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연 팀장

평택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

지원센터 지역돌봄팀

[평택시민신문] 지난 5월 26일, 평택시 AK플라자 앞 광장에서는 ‘제12회 세계인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평택시, 평택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평택외국인복지센터가 주관한 이 행사에는 캄보디아, 몽골, 필리핀 대사와 재한외국인, 다문화가족, 평택시민 등 약 3000여명이 참여했다. 세계 각국의 음식과 전통문화 등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부스와 외국인들의 장기자랑은 많은 시민들의 발길을 멈춰 세웠고, 예년보다 이르게 찾아온 더위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실로, 우리사회가 다문화사회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행사였다.

필자는 소위 평택의 토박이인데, 토박이가 아니어도 평택에서 ‘좀 살았다’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언젠가부터 외국인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것을.

평택시 인구는 올해 4월을 기준으로 50만 명을 넘어섰고, 외국인 수는 3만2000여명에 달한다. 군부대와 산업단지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외국인은 이제는 우리의 생활권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초등학생 시절 교과서에서 보았던 ‘지구촌, 세계화’라는 막연한 단어는 ‘다국적, 다문화’ 같은 단어와 함께 ‘국가, 사회, 기업, 인구, 가정’ 등과 같은 여러 접사들을 만나 그 의미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즉, 국가를 초월하여 여러 인종이 섞이고 국가 간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것이 앞서 말한 모든 분야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국적과 다문화는 이제 우리 시대의 문화를 나타내는 단어로 보아도 무방하다. 공중파 방송의 인기가요와 뮤직뱅크를 즐겨보던 우리가 한국가수가 순위 다툼하는 해외 음원차트를 눈여겨보고, 저녁에 한국축구를, 새벽에 영국축구를 보며 음식을 조리할 때 먼 나라의 향신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가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이쯤에서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국가 간의 짧아진 이동거리만큼, 증가하는 등록외국인 수만큼 외국인을 향한 우리의 의식 역시 변화하고 있는가? 우리는 유독 백인과 황인에 대해 관대하지만 흑인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유럽인에게 관대하고 아프리카인과 동남아시아인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외국인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우리의 의식은 제자리걸음이다. 필자는 변화하는 인구 동향에 맞추어 우리의 의식과 교육환경을 가장 먼저 개선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교육환경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에는 교육환경이 좋다고 알려진 몇몇 선진국으로 이민을 준비하는 한국인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사회복지 분야에 종사하면서 몇몇 사례들을 통해 언어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한 예로 어느 외국인 부모의 아이가 한국어를 배우지 못한 상태로 한국의 학교에 다니게 됐다. 그 아이는 장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교과 과정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유로 특수교육 대상자가 되었다. 특수교육 대상자는 장애가 있거나 인지·학습력 등의 제한으로 인해 여느 아이들과 같은 환경에서 수업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을 일컫는다.

청각장애인 역시 비슷한 사례가 많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아이에게 수화가 아닌 말(음성언어)로 교육을 하고 때마다 시험을 보게 한다. 앞서 말한 외국인 아이는 한국어를 배우지 못한 것이 장애로 작용하였다. 외국인 아이도, 청각장애인도 그들이 사용하지 않는 혹은 사용할 수 없는 언어로 교육을 받았고 등수가 매겨졌다.

교육환경만 잘 갖추어지고 그들에게 적합한 언어로 교육이 이루어졌다면 그들은 특수교육 대상자로 지정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지금보다 나은 생활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더 이상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학령기의 다문화 인구가 상당히 증가하였고, 5월을 기준으로 2133명에 달했다. 우리는 이 아이들이 부모의 출신 국가와 언어, 피부색으로 차별받지 않고 적절한 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제 단일민족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우리는 인종과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들은 더 이상 외국인이 아니며 한국인이고 평택시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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