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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평택은 인구 80만 시대 광역도시 대비할 정치적 리더십 필요하다
김기수 기자 | 승인 2018.05.09 12:10|(911호)

[평택시민신문]

지난 20년 지방자치 중간평가하고 내생적 지역발전 이끌 패러다임 전환 필요

지역 혁신역량 키우고 미래형 산업도시로 발전시킬 산업정책 절실한 상황

김기수 발행인

1.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약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주요 정당의 후보자 공천 작업도 막바지에 이르러 대진표도 거의 나온 상태이다. 관심을 끄는 평택시장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정장선 후보와 자유한국당 현 시장인 공재광 후보, 바른미래당 이동화 후보가 각각 공천을 확정해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도의원 선거 구도도 거의 확정됐고, 시의원 선거구 역시 마찬가지다. 바른미래당의 시·도의원 공천이 완료되지 않았으나 시의원 바선거구(비전1동·비전2동)를 제외하면 공천 경합지역이 많지 않아 선거 대진표의 윤곽은 거의 나온 편이다.

평택 지역의 이번 지방선거는 주요 3정당의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모양새다. 평택시장 선거는 매우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의 정장선 후보와 현역 시장인 공재광 후보의 경합은 특히 시민의 관심거리다. 각 선거구마다 1명의 당선자를 내는 평택지역 경기도 의원의 경우 5명을 선출하게 되는데, 현재의 정당 지지도 등을 종합하면 더민주 후보와 자유한국당 후보가 바른미래당 후보보다 상대적 우위에 있다는 것이 일반적 예측이지만,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인 이 지역출신 유의동 국회의원이 선거를 진두지휘하고 있어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시의원 선거구의 경우, 6개의 선거구 가운데 2명을 선출하는 2인 선거구가 4곳, 3명을 선출하는 3인 선거구가 2곳이다. 역시 일반적으로는 더민주 후보와 자유한국당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선거구의 특성과 인물경쟁력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이제 본격화되는 선거전을 앞두고 각 후보의 정책과 공약, 도덕성과 인물 됨됨이에 대한 정보제공과 검증도 언론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지만, 이번 지방선거가 진행되는 정치지형, 평택 지역에서 이번 지방선거가 갖는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2. 우선 정치지형이다. 2016년 촛불집회 이후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뒤 이은 대통령 선거, 얼마 전 역사적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정치정세는 숨 가쁘게 전개되었다. ‘적폐청산’과 한반도 비핵화 등 대형 이슈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지방선거는 아직까지도 본격적인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지 못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5월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을 고려한다면, 이번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어느 선거보다 관심사에서 멀어질 지도 모른다. 더욱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80퍼센트를 넘고 더민주 정당지지도가 50퍼센트를 상회하는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도는 20퍼센트 초반에 갇혀 있는 형세를 고려하면, 이번 지방선거 지형은 집권 여당인 더민주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심지어 ‘대통령이 더민주 지방선거운동 다 해주고 있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올 정도이다.

아직 여러 변수가 남아 있고, 지방선거는 정당 지지도나 전국적 이슈도 중요하지만 지역적 의제와 인물 경쟁력 등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더민주에 유리한 정치지형이 곧바로 더민주 후보의 승리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남북회담을 ‘정치쇼’라고 규정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데서 보듯 자유한국당과 보수진영은 근본적으로 달라진 현재의 정치지형에 대한 판단과 적응력에 한계를 보이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이번 지방선거가 후보자의 당락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전통적 보수세력의 침몰과 정계 재편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평택지역도 전통적으로 보수적 투표성향이 강했던 지역이지만, 지난 대선을 계기로 진보적 투표성향을 보인 유권자 표심이 이번 지방선거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3. 어찌됐든 평택에서도 선거를 한 달 여 남겨 둔 시점이지만 아직 지방선거 열기는 크게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전국적 상황에 영향받는 측면도 있겠지만,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이 평택지역 쟁점 형성과 시민적 관심도 제고 등등에서 이렇다 할 접점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한 요인이 아닐까 한다. 평택은 다들 전환기적 상황에 처해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지만, 평택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무엇이고, 이 현안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해결되어가고 있는지, 지난 4년간 공재광 시장과 평택시의회 의원들이 이를 얼마나 잘 관리하고 해결해 왔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된 평가가 없다. 인구 80만 광역도시로 발돋움한다는 평택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출될 차기 시장과 시·도의원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역사회의 합의된 방향도 없는 모양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지방정치를 혁신하고 지역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일고 있지만, 지역 적폐청산이라는 추상적 표현 보다는 지역의 현안과 쟁점을 구체적 정책으로 도출해 내고 개별 후보자와 정당의 승패를 떠나 평택의 미래와 지방자치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선거과정이 될 필요가 있다.

평택지역에서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는 무엇일까? 새로 선출되는 평택지역의 선출직 공직자들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차분히 짚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관점에 따라,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양한 시각이 있겠지만, 필자는 이번 평택 지역 지방선거의 의미와 과제에 대해서 다음 3가지 정도를 생각해 보았다.

