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핵 포기하고 남한은 기회 잡아야

…근대화 골든타임 놓쳤던 갑신정변 되풀이 안 돼”

김남균 평택대 미국학과 교수

[평택시민신문] 5월 22일 한미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북미정상회담도 수 주안에 개최될 전망이다. 특히 처음 개최되는 북미정상회담은 ‘불량국가’로 낙인찍힌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북미관계의 성공적 변화는 우리 민족에게 통일의 시대를 여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우리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역사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은 우리나라와 근대식 조약을 맺은 첫 서양 국가였다. 미국과 수교하기 전 조선은 지금의 북한과 같이 극단적인 은둔 국가였다. 1871년 미국과 신미양요를 겪은 조선정부는 척화비까지 세우며 철저한 쇄국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1882년 조선은 전격적으로 미국과 수교를 결정했다. 조미수교를 결정한 이유는 한 가지였다. 조선의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조선은 안보상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강화도조약 체결로 일본의 영향력은 높아졌고, 북쪽으로부터 러시아 세력이 커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신흥 세력에 대한 중국의 견제력은 미약했다. 조선은 노쇠한 중국을 대신하여 한반도의 세력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안보 파트너가 절실히 필요했다.

1882년 5월 22일 조선정부의 신헌과 김홍집이 미국정부가 파견한 로버트 슈펠트를 인천에서 만났다. 양국 대표는 별다른 문제없이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했다. 조약의 일부 내용은 조선정부에 불공정했고, 조선 측 대표의 인명 표기조차 어색했다. 미국 측이 작성한 영어 조약문에 우리 대표의 한자 이름이 중국식 발음으로 적혀 있다. 신헌은 신첸(Shin Chen), 김홍집은 친홍지(Chin Hong-Chi)가 되었다. 서양 국가와 맺은 첫 조약의 어색한 모습이었다.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조미조약은 조선이 근대국가로 발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조약이 체결된 이듬해 미국 아더(Chester Arthur) 정부는 푸트(Lucius Foote)를 공사로 파견했다. 같은 해 조선정부도 외교사절단을 미국에 파견했다. 사절단 대표는 민영익이었다. 홍영식이 부대표로 임명되었고, 서광범, 유길준, 변수, 고영철이 수행원으로 임명되었다. 두 명의 무관도 따라 갔다.

사절단은 워싱턴을 비롯하여 미국의 여러 도시와 산업시설을 살펴보았다. 민영익은 미국정부가 내준 군함을 타고 유럽을 순방하는 기회도 얻었다. 조선 사절단에게 미국이나 유럽은 충격이었다. 당시 미국은 철도와 철강 그리고 석유산업이 선도하는 고속 경제성장을 경험하고 있었다. 1880년 제조업능력에서 미국은 영국에 이어 세계 2위였다. 1900년까지 미국은 영국을 제치고 제1위의 산업국가가 되었다.

귀국 후 홍영식과 서광범은 1884년 김옥균이 주도한 갑신정변에 참여했다. 그러나 민영익은 참여하지 않았다. 반대로 그는 개혁파의 제거 대상이 되어 있었다. 갑신정변은 3일 천하로 끝났다. 조선 근대화의 씨앗이 될 수 있었던 개화파는 붕괴하고 말았다. 우리 민족이 근대화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순간이었다. 근대화의 기회를 놓친 조선은 결국 이웃 국가의 식민지가 되는 망국의 쓴 맛을 보고 말았다.

지금 우리 한반도에는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부시 정부 때 ‘악의 축(axis of evil)’으로까지 불리던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거듭날 기회를 맞고 있다.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번영과 평화의 새로운 역사를 준비해야 한다. 남한도 이번 기회를 국내 정치싸움으로 망쳐서는 안 된다. 근대화의 골든타임을 놓쳤던 갑신정변과 같은 정쟁을 되풀이 할 것인가? 남북한의 소모적 군사력 대결도 이제 끝내야 한다. 또한 1882년 5월 22일 우리와 선린관계를 시작하였던 미국도 이제 강대국 일방주의를 포기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한반도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조미조약 체결일과 같은 5월 22일 개최되는 한미정상회담 그리고 이어서 개최될 북미정상회담이 북핵 위기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기회로 바꾸는 극적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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