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교수의 로컬 프리즘 _ 진세혁 평택대학교 국제무역행정학과 교수


이번 수돗물 단수 사태 축소‧은폐는 조직 내부 논리 우선하는 관료제 단점 드러낸 것
선출직 공무원과 관료조직의 상호보완 통한 주민지향 행정 이뤄져야

진세혁 평택대학교
국제무역행정학과 교수

[평택시민신문] 지방자치의 본질은 지역주민들이 스스로의 대표를 선출하여 스스로 다스리는 것이다. 말 그대로 자치(自治)이다.
왜 그래야 하는가? 지방행정은 지역주민들과 직접 부딪치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다. 주민들과 바로 접촉하며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주민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와 주민이 서로를 배우고 보다 민주적이며 효율적인 행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자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떤가? 지방의원도 단체장도 주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으면 어떤가? 주민의 대표를 선출하여 이루어지는 의사결정과정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필요없다는 의견이 우리 사회에 상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방행정은 관료제에 의해 주도될 수밖에 없다. 관료제는 정확한 원칙에 의해 운영되며 무엇보다도 효율성의 극대화라는 측면에서 그 장점을 지적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시험에 의해 공무원을 채용하여야한다는 것을 잘 이해한다. 전통적으로 과거시험을 통해 인재를 채용한 것과 같이 시험을 통해 인재를 채용하는 것을 근간으로 하는 사회이다.

시험을 통해 뽑힌 인력을 기반으로 조직을 구축하고 일사분란하게 중앙의 지시ㆍ통제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우리 사회에 강한 것도 우리의 역사적 경험과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일한 의사결정 센터를 구축하여 운영되는 관료제는 성과지향이라는 점에서의 장점을 결코 무시할 수 없으며 또 그 생명력은 앞으로도 길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관료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관료제는 외부지향적이기 보다는 내부지향적이라는 점이다. 조직의 운영이 내부의 원리, 원칙에 의해 운영된다. 법규에 없기 때문에, 법규에 저촉되기 때문에 안된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원하는 일들을 관료조직이 방기하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이다. 외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조직 내부의 논리가 중요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내부의 문제가 외부로 표출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 한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숨기려고 한다. 잘못된 문제가 있는 줄 알면서도 이를 드러내 놓고 해결하려 하지 않고 덮으려고 한다. 유리한 부분만 이야기한다. 과거 중앙집권적 행정이 이루어졌던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자치가 실시되고 있는 현시점에서도 이러한 일들은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 평택시 서부권 수돗물 단수 사태에 대한 축소ㆍ은폐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우리 사회 관료조직의 우수성은 높이 평가되어야만 한다. 많은 공무원들이 높은 도덕성과 우수한 업무능력을 갖고 열심히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현재와 같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데 있어서 관료조직의 역할과 기여는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주민들을 위한 행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항상 제기될 수밖에 없다. 지방의원과 단체장과 같은 선출직들은 선거를 거쳐야 하고 선거과정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에 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는 선출직 공무원들과 관료조직의 상호보완을 통해 궁극적으로 주민지향적 행정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선거에 의해 선출된 이들은 관료조직이 갖고 있는 내부지향성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주민들이 원하는, 주민들이 지향하는 바를 실현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관료조직의 시각에 매몰되지 않고 주민의 시각에서 행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주민들이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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