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되면 출마한 누구나가 ‘소통’과 ‘경청’을 부르짖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선 된 이후에도 낮은 자세로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들이 많지 않으리라는 것은 단지 기우일까.

백정훈 사회복지사

[평택시민신문] 선거의 계절이다. 크고 작은 행사와 모임에서 이번 선거에 출마한 많은 후보자들을 마주한다. 이어지는 악수와 명함 세례에 정신이 없다. 미안하게도 너무 많은 인사 뒤에 돌아서면 누가 누구인지를 기억하기도 어렵다. 주워 담은 명함을 들추어보며 기억을 되돌릴 따름이다.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부른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시민을 대변할 대표자를 뽑는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시민의 선택으로 시민의 뜻을 반영할 정치인과 지역의 수장을 뽑는 일은 기쁜 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씁쓸함이 밀려든다. 이렇게 자주 마주치며 인사할 수 있는 것도 지금 이 '시기'밖에는 없을 것 같다는 걱정 때문이다. 선거철만 되면 출마한 누구나가 '소통'과 '경청'을 부르짖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선 된 이후에도 낮은 자세로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들이 많지 않으리라는 것은 단지 기우일까.

사회복지 영역과 관련해서도 많은 제안과 대안, 정책들이 쏟아진다. 방향성과 방법론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목적은 한결같이 '시민의 행복과 보다 나은 삶의 질'이다. 하지만 이런 후보자들의 태도와 약속들이 선거 한철에만 유효한 '일회용'로만 그칠지도 모른다는 노파심이 드는 건 왜일까.

그런 면에서 투표권을 가진 시민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지방선거를 '일회용 선거'로 만들지 않는 것은 결국 유권자인 우리의 몫이다. 정치인의 임기는 정해져 있지만, 지역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임기에는 제한이 없다.

시민들은 4년이 아닌, 더 먼 미래에 지역의 사회복지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검증의 기준으로 두어야 한다. 지역을 사랑하고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시민들의 선의에 우선순위를 두는 이들을 찾아야 한다.

또한 남발되는 사회복지 관련 공약과 약속들 중에서 실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살펴야 한다. 특정 그룹의 이해만을 반영하고 있지는 않은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사회복지 발전이 아닌 당장의 성과만을 나열하는 보여주기식 정책과 공약들은 아닌지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정책들이 시민들과의 '소통'과 '경청' 속에서 이행되는지를 지켜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위에서 내리 꽂는 정책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참여예산제 등을 비롯해 다양한 주민 참여 기회를 활용하고 이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 관심을 가진 시민들을 중심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존 킨 교수가 <민주주의의 삶과 죽음>(교양인)이라는 저서에서 주장한 ‘파수꾼 민주주의’에 대해 되새겨볼만한다. 그는 “과거에는 선거와 정당과 의회가 시민들의 삶을 강력하게 장악했지만 이제 그 장악력은 약해지고 있다..... 여전히 선거는 민주주의에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이다. 하지만 이제 민주주의는 선거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국가의 내부와 외부에서 권력을 독립적으로 감시하는 이들은.... 정치인과 정당, 그리고 선거를 통해 구성된 정부를 항상 긴장된 상태로 있도록 강제”하며, 이러한 민주주의 형태를 ‘파수꾼 민주주의’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시민인 우리가 일회용 유권자가 되지 않아야 일회용 선거가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선거를 앞둔 지금부터,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나와 우리 가족, 우리 자녀와 내 이웃, 후손들이 행복할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치인이 누구인지를 찾고, 선거 이후에도 그 약속의 실행 여부를 감시하는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한 지역의 발전은 한 사람이 아닌, 그 지역의 시민들의 역량에 달려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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