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우와 함께하는 자전거여행 ⑥

[평택시민신문] 자전거를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널리 보급하는 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평택에서도 건강과 레저뿐 아니라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타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평택시민신문>은 박환우 환경전문기자와 함께 인근에서 쉽게 접근하며 평택을 느낄 수 있는 자전거 여행길을 안내하고, 자전거 타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민들과 함께 펼치고자 하는 취지로 ‘박환우와 함께 하는 자전거 여행’ 코너를 만들었다. 독자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지난밤 천둥이 치고 비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침에도 비가 오락가락 하는데 걱정을 하다가 바람은 불어도 비는 그친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시청 분수광장으로 나갔다. 참가자들이 지난주보다 줄어들었다. 10월의 마지막 토요일인데 너무 추운 느낌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올해는 겨울이 빨리 오려나 보다. 비가 더 내리기 전에 자전거 타기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조바심에 서둘러 시청을 출발해 배다리생태공원으로 향했다.

간밤에 내린 비바람으로 가로수 나뭇잎들이 도로에 떨어져 아름다운 모자이크를 만들었다. 배다리생태공원의 나무들도 저마다의 색으로 아름답게 물들어 가고 있다. 평택세무서 앞에는 시민들이 오래 기다리던 배다리도서관이 건립되었다. 10월31일 개관 행사를 한다는 대형 현수막이 도서관 건물에 걸려있다. 배다리도서관은 배다리생태공원에 안겨있어 책을 보다 눈이 피곤해지면 도서관 옆에 소나무 숲길을 걸으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곳에서 글을 쓰면 누구나 시인이 될 것 같은 고즈넉한 풍경이다.

소사벌지구 택지개발사업을 시작한지 10년이 훌쩍 지나고 있지만 세무서 지나 동쪽은 아직 건축물이 없는 대지가 보인다. 배다리도서관이 개관되고 이용하는 시민들이 계속 증가하면 주변 공터에도 건축물이 속속 들어올 것으로 기대된다. 죽백동 배나무를 베어내고 택지개발 사업을 시행한 소사벌지구의 외곽도로를 빠져나가 과수원 길로 접어들었다. 택지개발로 인해 비전동, 죽백동 일대의 과수원은 대폭 줄어들었지만, 지금도 외곽 지역에는 과수원들이 평택배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4월 하순 하얀 배꽃이 피어날 때 죽백동 과수원길을 걸으면 배꽃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된다. 평택시는 시화를 ‘배꽃’으로 지정하고, 비전동 지역 아파트 이름을 ‘이화아파트’ ‘배꽃마을’ 등으로 부를 정도로 배나무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다. 일본이 원산지인 배나무는 구릉지인 죽백동 일대에서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대규모 배나무 과수원을 시작했고, 조선인이 운영하던 ‘영풍농원’이 있었다. 해방 후 일본인 과수원에서 재배기술을 익혔던 사람들이 하나 둘 과수원을 시작했고, 1970년대부터는 평택에 과수원이 더 늘어났다.

죽백동 과수원길은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도로가 과수원 사이로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된다. 마지막 비탈길은 자전거를 타고 가기 힘이 들어 내려서 자전거를 밀고 올라갔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비탈길을 오를 때마다 승부욕이 발동하지만, 오후에 ‘맑은 하늘 만들기 시민축제’ 행사장에 봉사를 하러 가기 위해서는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자전거에서 내렸다. 조금 걸어 오르자 내리막길이 보여 다시 자전거 안장에 올랐다. 구불구불한 과수원길을 신나게 내려가자 죽백초등학교가 있는 강당골 시골마을이 우리를 반겨준다.

