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규 수석교사(안성여고)

손현규 수석교사 (안성여고)

[평택시민신문] 이번 기고가 마지막이랍니다. 몇 편 안 되지만 약 1년간 원고를 쓰면서 늘 어떤 분이 읽을까? 무엇을 쓸까? 고민스러웠습니다.

마지막 원고를 쓰려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흔한 말로 시원섭섭합니다. 며칠 전에 아침 출근 버스에서 오래 전에 알고 지내던 한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 날이 마지막 출근일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원하던 명예퇴직을 하게 되었는데 막상 학교를 떠나려니 감정이 묘하다고 그러시더군요. 제가 지금 그런 심정입니다. 그 동안 졸고를 읽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알퐁스 도데의 단편 소설 ‘마지막 수업’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마지막 수업’은 프랑스 알자스 지방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평소에 놀기 좋아하고 공부에 관심이 없던 주인공 프란츠가 어느 날 학교에 가서 교실의 무거운 분위기를 느끼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평소와 달리 교실에는 동네 어른들이 앉아 있었고 프랑스어 아멜 선생은 정장을 하고 교단에 서 있었습니다. 프란츠가 나타나자 아멜 선생은 이 수업이 프랑스어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프란츠는 자신이 그 동안 프랑스어 수업을 소홀히 한 것을 후회하고, 아멜 선생은 프란츠가 반성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Vive La France!(프랑스 만세)’라고 칠판에 쓰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학창시절에 영어교과서에서 ‘Last lessen’이라는 제목으로 배운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때 영어 선생님께서 프란츠 이야기를 하시며 “너희들이 매시간 마지막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수업에 임한다면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교육에 있어서 이 이야기는 교사, 학생, 학부모님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우선,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선생님이라면 선생님께서 매 시간이 자신의 일생의 마지막 수업이라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실존 철학자 하이데거는 우리가 죽음에 직면했을 때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 현실에 좀 더 충실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매 시간 마지막 수업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교직을 떠날 때 결코 후회하지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만약 이 글을 읽는 분이 학생이라면 ‘마지막 수업’의 주인공처럼 후회하지 않게 매 시간 집중하고 반성하여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누군가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허비한 오늘이 어제 죽어간 이에게는 그렇게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었다.’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한 시간 한 시간이 인생의 마지막 수업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 한다면 먼 훗날 뒤돌아보았을 때 여러분은 스스로 놀랄 만큼 훌륭한 분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학부모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매일 매 순간, 자녀를 해외로 떠나보내기 전날이라고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앞으로 자녀의 얼굴을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부모님께서는 자녀에게 조금이라도 못 다한 부모의 정성을 다하고 싶으실 것 같습니다. 자녀에게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고, 조금이라도 더 대화를 나누며, 조금이라도 더 보살펴 주고 싶으실 것입니다. 평소에 매일 그렇게 하신다면 자녀는 부모님의 사랑과 정성에 감동하여 절대 빗나가는 일없이 반듯하게 자라주리라고 확신합니다.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는 법입니다. 우리가 교단에 영원히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돌아보면 회한으로 가득 찬 쓸쓸한 교직 인생이 되기 십상입니다. 학생들도 자라지 않고 학생시절이 영원할 것 같지만 영원하지 않습니다. 주자의 권학문에도 그런 구절이 나옵니다.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한 순간이라도 공부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인생의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수필가 이양하 선생의 유명한 수필인 청춘예찬에서도 ‘청춘! 이는 듣기만하여도 마음이 설레는 말이다.’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지금의 시간을 아끼십시오. 부디 매 순간 열심히 공부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인생이 밝아질 것입니다. 부모님께서도 젊은 시절 자녀가 늘 옆에 있을 것 같지만 생각처럼 그리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금방 자라 학교를 찾아, 직장을 찾아, 꿈을 찾아서 부모의 곁을 떠납니다. 부모는 자녀가 떠난 뒤에야 같이 있던 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게 됩니다. 그 때 ‘빈 둥지 증후군’이다 ‘우울증’이다 뭐다 힘들어 하지 마시고 유행가 가사처럼 있을 때 잘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 역시 이 글을 쓰면서 전에 조금 더 잘 쓰려고 노력할 것을 하고 후회합니다. 그 동안 글로서 잘못된 부분이 있었거나 결례를 범한 것이 있었다면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두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번호를 마지막으로 수석교사의 교육칼럼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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