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_ 한도숙 전 전국농민회 회장

한도숙 전 전국농민회 회장

[평택시민신문] 일제는 36년간 이 땅에 빨대를 꽂고 민중들의 피를 빨아댔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토지조사에서부터 도로나 철도부설들을 통해 그들의 야욕을 차곡차곡 진행시켰다. 농지를 개간하고 저수지와 둑을 보강하며 증산을 독려했는데 이는 1908년에 설립된 동양척식주식회사를 통해 이루어졌다. 특히 1940년 이후부터는 쌀을 비롯한 송진, 놋그릇 등 전쟁물자를 확보하려는데 더욱더 악착같이 노골화 되어 물적 인적수탈이 극도에 달했다.

이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사람들은 일제에 의해 이 땅이 근대화 됐다고 주장한다. 1876년 강화수호조규부터 일제는 한반도의 쌀을 필요로 했다. 네덜란드로부터 배운 방직공업이 요코하마에 발전하면서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메워 줄 쌀을 조선에서 가져가기위한 경제적 요구가 그대로 드러난 불평등 조약이었다. 일제는 조선의 지주들에게 조선내의 가격보다 나은 가격으로 거두어들이고 이를 일본으로 반출했다. 지주는 땅을 넓히고 더 많은 쌀을 일본상인에게 넘겼다. 이를 두고 조선의 쌀수출이라고 우기는 이른바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지금도 역사의 중심에 있다.

수탈현장은 항상 우리 곁에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모르쇠하고 있다. 동척이 세운 농장들이 안성천‧진위천 수계를 중심으로 펼쳐졌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다. 안화리나 두릉리 그리고 삼계리 율북리가 그런 곳이다. 그럼에도 어디하나 일제의 쌀 수탈의 흔적을 남겨놓지 않아 후세에 알릴 기회를 차단당하고 말았다.

청북면 삼계리 삼계초등학교 왼편에 동척의 쌀창고로 추정되는 허름한 건물이 있다. 이 건물은 해방 후 경찰서에서 관리해오다 농협으로 이관돼 농협창고로 사용했었다. 안타깝게도 이 건물은 얼마 전 개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가 철거의 위기에 놓여있다. 이 건물은 보존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일제의 건물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구조로 여느 창고하고는 느낌이 다르다.

우리가 역사를 정리하고 기억 한다는 것은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말자는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일제에 의해 쌀수탈의 근거가 되는 동양척식회사의 창고는 보존해야 한다. 8.15해방을 기리고 3.1만세 혁명을 기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수탈의 증거물을 보전하고 후대의 교육이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민간에게 건물을 양도하도록 방치한 평택시는 기념사업만이 모든 것인 줄 알고 있는 것인지 답답할 지경이다.

일제의 경제수탈은 군사적 침략과 궤를 같이한다. 팽성 송화리 이른바 강당산공원이라는 아름드리 소나무산 밑에 지하시설물들은 일제의 비행장건설과 함께 이루어진 지하벙커들이다. 이 땅은 아직도 한국의 땅이 아니다. 1945년 해방이 되자 미군은 이곳에 주둔하던 일본군의 무장을 해제하고 기지를 접수했다. 일제는 1942년부터 2만 여 명의 강제징용과 근로보국대의 징발로 일본해군시설대(302부대) 보급부대의 비행장을 건설했다. 해방이 되자 비행장은 미군에게 넘어갔고 한국전쟁 중인 1951년 K-6부대의 주둔으로 이어졌다.

이곳의 지하시설을 두고 설들이 많이 있다. 일본의 마츠시로 대본영처럼 한반도내에 일인 몇 만명이 들어가서 최후항전을 수행하기위해 원폭에도 견뎌내는 정도의 강도로 지어졌다고 한다. 게다가 중국 산동반도까지 해저로 연결하려고 시도했다는 설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런 시설물은 일제의 제국주의 속성을 확실히 드러내는 시설물이다. 그럼에도 평택시는 이곳을 관통하는 도로를 개설하려하며 건설업자들의 손을 들어준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다. 일부 지역민들이 나서 공원화를 주장하고는 있지만 개발논리에만 눈이 먼 평택시가 어떻게 나올지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강당산과 땅 밑의 시설물들은 일제침략의 증거물로 보존 되어야한다. 시민공원이면서 역사공원으로 자리매김 되어 후세들에게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특히 3.1만세혁명 100주년을 맞아 우리지역의 역사를 총괄적으로 재정립 해야한다. 무조건 ‘화해와 상생’이 아닌 정리해야할 역사는 준엄하게 심판하고 정리하자. 그런 연후에 기려야 할 것은 기리고, 기념하고 기억해야할 것들은 기억할 수 있도록 배려하자.

시민들이 나서 해방70년을 즈음해 청소년 회관 앞에 소녀상을 세우지 않았는가. 소녀상은 바로 우리가 기려야 할 것과 기억해야 할 것들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역사가 올바로 정리되지 못하면 아무리 기리고 기억해도 무용지물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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