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 책 하나되는 평택 연중 릴레이 기고 8

김영아 한책하나되는평택 추진위원

[평택시민신문] 올해 평택시민이 함께 읽을 한 책으로 「회색인간」이 선정되었다. 선정위원들과 많은 후보도서를 나눠 읽고 여러 번의 회의를 통해 의견을 나누고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한 책이 선정되었다. 24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회색인간」은 특이한 소재와 상황에서 기발하고 위트 있는 반전으로 호기심을 자극해 손에서 책을 놓기 아쉬웠다. 읽는 내내 답을 찾아가는 공식 같기도 했고, 짙은 안개 속으로 점점 빨려 들어가 이리저리 헤매다가 다다른 갈림길에 이르러 ‘너는 어느 쪽으로 갈래?’라고 묻는 표지판을 만난 기분도 들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소재지만 묵직한 울림으로 가슴이 먹먹하기도 한 소설이다.

<무인도의 부자 노인>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성서의 <옳지 않지만 지혜로운 청지기>의 비유가 떠올랐다.

한 청지기가 있다.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지배인이다. 주인이 믿고 맡긴 재산을 잘 관리하지 못하고, 낭비한다는 소문이 주인의 귀에 들렸다. 주인은 청지기를 불러 그 책임을 묻고 해고를 선언한다. 부당한 해고는 아니지만 살아야 했기에 스스로에게 자문한다. “내가 무엇을 해서 먹고 살까?” 그리고 자답한다. “땅을 파자니 힘이 없고, 빌어먹자니 부끄럽구나.” 그때 떠오른 묘안에 무릎을 치고는 아직 남아있는 권한을 활용하기로 한다. 그는 주인에게 빚진 채무자를 한 명씩 불러서 빚을 탕감해 주겠다며 장부를 조작한다. 주인의 돈으로 인심을 쓰면서 비록 해고된 후에도 빚을 탕감 받은 채무자들이 그 은혜를 갚으리라는 속셈이다.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유연함으로 기지를 발휘하여 위기를 모면한 노인은 청지기와 닮았다.

“침몰한 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구조대가 올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사람에게만 통조림을 지급하겠다는 통조림 주인의 황당하고 민망한 선언에 노인은 침묵한다. 그리고 이내 침묵을 깨고 제안한다. “그 통조림 하나를 천만 원에 사지.” 자신이 엄청난 재산가라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며, 각 사람의 재능과 수고에 대가를 지불할 것을 약속한다.” - 「회색인간」 중-

두 이야기는 거짓말과 절도에 해당하는 옳지 않은 행위는 책망을 받아 마땅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예견하고 벗어나야겠다는 희망의 모티브가 되었다. 구조대를 기다리다 지쳐 자포자기하며 의기소침해 있을지 모를 무리에게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했던 것이다.

두 눈 부릅뜨고 살면서 우리가 못보고 있는 건 무엇일까? 나와 다수가 가진 상식이 범하는 오류는 무엇일까? 사유하는 삶이 정지된 곳에서 삶의 열매는 무엇으로 맺힐까하는 끊임없이 올라오는 질문에 그래도 답을 찾아가는 삶을 멈추지 말아야겠다는 긴 여운으로 책을 덮었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 내일을 위하여 신속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지금 발견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후회는 언제나 늦고, 시작은 언제나 빠르다.” -헤밍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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