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_ 용이동 김은혜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로 들어서고 있다고 하는데

평택 시민들은 후진국 국민들보다

질 낮은 대중교통 서비스를 받고 있습니다.

생명과 건강을 위협 받는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시장님!

저는 미국에서 13년 살다 재작년 가을, 고국에 돌아와 평택 안성 지역에 머물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오랜기간 영어권에서 지내다 고국으로 돌아오니 한글도 낯설고 적절한 단어도 얼른 떠오르지 않아 재적응에 애를 먹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적응이 어려웠던 것이 평택시 대중교통버스 운전자들의 충격적인 운전 관행이었습니다. 선진국 문화권에서 대중교통 버스 운전자들이 일반인은 물론 특히 장애인과 노약자를 마치 귀한 고객처럼 대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오래 봐 왔기에 충격이 컸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시내버스 타기가 두렵고 탈 때마다 스트레스를 크게 받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이것이 저 혼자만의 고통과 고민이라 생각해왔는데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대중교통 버스를 발처럼 사용하는 많은 시민들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어 용기를 내 제가 직접 경험한 것을 정리해서 말씀드립니다.

 

1. 몇 달 전 용이동에서 송탄까지 한 시간 동안 2-2 버스를 타고 가면서 앞뒤로 심하게 흔들려 구토 증세를 심하게 느낌

2. 버스에서 내리지도 않았는데 문을 닫아서 문에 끼어 다칠 뻔 함. 그 후에는 시간을 더 벌어 보려고 꼭 버스 문 오른쪽으로 내림.

3. 올해 2월3일 영하 7도 날씨에 평택에서 송탄으로 가는 2-2버스 히터를 틀지 않아서 1시간 동안 버스 안에서 온몸이 꽁꽁 얼었음. 기사님께 히터 틀어달라고 부탁했다가 무서운 레이저 눈총만 받음.

4. 하차 종을 눌렀는데 그냥 지나 가길래 내려달라고 했더니 오히려 버스운전자가 왜 빨리 안 눌렀냐고 윽박지름.

5. 장애자와 거동 불편한 노인들에게 전혀 신경쓰지 않고 그분들이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화를 냄.

6. 버스가 급출발해 한 중년 아주머니가 타자마자 미끄러져 내려가 허리를 크게 다친 거 같았는데 운전자가 사과조차 하지 않음. 바쁜 일이 있어 차에서 바로 내려서 사후처리 모름

7. 신호위반, 속도위반, 앞차와의 간격 10센티미터, 교차로에서 차선 갈아타기 등 교통 법규 완전 위반 무법 천지.

8. 송탄에서 평택까지 한 시간 동안 운전기사가 개인 용무로 큰 소리로 쉴 새 없이 육두문자 써가며 통화하면서 운전함.

9. 아침시간에 곡예운전과 신호등 완전 무시하고 운행하길래 모임시간에 늦을까 봐 내리지도 못하고 단체 카톡방에 ‘무서워서 내리고 싶은데 모임시간에 늦을까 봐 꾹 참고 가고 있다’고 올렸더니 사람들이 걱정해주면서 조심해서 오라고 했음. 혹시 안 좋은 일 생기면 카톡방의 내용이 난폭운전의 증거가 될 거라 생각했음

10. 하루는 버스가 예정보다 30분 늦게 왔는데 그날 그 버스는 평택경찰서에서 박애병원, 평택역을 지나서 가야 하는데 기다리는 승객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곧장 통복시장 쪽으로 관통해서 운행했음.

11. 앞에 가는 승용차가 빨리 가지 않는다고 버스운전자가 경보음을 계속 울리며 욕을 함.

 

이제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로 들어서고 있다고 하는데 평택 시민들은 후진국 국민들보다 질 낮은 대중교통 서비스를 받고 있습니다. 생명과 건강을 위협 받는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시장님을 비롯한 교통분야 관계자분들(물론 신분 노출 안되게 위장하시고)과 평택의 지도자급 되시는 분들이 꼭 대중버스를 체험해 보시길 제안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했고 평택시도 ‘시민중심 새로운 평택’을 내걸었으니 한번은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택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평택 민영버스회사 운영 지원을 해오고 있는데 왜 평택시민들이 시민 혈세의 도움을 받는 대중 버스 회사에게 이런 폭력적 서비스를 일상으로 받아 가면서 살아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제가 고국에 돌아와 거의 2년 동안 평택시에서 대중버스를 이용하며 겪은 모든 불쾌하고 위협적인 팩트만을 적었습니다. 버스회사에 개인적으로 전화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시민 한 사람이 버스 회사에 전화를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평택시민들이 인터넷 블로그에 올려놓은 댓글들을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또 대부분 대중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층이 사회적으로 힘없는 약자들 (노인분들, 여자들, 학생들, 차를 살 수 없는 가난한 뚜벅이들, 외국인 노동자 등등) 이기 때문이란 걸 깨닫고 나선 마음속에 분노마저 생겼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버스 운전기사들도 평택 시민들처럼 잘못된 회사 스케줄(배차간격)과 버스운영 시스템의 희생양 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인터넷에서 평택 대중 교통 버스 운전자들의 행태에 대해 조사하면서 근본적인 문제는 - 버스기사 한둘 개인이 프로정신이 결여된 것이 아니라 제가 경험한 대부분의 버스기사들이기에- 조직과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면 이렇게 난폭운전을 단체로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운전자들의 의식과 태도도 큰 문제이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혼자서 고민 중에 얼마 전 인터넷에서 2012년 11월 평택시민신문에 실린 “고질적인 버스문제 공영제로 풀어야 한다.”는 기사를 발견해 읽고 평택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크게 공감하며 빠른 시정을 위해 글을 씁니다. 참고로 저는 40대 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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