①배다리도서관 ②백운산 등산로 입구 ③월곡동 마을 ④죽백초등학교 ⑤청용소하천 따라 백운산 가는길 ⑥⑦통복천 ⑧평택시청

죽백동 강당골에 1944년 개교한 ‘죽백국민학교’는 1982년 안성군 교육청에서 평택교육청으로 편입되었다. 도시화로 인해 학생수가 60명으로 줄어들어 폐교 위기에 처하기도 하였으나, 2011년부터 경기도 교육청 지정 혁신학교로 운영하며 지금은 230여 명의 학교로 부활하고 있다. 농촌 마을의 특성을 살려 긴 호흡으로 생태교육을 교육과정에 도입하여 텃밭 가꾸기, 벼농사, 김장체험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참여 교육도 활성화되고 있어 생태동아리, 역사동아리, 풍물동아리 등 학부모 주축 동아리도 운영하고 있다. 2017년에는 모범 혁신학교로 지정되어 도시 학생들이 죽백동으로 돌아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죽백초등학교가 살아나자 주변 마을도 활성화되어 전원주택이 많이 건축되고 있다.

죽백초등학교에서 월곡동 백운산을 향해 가는 길은 청용소하천 제방 콘크리트길을 따라 올라 갔다. 백운산 줄기 위로 거센 바람에 비구름이 빠르게 흘러가며 비를 조금씩 뿌리고 있다. 백운산과 월곡동 마을 사이에 경부고속도로가 가로막고 있어 자동차 소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월곡동 경부고속도로 굴다리를 통과해 우측으로 난 도로를 따라 백운산 자락으로 올라간다. 오르막길을 따라 가다보니 숲속에 산중다원이 나타난다. 백운산은 해발 190미터의 산으로 부락산-덕암산-고성산-백운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이다. 전에는 약수터에 샘물이 흘러 나왔으나, 지금은 샘물이 말라 버렸다. 그래도 등산로 입구 골짜기에 작은 논이 있고 벼농사를 계속 하는 것을 보니 농업용수를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백운산에서 내려오며 바라보는 오래된 마을 월곡동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전원주택단지처럼 보인다. 시골 집 마당에 감나무 잎은 모두 떨어지고 빨간 홍시만 남아 있는 아름다운 풍경에 이끌려 월곡동 마을로 들어가 보았다. 월곡동 마을에서는 매년 1월1일 백운산 해맞이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해마다 백운산에 올라 떠오르는 해를 보기위해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고, 마을회관에서는 떡국도 나누어 먹고 풍물놀이를 한다.

월곡동 마을회관을 지나온 일행은 자동차 통행이 많은 도로를 피해서 안전하게 청용소하천 제방 길을 이용해 통복천을 향해 내려갔다. 논과 과수원을 지나 내려가니 농협 주유소, 미곡처리장이 보인다. 원곡면으로 가는 구국도 45호선 도로 청용교 다리 밑으로 난 콘크리트길을 통과해 통복천 칠원교에 도착했다. 백운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청용소하천은 칠원교 부근에서 고성산 줄기에서 내려오는 통복천에 합류된다.

통복천 건너편 동삭동, 칠원동에는 고층아파트 건축공사가 마무리 단계이다.

통복천 보행자 산책로는 칠원교 근처까지 조성되어 있으나, 우측 자전거 도로는 동삭동 경계에서 중단되어 있다. 칠원동에 대규모 고층아파트단지가 건축되고 있으니 통복천 자전거도로도 칠원교까지 연장하는 공사를 추진해야 한다. 그러면 통복전 자전거도로와 청룡소하천 제방길을 이용해 백운산까지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통복천을 따라 동삭동으로 내려오다 징검다리에서 삼남길 안내판을 만났다. 칠원동 ‘옥관자정’과 죽백동 배다리를 연결해주는 삼남길을 걸어서 지나가던 옛날 사람들은 통복천에 물이 많이 흐르는 날에는 이 징검다리를 건널 수 없어 물이 빠지기를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7월부터 매주 토요일에 자전거 에코로드를 진행하며, 태풍이 부는 금요일 밤에는 비가 올까 걱정하기도 했다. 여름에는 폭염을 걱정하고, 자전거 타기 좋은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자전거와 함께한 지난 4개월은 나를 돌아보는 치유의 시간이었다.

박환우 2.1 지속가능연구소 이사 / 본지 환경전문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