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옳다>를 읽고

김해규
평택지역문화연구소장
한책 하나되는 평택 추진위원

[평택시민신문] 유명한 사람이 되기는 쉽지만 훌륭한 사람이 되기는 어렵다. ‘훌륭함’의 조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타심’이다. 사회와 이웃에 대한 긍휼함, 자신을 녹여 이웃의 희망을 밝혀주는 이타적 삶이 있어야 훌륭하다고 칭송받는다.

성산 장기려는 훌륭한 인물이다.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기독교신앙이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말씀이 평생 그의 인생을 이끌었다. ‘목적과 방법이 좋으면 결과는 하나님이 책임져주신다’만 믿고 가난한 이웃을 섬기고 나누었다.

서울대학교의 전신인 경성의전을 수석 졸업했지만 그는 높은 재능을 출세나 돈벌이로 낭비하지 않았다. 한국전쟁 뒤 서울의대와 가톨릭의대 교수를 하면서도, 병원을 설립하고 운영하면서도 오직 그의 관심은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하나님이 가장 사랑하는 가난한 이웃에게 있었다.

전 WHO사무총장을 지낸 이종욱 박사도 나눔과 봉사로 이름을 빛낸 인물이다. 그는 한국전쟁 피난길에서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를 보며 ‘의사가 되면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나눔과 봉사를 위해 의사가 된 그는 출세와 재물을 목적으로 의대에 진학했던 사람들과 다른 삶을 선택했다. 대학생 때는 나환자촌에 가서 봉사활동을 했으며 의사가 되어서는 의료혜택의 외곽지대를 돌며 가난한 이들의 희망이 되었다. 이종욱 박사가 유엔 산하 WHO(세계보건기구)에 들어가게 된 것도, 사무총장에 출마한 것도 그 자리에 오르면 더 많은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백신의 황제’라는 자랑스런 닉네임은 난치병 퇴치를 위한 그의 피눈물 나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정혜신은 의과대학 교수이고 정신과 의사다. 필자는 그가 왜 의사가 되었는지, 왜 정신과를 선택했는지 알지 못한다. 어쩌면 그도 처음에는 여느 의대생들처럼 높은 사회적 지위와 많은 보수를 기대하며 의대에 진학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혜신은 우리사회에서 ‘의사’라는 직업으로 규정되는 사회적 통념을 뛰어 넘었다. ‘의사’라는 직업을 특권의 상징이 아니라 그가 살고자 하는 삶의 도구로 만들어 버렸다. 이 통쾌한 역발상으로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치유하고, 세월호 가족들을 찾아다녔으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치유센터 ‘와락’을 만들었고, 안산에서는 ‘치유공간 이웃’을 만들었다. 그런 그에게 세상은 ‘거리의 치유자’라고 불렀다. 2018년 말 정혜신은 <당신이 옳다>라는 책을 냈다. ‘정혜신의 적정심리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다. 그가 말하는 적정심리학이란 삶의 목적과 동떨어진 삶을 살다가 자아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현대인들이 ‘공감과 경계’를 기반으로 스스로 치유하는 방식이라고 정의한다. 정혜신은 ‘자격증 있는 사람이 치유자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진짜 치유자’라는 말을 즐겨한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심리적 허기와 상처 속에 신음하는 현대인들에게 스스로의 상처를 진단하고 치유할 비법을 이 책은 이야기한다. 우리사회 최전선에서 훌륭한 삶을 살아가는 정신과 의사 정혜신의 구원의 메시지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