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자전거 문화, 평택에서 일구고 싶어요”

체형‧디자인‧성능 택해 나만의 자전거 제작

[평택시민신문] 평택역 앞에 위치한 토이보(toivo)는 수제(手製, handmade) 자전거를 만드는 공방이다. 함께도쿄사이클디자인전문학교(Tokyo College of Cycle Design, TCD)에서 공부한 이상우(35), 유소망(31) 부부가 작년 1월 문을 열어 운영하고 있다. 매장이 토이보만의 로고 간판과 깔끔한 은색 빛의 외부 디자인으로 멋스럽다. 투명 유리창으로 가게 내부가 들여다보이는데 자전거가 전시돼있고 부품과 기계들이 보이니까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뭐하는 곳이냐고 묻는다고 한다. 이상우 대표는 수제자전거를 맞춤양복에 비교해 설명했다.

“기성양복과 달리 맞춤양복은 자기체형에 딱 맞출 수 있고 소재와 디자인도 원하는 대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옷을 갖게 되는 거죠. 수제자전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체사이즈를 측정해 디자인, 성능과 소재를 고려한 부품 등을 원하는 대로 조합해서 자신만의 자전거를 만들 수 있어요. 부품의 교체와 수리도 용이하죠.”

토이보에서는 로드바이크, 미니벨로 등 자전거 종류 관계에 없이 모두 만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프레임을 제작하고 부품은 고객이 선택하는데 그 과정에서 토이보가 권유나 상담을 통해 가장 만족할만한 자전거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매장에는 부부가 만든 수제자전거가 전시돼있다. 유소망 대표가 만든 자전거는 일반적인 직선프레임이 아닌 직선과 직각의 조합으로 만들어져 더 튼튼하고 자전거 휠이 돌아갈 때 나는 소리도 다르다. 금속성의 울림이 길고 넓은 것이 특이하다. 이 대표가 이를 “매미우는 소리 비슷하다”고 이야기해준다. 이 대표가 만든 자전거는 올블랙인데, 이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일단 검은색 프레임을 만들고, 그 프레임에 어울리는 부품을 찾는다. 이때 부품의 성능과 가격 등도 고려하면서 완성을 시켜야한다. 자전거 안장을 잇는 부품에는 불빛을 내보내는 등이 설치돼있는데 원하는 디자인에 이런 기능을 포함하는 것도 수제자전거만의 매력이다.

유소망 대표의 수제자전거

많은 장점과 매력이 있는 수제자전거지만 한국에는 아직 인식이 낮은 편이다. 그만큼 매장도 드물어서 전국적으로 서울, 일산, 부산 등 몇몇 지역에 한두 군데뿐이다. 처음에 평택에 매장을 내려고 했을 때 서울에서 하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서울에 손님이 더 많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택에 자리를 잡은 건 평택에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평택에 문화가 부족하니까 지역단체 행사로 일본사람들이 홈스테이를 하는데 그 사람들을 데려갈 데가 없는 거예요. 학생들도 마땅히 갈 데가 없어 지나가다 그냥 들어와서 시간을 보내고 가요. 지금은 작지만 가게가 잘 되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요.”

부부는 두 사람 모두 평택에서 나고 자랐다. 평택에서 해보겠다는 결심은 한 데엔 이 대표가 평택시의 장학생으로 일본 아오모리공립대를 나온 것에 대한 고마움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의외로 공립대에서 전공은 회계였고 유 대표의 전공은 플라워아트였다고 한다.

이상우 대표의 수제자전거

“원래 신발, 구두 등 패션 쪽을 좋아했어요. 대학 다니면서 배울만한 데가 없나 찾아봤는데 학교재단이 마침 TCD 전문학교를 만든 거예요. 원래는 자전거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요. 당시엔 인생을 바꾸고 싶어서 도전해봤습니다.”

자전거를 만드는 일은 몸과 머리를 다 써야하는 일이다. 스틸을 잘라서 다듬고 불로 용접하고, 설계를 위해서는 캐드프로그램을 알아야했다. 또 부품에 대해서는 고객보다 잘 알아야 수급도 가능하고 권유도 할 수 있다. 다행히 일이 적성에 맞았다. 지금도 각종 책과 잡지를 보면서 공부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대학 교수 등에 전화해서 물어보는 등 열심히 기량을 갈고 닦는다. 문제는 아직까지 수제자전거를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주 수입원은 수리와 리스토어라고 한다. 리스토어란 기존 자전거를 복원하는 작업이다.

“낡은 자동차도 새 부품으로 갈아끼우고 복원하는 그런 작업이 있죠. 자전거도 마찬가지예요. 분해를 해서 녹이 슬어있으면 녹 제거를 하고 부품 등이 틀어져 있으면 수정도 하구요.”

자전거가 낡거나 고장 나면 버리고 새로 사지 않느냐는 생각을 쉽게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자전거가 아주 비싼 제품이거나 개인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물건일 경우가 주로 그렇다.

토이보는 가방 등 액세서리도 직접 제작하고 있다.

“손님마다 에피소드가 있어요. 유명하지만 단종된 특이한 자전거를 복원하고 싶다던가 옛날 부품‧프레임 가져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할아버지가 타던 자전거를 복원하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어요. 손님들이 멀리 지방에서 평택까지 자전거를 가지고 오세요.”

이 대표와 유 대표는 수제자전거가 발달한 미국과 일본처럼 한국에도 자전거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라고 있다.

“최근 자전거 탈 때 헬멧을 착용하도록 법이 만들어져 사람들이 반발하던데 아직 문화가 자리 잡히지 않아서 그렇다고 봐요. 안전에 결부된 문제라 일본은 학년별로 헬멧 색깔이 다를 정도거든요. 사람들이 많이 와서 여기서 자전거 문화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토이보는 핀란드어로 ‘희망’이라고 한다. ‘창업 3년이 고비’라고 말하지만 토이보는 앞으로 계획이 많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자전거를 전시하고 사이클크로스에 나서는 팀을 위해서 자전거를 제작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만든 경륜프레임 독점 유통도 계획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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