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균
평택대 미국학 교수

 

백범 서거 70주기를 맞아 <백범일지>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서거 70주기에 국회나 평택시의회가

<백범일지> 중 '나의 소원'을 낭독하는

행사를 갖는 것은 어떨까?

 

 

[평택시민신문] 1949년 6월 26일 백범 김구가 암살당했다. 올해로 서거 70년이 된다. 해방 공간에서 김구는 1947년 <백범일지>를 출판했다. 당시 김구는 신탁통치에 반대한 후 유엔 감시 하의 남북한 총선거는 지지하고 있었다. 북한이 총선을 거부하자 김구는 남북협상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 결국 북한은 총선에 참여하지 않았다. 김구 역시 1948년 5.10선거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민족의 장래문제로 노심초사하던 중 암살당했다.

김구는 철저한 민족주의자였다. 그는 <백범일지>에서 “소위 좌우익이란 것도 결국 영원한 혈통의 바다에 일어나는 일시적인 풍파에 불과하며,” 또한 “모든 사상도 가고 신앙도 변한다. 그러나 혈통적인 민족만은 영원히 성쇠흥망의 공동 운명의 인연에 얽힌 한 몸으로 이 땅위에 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게 민족은 사상이나 종교도 초월하는 최고의 가치였다.

민족주의자 김구가 세우고 싶은 나라는 자유국가였다. 그는 자신의 정치이념은 자유이며, 새 국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자유라고 생각했다. 그는 독재정권을 혐오했다. 그에 따르면 독재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독재는 어떤 주의, 즉 철학을 독재로 하는 계급독재”였다. 계급독재는 조직된 집단이 독재의 주체가 되어 제거하는 것이 몹시 어렵기 때문이었다. 특히 “공산당이 주장하는 소련식 민주주의란 것은 이러한 독재정치 중에도 가장 철저한 것이어서 독재정치의 모든 특징을 극단으로 발휘하고 있다.”고 김구는 비판했다.

김구가 제시한 자유국가의 모델은 미국이었다. <백범일지> 속 미국은 사상과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진정한 자유의 국가였다. 미국 민주주의에 대해 그는 “독재국에 비겨서는 심히 통일이 무력한 것 같고 일의 진행이 느린 듯하여도 그 결과로 보건대 가장 큰 일을 발하고 있으니 이것은 그 나라의 민주주의 정치의 효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소련의 독재적인 민주주의”와 비교하여 “미국의 언론 자유적인 민주주의”를 더 우월한 제도로 보았다. 김구가 미국식 제도를 소련식 제도보다 더 높이 평가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국의 사상과 언론의 자유였다.

그러나 김구에게 미국의 민주주의 정치제도가 반드시 완성된 제도는 아니었다. 또한 우리가 미국식 제도나 문화를 그대로 베끼는 것에도 반대했다. 그는 “나는 미국의 민주주의 제도를 그대로 직역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 대신 그는 “남의 나라의 좋은 것은 취하고 내 나라의 좋은 것을 골라서 우리나라의 독특한 좋은 제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궁극적으로 김구가 꿈꾸던 나라는 문화강국이었다. 경제는 우리의 생활을 풍족하게 할 정도면 되고 국방력은 외침을 막을 정도면 족했다. 중요한 것은 문화였다. 그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었다. 문화강국은 사상의 자유와 국민 교육이 선결되어야 가능했다. 그에게 자유란 증오와 투쟁을 위한 자유가 아니라 가족, 이웃, 국민을 위해 쓰는 자유를 의미했다. 그는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를 강조했다.

<백범일지>를 출판하면서 김구는 우리 민족이 30년만 노력하면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룰 것으로 믿었다. 김구가 생각한 시간보다 두 배 이상 세월이 흘렀다. 백범사상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백범 서거 70주기를 맞아 『백범일지』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미국 상원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고별사(Farewell Address)」를 본회의에서 읽는 공식행사를 매년 하고 있다. 워싱턴 연설문은 빠르게 읽어도 40분정도 걸린다. 2019년 올해도 예외 없이 낭독행사가 있었다. 네브래스카 주 연방 상원의원 뎁 피셔(Deb Fisher)가 상원을 대표해 낭독했다. 백범 김구의 애국심과 비전은 결코 미국 대통령 워싱턴에 못지않았다. 서거 70주기에 국회나 평택시의회가 <백범일지> 중 「나의 소원」을 낭독하는 행사를 갖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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