 2개 시․군을 제외한 모든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어 평택은 다소 늦게 참여한 셈이지만 인구 50만 도시, 명품교육도시에 대한 지자체의 의지와 시민의 열망이 커 사업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기대가 높다. 올 3월에 부임해 평택 공교육 사업을 지휘하고 있는 평택교육지원청 양미자 교육장을 만나 교육혁신지구 사업을 비롯해 고교평준화, 고교학점제 활성화 등 평택교육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부임한지 4개월이 지났는데 평택교육 현장에 대한 인상은?

우선, 학생 의견을 반영하여 학교 교육과정 및 교육활동을 추진하는 학교들이 상당히 많아 감동받았다. 처음 평택시에 발령 났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말이 평택은 보수적이고 변화가 느려 혁신이 많이 필요한 지역이라는 평가였는데 막상 와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각 학교에서 혁신적으로 하고 있는 활동들을 홍보하거나 내세우지 않아서 그렇지 학교별로 교육본질을 살려 잘 운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기표현이 없이 묵묵히 일을 하는 분들이라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 특별한 교육철학은?

교육은 근본적으로 옳은 것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다. 옳은 것이라 하면 정의, 공의, 공평, 평화, 사랑, 연대, 자유 등의 개념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 실천하고 몸에 익히는 것, 모든 학생의 존엄이 존중받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학생중심, 학생주도 교육활동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 평택교육의 강점이라 생각하는 것은?

첫 번째로 행정과 교육자치가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평택시와 교육청이 개별적으로 교육을 지원했지만 이제는 지자체, 교육청, 시민단체, 학부모, 학생의 의견을 반영해 가장 필요한 곳에 적절히 지원할 수 있는 협의체가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평택시가 교육 때문에 사람들이 찾아오고, 정주민이 늘어나는 혁신교육도시가 될 것이다.

두 번째 강점은 평택시의 높은 성장 잠재력이다. 인구 50만을 넘어섰고,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 및 신도시 개발로 신축되는 학교들이 많다. 교육생태계 구축의 최적 시기라 볼 수 있다. 학교 신축과 동시에 시민과 학생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복합교육센터를 설립한다면 마을이 학교가 되고 학교가 마을로 넘나들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 평택 교육혁신지구사업을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인가?

교육장으로 부임하면서 특별히 띠고 온 임무가 있다면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조속한 안착이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지자체와 지역교육청이 일정비율로 교육비를 부담해 교육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원해 지역 여건에 맞는 교육을 운영하는 것이다. 시장을 비롯해 시의회, 학교,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가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추진 동력을 받고 있다.

현재 혁신교육지구 사업 추진 상황을 보면 추진단이 구성돼 격주로 모여 2020년 운영 방향을 잡고 있다. 9월 이전까지 사업 로드맵을 작성해 9월 초 공청회를 할 계획이고 공청회에서 시청, 학교, 학부모,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11월에는 내년 사업 계획을 확정지을 것이다. 11월에는 사업이 확정하고 연말에 추진사업을 발표해야 일선 학교들이 내년 교육과정에 반영할 수 있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이 학교 교육과정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취약성을 보완해 살아있는 교육과정으로 끌어올리는 엔진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재임중 중점 추진사업이 또 있다면?

경기교육의 지향점이 ‘학생중심‧현장중심’이다. 앞서 말했듯 학교자치, 학생자치 강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학생자치의 대표적인 사례를 든다면 청소년교육의회다.

지난 5월에 초·중·고 학생대표로 구성된 평택교육지원청 청소년교육의회가 결성되어 회장단을 선출했다. 이후 1박2일로 상임위원회 워크숍을 갖고 학생들이 정책을 만들어 브리핑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상당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이 많아서 놀랐다. 그중 하나가 진로축제 때 순환버스를 도입해달라는 제안이었다. 평택에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청소년진로축제가 활성화돼 있는데 시청과 청소년문화센터가 남부지역에서 개최하다보니 안중쪽 서부와 송탄쪽 북부지역 학생들의 교통편이 편하지 않다. 그동안 학생들의 참가를 돕기위해 10개 학교에 버스 10대를 배치했는데 버스를 학교별로 배치하지 말고 여러 학교를 돌아달라는 의견이었다. 또 한 가지는 인근학교별로 연합해 축제를 하고 싶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런 의견들이 학생들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학생 자신과 관련된 정책을 직접 제안해 실현되는 것을 경험한다는 것은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역량 훈련이 될 것이다.

 

■ 고교평준화에 대한 입장은?

개인적으로 고교평준화는 반드시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비평준화지역에서는 출신 고등학교로 사람을 평가하거나 학생들이 초등학교, 중학교부터 입시에 매달리는 일들이 발생한다. 전인교육이라는 교육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다. 공부는 학생이 가진 여러 능력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학교 성적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면 안 된다. 평택은 지역이 넓어 고교평준화를 도입하면 통학의 어려움과 하향평준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용인과 성남 등은 일괄적인 평준화가 아니라 권역별로 평준화를 시행하고 있는 경우이다. 평택도 모두가 만족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고교평준화를 도입할 수 있다.

 

■ 교육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13년 교장으로 재직하며 교사들에게 재량권을 강화한 적이 있다. 교사들에게 교육과정 변경권을 주고 결재 단계를 축소해 체험학습과 외부활동 등을 할 수 있는 자율권을 준 것이다. 결과적으로 교사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진행하면서 침체된 학교 분위기가 살아났다. 한 교사는 6학년 전체에 1박2일 야영을 진행하며 학교에서 최초로 하룻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학생들이 덩달아 행복해지며 교육만족도가 높아졌다. 당시 학교에서 함께 근무한 교사 중 7명이 장학사가 됐는데 이분들이 그 당시 학교문화를 다른 곳에 가서도 전파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살아있는 교육과정과 학교문화 확산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 보람을 느끼고 있다.

 

■ 평택지역 교육가족들에게 한 말씀?

고등학교 교육가족들에게는 학생선택교과와 학생동아리 활동 강화를 부탁드리고 싶다. 여러 학교들이 고교학점제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전공 관련 선택교과를 많이 개설해야 한다. 개설이 어렵다면 이웃학교와 교육과정 클러스터를 통해 학생들이 원하는 강좌를 연계하여 개설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에는 아이들이 입시교육에 매몰되지 않도록 독서와 토론 강화를 부탁드리고 싶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질문하고 토론하는 수업을 강화해야 한다. 예측불가능한 미래에는 학생 스스로 자기 삶을 고민하고 해결해나갈 수 있는 동기부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독서로 지혜를 얻고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이 질문하는 수업 역시 중요하다.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위해 독서‧토론교육을 중시하는 학교와 가정이 되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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