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오성면 <행복농원> 최진세 대표

수입에 의존했던 체리 품종 국산화 성공해 눈길

품질에 대한 자부심, 후불제 판매로 단골 확보

[평택시민신문] 농사는 정직한 직업이다. 농부의 흘린 땀과 노력이 그대로 결실로 돌아온다. 이 말은 곧 농사의 과정 어느 하나에서도 요령과 편법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갑작스레 무더위가 시작된 5월 하순, 오성면 행복농원의 체리밭에는 농장지기 최진세 대표의 땀방울이 알알이 맺혀 본격적인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 체리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품종이 아닌, 알이 크고 당도가 높아 매년 수입이 늘고 있는 미국 품종 ‘빙 체리’를 재배함으로써 체리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평택시 오성면의 <행복농원>의 최진세 대표를 만나봤다.

배 과수원집 아들, 체리농장을 키우다

<행복농원>의 최진세 대표가 체리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는 올해로 7년째다. 그동안은 진위고등학교의 선생님으로, 컴퓨터 학원 원장님으로 20여년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의 농사 이력은 7년의 세월에 몇 배에 달한다. 부모님께서 배 과수원을 운영해 온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농장은 놀이터이자 공부방이자 생활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사는 동안 27년은 공부하느라 보내고, 또 27년은 돈을 버느라 보내고, 어느 날 ‘이제 남은 인생은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 하고 맘을 먹으니 농사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됐습니다. 배 농사를 지으셨던 부모님 덕분에 과수원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농업에 대한 애착이 있었고, 또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부심도 있었기 때문이죠. 어떤 작물을 선택하는 지가 관건이었는데 일본 품종이 대세였던 국산 체리시장에 수입산으로 인식되는 ‘워싱턴 빙체리’를 심어보고 싶었습니다. 과감한 도전이었지만, 지난해 본격적으로 판매해 본 결과 소비자들이 국산 ‘워싱턴 빙체리’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체리는 나무가 7년차에 접어들면 사람으로 볼 때 한창 일할 청년의 시기에 접어든 것으로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생산 증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쌀을 재배했던 논 위에 복토를 하고 1200평 규모의 체리농장을 꾸렸을 때 주변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심지어 어떤 전문가들은 ‘논 위에 과수농사를 지으면 몇 년 못가 망한다’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최진세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체리나무에 적합한 관수량과 영양분을 제공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 실제로 그의 예상은 적중했고, 지난해 한 나무에서 36kg의 체리를 수확할 정도로 안정적인 생산을 올리고 있다.

 

워싱턴 빙체리, 평택 新소득 작물로 기대

보통 시장이나 마트에서 국내산 체리라고 판매되는 체리를 보면 선명한 빨간색에 살짝 노란 빛을 띠는 품종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와 기후조건이 비슷하고 생산성이 높아 대부분의 농장에서 일본 품종 체리를 재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기본색이 검붉고 알이 큰 ‘워싱턴 빙체리’는 우리나라에서 유통은 됐지만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다.

최진세 대표는 이 ‘워싱턴 빙체리’를 국내에서 재배해 더욱 신선하고 안전하게, 맛있게 소비자들에게 공급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과실수는 한 번 심으면 평균 70~80년을 가기 때문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앞을 내다보는 농업인이 미래 농업을 선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과감히 뛰어들었다.

새롭게 재배를 시작하는 만큼 ‘워싱턴 빙체리’에 대한 재배 기술도, 관련 자료도 마땅치 않았지만, 모르면 해외 사이트를 뒤져서라도 품종 지식을 찾고, 또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체리나무를 재배했다. 이 때 어릴 때부터 보고 익혔던 배 농사의 기술이 의외로 체리 농업에 잘 들어맞았다. 특히 위로 뻗어 오르는 체리나무의 가지를 국산 배를 재배하는 것처럼 와이어를 달아 가지를 수평으로 뻗도록 유인한 전략이 ‘신의 한 수’였다.

최 대표는 “체리나무를 키우다보니 잎의 모양이나 수성(樹性)이 배나무와 비슷한 것 같아 가지를 배나무 기르듯 와이어로 잡아서 낮게 키워봤는데 이외로 체리가 잘 열릴뿐더러 수확과 관리에서도 효율성이 높아졌다”며 “올해부터는 생산량을 더욱 확대해 ‘워싱턴 빙체리’는 수입산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고 더욱 맛있고 신선한 평택산 ‘워싱턴 빙체리’를 본격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한해 체리로 5000만원 순익에 도전

윤기 나는 검붉은색 과육과 16브릭스를 웃도는 당도, 알이 커서 씹는 맛이 일품인 워싱턴 빙체리. 더욱이 ‘품질은 곧 농장지기의 자존심(自尊心) 이자 인격(人格)’이라고 공언할 정도로 자타공인 최고만을 판매하는 최 대표의 신념 덕분에 <행복농장>의 체리는 한 번 먹으면 꼭 다시 찾게 된다고. 그의 꿋꿋한 철학은 후불제 판매만 보더라도 가늠할 수 있다.

“저는 전국 어느 곳이라도 돈을 먼저 받고 체리를 판매하지 않습니다. 체리를 받은 고객님이 만족하면 돈을 입금하도록 후불제로 판매하고 있죠. 지금까지 제가 판매한 체리를 받고 불만을 제기하거나 한 번도 입금이 안 된 경우는 없어요. 오히려 한 번 주문하신 고객님은 다음에는 이웃과 가족에게 나눠준다며 더 많은 양을 구입하십니다. 철저한 당도선별을 바탕으로 한 품질 자부심은 고객들에게 신뢰를 얻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지난해 2000kg의 체리를 수확했던 최진세 대표는 올해는 3000kg 생산과 5000만원 이상의 순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1200평의 규모의 체리농장에서 5월말부터 6월 중순까지 한 달도 채 안 되는 짧은 수확기를 고려할 때 이같은 목표를 세우기란 쉽지 않을 터. 하지만 최 대표는 자신 있다.

올해는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종이 포장상자도 제작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친환경 인증과 GAP 인증을 동시에 획득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농사에 진심을 담으면 그 결과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평택을 ‘워싱턴 빙체리’ 생산의 중심지로 만들어 체리농업의 새로운 판도를 이끌 것”이라고 당찬 소감을 전했다.

 

■ 행복농장 연락처: 010-5230-3390 (농장지기 최진세)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