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북면은 청룡면과 율북면 감미면의 일부를 합해 청북이 되었다.

송탄은 송산면과 탄현면이 합쳐 송탄이 되었다. 어찌 보면 당연히 두지역이

합치니 한 글자씩 따서 이름지었다 할 것이지만 속셈은 정체성의 말소에 있었다.

한도숙 전 전국농민회 회장

[평택시민신문] 땅이름은 그 지역의 정체이며 역사다. 땅이름이 주어진 것은 오랜시간이 누적되어 그 땅에 살아온 사람들의 지혜로 만들어졌다. 그 땅의 문화 즉 삶의 지혜들이 오롯이 그 이름에 담겨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런 땅이름을 제대로 가지고 있는 것인가. 우리 땅이름이 본래의 이름과 달리 훼손되고 모호해진 것은 가깝게는 일제의 강압적 병탄에서 찾을 수 있다. 일제에 의한 땅이름 훼손은 민족정기와 관련이 있기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본래 땅이름은 그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에 의해 지어졌다. 그래서 우리 땅의 이름은 당초 우리말로 지어진 것들이다. 현재 중국의 ‘즙안현’은 고구려의 땅이고 당연히 우리말 ‘집안’이다. 그런데 이 땅이름이 훼손된 첫 번째가 행정편의와 지도를 제작하면서 한문화된 것으로 보인다. 서라벌(徐羅伐)은 셔블(서울)을 억지로 한문으로 옮긴 것이다. 지금 서울을 ‘서우얼’(首尔)이라고 표기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우리 땅 이름은 수도 없이 바뀌어 버렸다. 조선시기에 오면 우리를 소중화(小中華)라고 하여 중국의 마을 이름을 차용해 썼다. 팽성은 이미 오래전에 초한지에 나오는 중국지명이다. 양주라던가 함양 등이 우리 고유한 지명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세종 임금은 마을 주(州)자가 들어간 지명을 산(山)이나 천(川)으로 바꾸기도 했다.

일제는 1910년 강압적으로 국권을 찬탈하고 한일병탄을 저질렀다. 그리고 4년 후인 1914년 3월 지방행정개편을 단행했다. 600년간 이어온 행정체제를 없애버리고 자신들의 통치전략을 담아 행정체계를 변경했다. 행정체계의 변화는 지방의 정체성을 말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특히 그들이 행정구역을 통폐합하면서 땅이름을 완전히 훼손시켰다는 사실이다. 평택의 정체성은 아무래도 진위현이다. 그런데 진위를 폐지하고 조그만 평택을 전체로 확대한 것은, 구황실은 가고 새롭게 혼마치(원평동)에 일인들을 중심으로 한 평택이 이 지방의 중심이라고 강제한 것이다.

일제의 지방행정개편은 각 마을을 통폐합하면서 절정에 달한다. 그동안 불리던 우리땅 이름과 한문 투의 이름을 폐지하고 이 동네에서 한 글자 저 동네에서 한 글자씩을 차용해 이름을 짓거나 새롭게 만들었다. 그동안 살아왔던 정겨운 동네 이름이 사라진 것이다. 그뿐인가. 방위를 중심으로 이름 짓기도 했다. 동,서.남,북면은 대표적이다.

이런 일은 우리지역에서도 나타난다. 청북면은 청룡면과 율북면 감미면의 일부를 합해 청북이 되었다. 송탄은 송산면과 탄현면이 합쳐 송탄이 되었다. 어찌 보면 당연히 두지역이 합치니 한 글자씩 따서 이름지었다 할 것이지만 속셈은 정체성의 말소에 있었다. 일제에 비협조적이거나 독립운동, 의병운동에 참가한 자가 있는 동네는 아예 이름을 지워버리기도 했다.

이런 땅이름의 말살과 훼손은 우리 정신을 좀먹고 일제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곡된 땅 이름들이 3.1만세혁명 100년이 되가는 지금에도 바로 잡혀지지 않고 일제의 지배방식대로 지명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들을 보면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오랫동안 사용한 지역 이름을 바로잡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새로 도로가 뚫리고 새로운 도시가 생겨나는 평택은 길 이름 땅 이름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 얼마 전 소사지구를 이화지구로 변경한 것은 부실하기는 하나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또한 새로운 길 체계로 만들어지는 길 이름들이다. 역사성과 정체성은 내버리고 일제의 방식이거나 영어식이거나 하는 이름들은 지양되어야 한다.

땅이름에 우리의 혼이 있다. 땅이름을 함부로 해석해서도 곤란하지만 땅이름을 일제가 저지른 만행 그대로 쓰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3.1만세혁명 100년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너무도 부끄러운 치욕들을 받아들이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청북면은 청룡면과 율북면 감미면의 일부를 합해 청북이 되었다. 송탄은 송산면과 탄현면이 합쳐 송탄이 되었다. 어찌 보면 당연히 두지역이 합치니 한 글자씩 따서 이름지었다 할 것이지만 속셈은 정체성의 말소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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