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 책 하나되는 평택‘ 연중 릴레이 기고 18 _ 김선영 효명고등학교 3학년

 

김선영 효명고등학교 3학년

[평택시민신문] 『회색인간』은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이었다. 짧은 단편들이었지만 작품의 말미에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 있었기에 내용을 곱씹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내용이 짧고 전개가 빨라 술술 읽을 수 있었지만 읽고 난 후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쉬운 책은 아니었다. 『회색인간』에 실린 내용들은 실제로 일어날법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허구적인 이야기 속에 진실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배경설정은 비현실적이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얼마든지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일들이었고, 주인공 인물들에 나를 대입해 보면서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특히 이 책의 제목이 된 「회색인간」이 가장 인상 깊었다. 「회색인간」은 지저(地低) 세계의 인간들이 지상(地上)에 살고 있는 만 명의 사람들을 납치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지저 세계 인간은 이 만 명에게 자신들이 지상으로 나타나지 않는 대가로 자신들이 살아갈 땅을 파라고 명령을 내렸다. 만 명의 사람들은 반항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들은 항상 지쳐있으며 배고픈 상태였다. 사람들 사이에선 웃음과 분노, 사랑, 동정과 같은 감정도 없었다. 이런 감정이 없었기에 누군가가 자신의 빵을 훔쳐 먹었다면 매를 맞고 있는 것 또한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생존의 본능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에 주변의 사람들을 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여인이 노래를 불렀고, 사람들은 극한의 상황에서 노래를 부른 그녀에게 현실적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돌을 던졌다. 그래도 그녀는 노래를 멈추지 않았고, 누군가 노래하는 여인에게 빵을 가져다주었다. 이 장면은 소설에서 반전을 불러오게 되는 계기가 됐다. 소설가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돌을 던지지 않고, 이곳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 글로 남겨달라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인간이란 존재가 밑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그들에게 있어 문화란 하등 쓸모없는 것이었다.”라는 소설의 도입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현대 사회에서도 흔히 회색빛을 볼 수 있다. 주변의 직장인들, 수험생들만 봐도 그 안에 회색빛은 존재한다. 직장인들은 돈을 벌기 위해 혹은 지나친 업무량으로 인해 자신들의 여가를 누리지도 못한 채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대다수의 일반고를 진학한 수험생들은 남들이 대학을 간다는 이유로 성인이 되어서 도태될까봐 목적도 없이 공부를 하고 대학을 가는 경우도 있다. 이들에게 문화란 사치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나도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문화생활을 꾸준히 즐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회색인간」의 결말에서 문화를 통해 회색을 극복하듯이 우리 사회의 피폐해진 일상 또한 문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책이 현대 문제에 있어 해결책을 제시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회색을 이성이 없는 상태라고도 짐작을 했다. 소설 속의 사람들은 아무 감정이 없고, 아무런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기계에 불과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무색이 유색으로 바꿔지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이성적인 사고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보면 삶이 피폐하고 분위기가 어둡지만 결말을 보면 반전이 있거나 긍정적인 결말로 끝난다. 이는 ‘소수라 할지라도 노력하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난 보통 책을 읽으면 등장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감정이입하여 읽는다. 하지만 『회색인간』에 실린 단편들을 읽을 때는 마치 내가 그 상황에 놓인 듯, 갈등관계에 있는 등장인물들 모두가 이해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악한 행동을 하는 인물이 있다고 해도 난 그 사람 자체가 악한 것이 아니라 환경이 그 인물이 악한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 화학을 연구하고, 그 연구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 화학은 물질의 구조와 성질을 중요하게 다루는 과목이기에 논리력, 수학적 사고력, 판단력 등이 필요할 것이고, 교사로서는 공감, 존중, 배려, 따뜻함 등이 필요할 것이다. 『회색인간』은 탄탄하고 논리적인 전개와 인간을 향한 휴머니즘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나의 가치관과 인생관에 큰 역할을 할 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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