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과 평택 5-② 미군을 만나면서 변화된 평택 음식 문화 _ 햄버거 및 기타

[평택시민신문] 지난 2018년 7월 평택시 팽성읍 캠프 험프리스(K-6)에 주한미군사령부가 이전함에 따라 주한미군 이전이 완료됐으며, 본격적인 주한미군 평택시대가 시작됐다. 이에 앞서 <평택시민신문>은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의 주한미군기지 건설에 따른 지역사 차원의 주둔역사를 정립하고, 미군과의 바람직한 다문화 공동체를 형성하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미군 평택주둔 약사 및 생활문화에 끼친 영향>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책에는 평택의 각계 전문가들과 대학교수들이 참여해 평택지역의 외국군 주둔 역사와 미군주둔이 평택인의 생활과 삶에 미친 영향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더불어 주한미군 평택시대에 대처해야 할 지역사회의 과제 등 평택시민에게 주어진 미래의 과제를 살펴보는 내용도 담겼다. 주한미군 평택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 시점에 지역사 차원의 미군 주둔 역사를 이해하고, 한미양국의 이질감을 줄이고 새로운 공동체 문화 조성에 기여하기 위해 <평택시민신문>은 해당 도서의 내용을 지면으로 소개한다.

이번 글은 오향진 작가의 '미군을 만나면서 변화된 평택 음식 문화'를 싣는다.

 

송탄햄버거는 평택의 대표 먹거리이며
평택은 햄버거의 고장이라 할 수 있어

미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길, 그 해법은
평택음식에 담긴 지혜에서 찾을 수 있을 것

2. 미군의 달러를 벌어들인 평택인의 근성, 송탄햄버거

평택에 주둔한 미군들에게 음식을 팔고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것이 햄버거 장사였다. 임시로 대충 지은 포장마차에서 햄버거를 만들어 미군에게 팔기 시작했다. 햄버거 하나에 50센트였고 미국인들에게 그 돈은 매우 적은 돈이었다. 어떤 미군은 햄버거 하나를 시키고 10달러도 흔쾌히 주고 갔다고 한다. 미군들의 팁 문화 덕분이었다. 1달러에 두 개씩 파는데 그나마도 미군들이 줄을 서가며 기다려 사먹었다고 한다. 장사가 잘되는 가게는 하루에 200~300달러까지 버는 날도 많았다고 한다. 그야말로 달러를 긁어모은 수준이었다.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지금은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 '송탄버거‘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송탄버거의 탄생, 미스리버거

정확한 역사를 가늠하기 힘든 부대찌개와 달리 송탄햄버거는 또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82년 4월 김정수 씨가 좌판으로 햄버거를 구워 팔았다. 이것이 송탄햄버거의 탄생이었다. 당시 김정수 씨의 사촌은 경양식 주방에서 일하고 있었다. 사촌은 경양식을 먹으러 오는 미군들이 햄버거를 자주 사먹는 걸 보았다. 미군들에게 햄버거를 만들어 팔면 인기가 좋을 것 같아 김정수 씨에게 권유한 것이다. 김정수 씨는 부인과 함께 장사를 시작했고 예상보다 더 많은 미군들이 사먹어 바쁜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그렇게 돈을 모아 매장까지 얻어 ‘미스리햄버거’라는 간판을 내걸고 지금까지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남편은 김씨, 부인은 곽씨인데도 미스리라는 명칭을 쓰게 된 이유는 미군들이 부르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다 90년대에 아내가 암에 걸려 8년 정도 가게 운영을 쉬었다고 한다. 잠시 운영을 쉬긴 하였어도 35년의 역사를 가진 명실상부 송탄햄버거의 원조이다. 지금은 세월에 발맞춰 매우 다양한 메뉴들을 판매한다. 메뉴는 다양해졌어도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옛날 맛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햄버거 안에 들어가는 패티와 소스는 지금도 옛날 비법 그대로 직접 만들어 쓴다. 덕분에 20년 넘는 단골손님도 많다고 한다. 한 번은 햄버거를 처음 팔았던 35년 전 단골손님이었던 미국인 할아버지가 손자들과 손을 잡고 물어물어 찾아 왔다고 한다. 옛 추억을 쫓아 그리운 한국의 맛을 잊지 못하고 다시 찾은 것이다.

 

전국으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송탄햄버거

전국에서 송탄햄버거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송탄에는 수없이 많은 햄버거가게가 있고 모두 저마다의 재료와 스타일로 각자 나름의 햄버거를 개발해 팔고 있다. 육교버거, 은혜버거, 한스버거, 송스버거, 미스에스버거 등 그 매장 수만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언론에도 수없이 소개되어 전파를 탔다. 뿐만 아니라 송탄햄버거는 미군들의 입소문을 통해 미군 본토에서도 이미 정평이 나 있다고 한다.

