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재단, ‘회색인간’ 읽고 독서토론회

시민사회재단 회색인간 독서토론 - 시계방향으로 조영필 서민주거복지 위원장, 오준석 건설분쟁조정 위원장, 조형래 시민건강증진 위원장, 원치은 시민사회재단 공동대표, 김훈 평택호수질개선 위원장, 이지원 책읽는사회만들기 위원장, 조종건 공동대표

[평택시민신문] 시민사회재단은 5월 23일 <평택시민신문>과 평택시립도서관이 공동주관하는 ‘한 책 하나 되는 평택’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김동식 작가의 ‘회색인간’을 읽고 회원들간 토론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사벌 LH7차 뜨레휴 관리동 2층 작은도서관에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는 원치은·조종건 시민사회재단 공동대표를 비롯, 재단 내 18개 분과 위원장들인 김훈 평택호수질개선 위원장, 오준석 건설분쟁조정 위원장, 이지원 책읽는사회만들기 위원장, 조영필 서민주거복지 위원장, 조형래 시민건강증진 위원장이 참석해 책을 읽고 느낀 감상과 그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았다. 시민사회재단은 사회적 불평등 해소와 공공성 강화를 기치로 내걸고 올해 4월 창립한 시민단체. 한 달에 2회 독서토론을 하고 있다.

첫 감상의 운을 뗀 조종건 공동대표는 “회색인간하면 권력의 눈치를 보는 야비한 느낌이 든다”며 “책 내용이 가학적이다.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어놓고 그 속에서 발현하는 인간본성을 표현한다”고 제목이 주는 느낌을 표현했다. 조형래 시민건강증진 위원장은 “책 주제이기도 한 ‘회색인간’은 강력한 힘을 가진 지하세계인들이 지상의 인간을 데려다가 일을 시키는데 노래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하는 인간 감성의 부분을 금지하고 오로지 먹고 일하게 하면서 지상인간들이 핏빛을 잃어간다. 누군가 용기를 내 다시 노래를 부르면서 인간성이 회복된다. 핏빛에 대응하는 표현으로의 회색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원치은 공동대표는 “몇몇 단편에서 사회 부조리를 유머러스한 흐름으로 고발하고 사회통념이 더 이상 판단 잣대로 작용하지 않는 엉뚱한 결론으로 이어지면서 이야기의 결론을 독자들이 맞추지 못하도록 밀고 당기는 느낌을 받았다. 어디서 많이 본거 같고 어느 영화에서 빌려왔나 싶게 플롯이 신선하지 않은 단편도 있었는데 그래도 결론은 궁금했다”면서 재미를 전했다.

오준석 위원장은 “결말은 항상 나락에 떨어졌다가 다시 희망을 보는 것”이라며 “냉소적이지만 휴머니즘을 포기하지 않는다. 시니컬한 휴머니즘을 구현한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조영필 위원장은 “허무적인 결론에 이르지 않는 것이 특징인데, 그것이 휴머니즘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면서 “철저히 자본주의를 인정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며 현실을 냉소, 비판하지만 부정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의견을 말했다.

작가의 주제의식이 현실에 미치는 영향에도 논의가 진행됐다.

조형래 위원장은 “작가가 일부러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쓴 것 같지 않으면서도 독자가 자신을 응시하게 만든다. 읽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책이 전달하는 의미가 달라질 것 같다”고 평하고 “역할 바꾸기 게임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때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다. 타산지석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이해해보라는 의미인 것 같다”고 인상적인 부분을 회고했다.

이에 조종건 공동대표는 “고통당하는 자의 시각을 고민하지 않으면 미숙한 삶을 살게 된다. 대한항공 경영진 같은…”이라고 말해 시사점을 줬다.

조영필 위원장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지도층의 판단이 과연 현명한 판단인가? 그게 과연 정의인가?”하는 의문을 던지고 “무엇을 없애고 살리고 하는 인간의 자유가 박탈된 상황에서는 도덕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도덕이 무너진 사회는 실제 마을, 국가서 나타나고 있다”며 소설의 상황과 현실이 다르지 않음을 지적했다.

또 기존의 소설과 다른 파격적인 소재와 전개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갔다.

‘85년도에 성남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고 일할 수 있는 나이에 바닥타일을 배웠다’는 책에 적힌 작가 프로필에 대해 오준석 위원장이 “80년대 당시 호남출신 성남 철거민들이 많았다. 그중에 일자리를 찾아 부산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 경우가 아닌가 싶다. 20세 이전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바닥타일 일을 배웠다는 건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일거 같다. 바닥타일 일은 육체적으로 힘들어 그 나이에 버티기 어려웠을 거고 2006년 서울로 올라와 상대적으로 덜 힘든 악세사리 공장에 취직을 했다. 작가가 태어난 85년에서 90년대 초반은 희망 없이 암울했던 전두환 노태우 시절이었다. 2006년은 노무현 시절로 사회에 변화가 오고 있음을 느끼면서 상경했을 텐데 보석세공과 달리 악세사리는 부가가치가 높지 않고 조악한 제품이라 임금이 매우 낮았을 거다. 천원 이천원에 넘겨 길거리에서 삼사천 원에 팔리는 악세사리 공장에서 10년 동안 일하면서 작가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조악한 재료로 반짝반짝하게 만든 악세사리를 좋다고 끼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또 노동자들보다 더 잘날 것도 없는 사장이 노동자를 대우하는 행태를 보면서 사회 부조리에 대한 반박 같은 것을 많이 키운 거 같다”는 상상에 회원들이 웃음을 터트리며 작가를 초대해 사실인지 꼭 확인해보자고 말했다.

이지원 위원장은 “작가가 엘리트가 아니다. 학습된 사람이 아닌 독자가 키운 작가라 한다. 이런 사람이 탄생했다는 데 의의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평했다. 조형래 위원장은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면서 “대부분 책은 여운을 남기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게 없어 깔끔하다. 꼭 복잡하게 살 필요가 있나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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