두툼하게 다진 소고기, 양상추, 오이, 양파 등을 넣고 송탄만의 특별함을 더한다. 바로 계란프라이를 넣는 것인데 이것이 채소와 어우러져 부드러운 맛을 낸다. 영양학적으로도 한 끼 대용으로 손색이 없다고 한다. 계란, 양배추, 피클, 마요네즈, 머스터드소스, 케첩, 돼지고기 또는 소고기 등등 들어가는 모든 재료들만도 여러 가지다. 스페셜 메뉴는 들어간 재료가 너무 많아 그 두께가 한입에 베어 물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래서 햄버거를 손으로 납작하게 눌러 먹어야 가능하다. 이 두툼한 햄버거를 납작하게 눌러 압축한 버거가 네티즌들의 흥미거리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햄버거 체인점이 들어선 것은 1979년 롯데리아를 통해서다. 그리고 지금 이 땅에는 수많은 브랜드의 햄버거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햄버거로 지역의 토종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온 사람들은 평택 사람들이다. 명실상부 송탄햄버거는 평택의 대표 먹거리이며 평택은 햄버거의 고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 미군에 의해 변화된 그 밖의 음식들

미군 기지가 들어서고 평택 음식은 적잖은 변화를 맞았다. 미군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우리 스타일을 녹여 햄버거와 부대찌개를 만든 것 외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 미군들에게 팔기 위해 그들에게 배운 스테이크를 팔고, 오리지널 핫도그도 만들어 팔았다. 좌판으로 팔던 튀김은 간장에 찍어 먹던 것을 미군들 취향을 위해 소금을 뿌려주기도 했다. 지금도 인기가 좋아서 ‘부대튀김’이란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또 샌드위치는 미군뿐만 아니라 평택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미군부대에서 평택인과 미군들이 함께 샌드위치를 자주 나눠 먹으며 친구처럼 지냈다고 한다.

미군들로부터 소개받은 먹거리도 많았다. 코카콜라, 바나나, 오렌지, 피자 등이 대표적이다. 미군들이 전하는 많은 서양 음식들에 의해 지금의 송탄관광특구 다국적 음식점들이 갖춰질 수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군들이 평택에 서양음식문화를 전파했고 평택인은 그 중 새로운 것은 받아들이고 우리 스타일로 변형하고 결국 우리의 새로운 음식문화로 만들어 냈다.

 

평택음식, 그 안에 보이는 것들

흔히 미군들은 주둔한 지역의 물건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웬만한 것들은 미국에서 직접 가져다 쓴다. 먹는 것도 마찬가지여서 채소마저도 냉동해서 미국 것을 쓸 정도이다. 이 물건들은 외부로 빠져나가 주둔지의 생활이 미국화 되기도 한다. 콜라, 커피, 피자, 초콜릿, 햄, 소시지, 치즈 등 이런 음식들은 모두 미군에 의해 우리나라에 빨리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평택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미군들이 전해준 햄과 소시지를 우리나라 음식인 찌개에 넣어 새로운 우리나라 음식으로 만들어 냈다. 미군들이 매우 잘 먹는 햄버거에도 평택인은 계란프라이를 추가해 영양학적으로 더 완전한 우리식의 햄버거를 만들었다. 평택 지역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외지인의 문화를 이용해 새로운 평택의 문화를 만들어 냈다. 평택의 음식으로 유명한 송탄부대찌개, 송탄햄버거는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평택인의 자세가 보인다. 평택 음식 안에는 평택인의 애환과 역사가 녹아 있지만 동시에 평택인의 지혜가 보인다.

 

다원화된 세상을 사는 우리의 자세

누군가는 말하기도 한다. 부대찌개는 염도가 비교적 많고 인스턴트 햄은 몸에 좋지 않으니 가끔씩만 먹어야 할 음식이라고 말이다. 햄버거는 이제 정크푸드로 취급해 지양해야 할 음식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지금과 같은 풍요로움 속에서는 일견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사람들은 살아남았다는 안도를 하며 가슴을 쓸어내릴 여유도 없이 이제 굶주림을 해결해야 했다. 그때는 미군들이 먹고 버린 음식 쓰레기라도 먹어야 살 수 있었다. 그 음식쓰레기 속엔 미군들이 버린 담배꽁초와 휴지 등도 함께 뒤섞여 있었다. 그나마 그것도 양을 늘리기 위해 물을 붓고 팔팔 끓여 시장에 내다 팔았다. 가장들은 이 죽을 싸게 사와 온 가족과 나누며 연명해야 했다. 이것이 바로 꿀꿀이죽이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미군이 주둔한 많은 곳 서울, 평택, 부산, 원주, 동두천, 의정부, 진해 등 한반도 곳곳에서 꿀꿀이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런 궁핍한 여건 속에서도 평택인들은 송탄부대찌개와 송탄햄버거를 만들어 냈다. 평택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미군기지가 들어섰다. 미군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길, 그 해법은 어쩌면 평택음식에 담긴 지혜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글: 오향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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