4. 우선, 이번 지방선거의 가장 큰 의미는 인구 80만 시대 광역도시를 대비할 정치적 리더십을 선출하는 선거라고 본다. 이번 선거는 1996년 5월 3개 시·군 통합 이후 22년이 지난 시점에서 진행되는 선거이다. 통합 20주년이 되는 2016년에는 지방선거가 없는 시기였기에 올 해의 지방선거는 지난 20여 년간의 평택지역의 지방자치를 중간 결산하고, 향후 20년 내지 30년 후를 내다보는 평택 지방자치의 새로운 틀과 모델을 만들어 나갈 정치적 리더십을 선출하는 선거이다. 지난 20년 간 평택 지방자치가 발전한 측면도 있지만, 지방자치의 부정적 측면도 많이 나타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지방자치에 대한 피로감도 누적되고,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과 열정도 줄어들고 있다. 평택형 지방자치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평택의 지난 20년은 내재적 성장 동력 보다는 외생적 성장 동력이 발전을 견인해 왔다는 특징이 있다. 평택항 개발과 미군기지 이전으로 인한 삼성·엘지 입주, 평택지원특별법, 고덕신도시개발, 브레인시티 산업단지 개발, 대규모 택지 개발 등등 외생적 요인이 발전을 견인해 왔다. 그 결과 미래에 대한 장밋빛 꿈은 그럴듯하지만 지역사회의 주체 역량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급격한 도시개발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아파트와 주택단지, 전국 최고의 땅값 상승률이 이를 상징하지만, 정작 인구 80만 시대 광역도시를 대비해야 할 도시계획·교통·교육·문화·복지·산업경제·환경·안전 등 시민 생활과 삶의 질과 연관되는 각 분야의 하드웨어 인프라와 소프트웨어적 혁신 역량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지방자치 20여 년을 중간 점검하며 이제 외생적 요인이 아닌 내생적 힘에 바탕한 평택형 지방자치를 키워나가야 한다. 이번 선거는 최소 4년 후인 2022년과 8년 후인 2026년까지를 내다보며, 평택을 혁신할 정치적 리더십을 구축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정당을 떠나, 인구 80만 시대를 대비한 명확한 비전과 정책, 열정을 지닌 인물들이 경쟁하고 선출되어야 한다.

둘째, 이번 선거를 통해 당선된 시장·도의원·시의원 등 새로운 선출직 정치지도자들은 지방자치의 실질적 내용을 확대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라 판단한다. 흔히 거버넌스나 협치를 이야기하지만, 거버넌스나 협치의 본질은 공무원이나 행정이 앞장서서 주민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 함께 행정과 의정을 펼치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주민자치를 확대하는 것이다.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시장이나 1800여 명의 공무원들이 평택의 주인이 아니다. 50만 평택시민이 주인이다. 행정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이끈다는 생각으로는 지방자치를 성공시킬 수 없다. 이번에 선출되는 선출직 정치지도자들은 지방자치 역량 강화의 핵심은 시민의 자치 역량, 평택지역의 사회적 자본의 힘을 키우는 것이라는 점을 깊게 자각했으면 한다. 지역 사회 각 분야의 시민·전문가들과 함께 평택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창의력 넘치고 열정 가득한 우수한 지역 인물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게 하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고, 사회 각 영역에서 도시를 이끌어 나갈 혁신 역량들과 다양한 자발적 조직들을 육성하고 이들과 함께 평택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는 당위의 문제가 아니고 현실적 절박함의 문제이다. 주민 자치 역량을 키우고 이 역량과 함께 하지 못한다면 평택 지방자치의 미래는 없다는 점을 근본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그러한 관점과 전망, 리더십이 있는 인물들이 선출되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평택항·삼성·엘지·브레인시티·황해경제자유구역·고덕국제신도시·국가 및 지방산업단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평택을 경쟁력 있는 미래형 산업도시로 만들어 나갈 산업 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평택형 산업 생태지도를 그리고 완성해 나가야 한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돼야 백성의 마음이 편안하다는 무항산 무항심(無恒産無恒心)이라는 말처럼, 정치의 핵심은 시민의 먹거리를 해결하는 것일 것이다. ‘대한민국 신성장 경제신도시’라는 평택시의 슬로건처럼 평택은 전통적 도농복합도시에서 급격한 산업화가 진행되는 도시다. 안타깝게도 귀에 따갑게 듣고 있는 대규모 산업단지와 각종 개발사업들의 결실을 시민들은 잘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첨단산업 유치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유망 지역 중소기업 육성이나 신·구도심의 조화로운 발전 등 지역사회의 경제적 과제가 많다. 평택은 다른 지역에 비해 엄청난 성장 잠재력이 있다는 데에는 모두들 동의하지만, 이 성장 잠재력이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경제적 풍요로 귀결되기 위한 로드맵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자치에서 자치 경제, 내생적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그러나 평택 지방자치는 경제 정책이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평택항 등 개별 현안에 대한 정책도 부족하지만, 대규모 개발이 유기적 연관성 없이 각자 따로 놀고 있는 현실이다. 10년 후 20년 후를 내다보며 산업이 지역 생산성과 지역민의 부,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산업생태계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산업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중앙정부는 기획재정부나 지식경제부, 혹은 미래창조과학부 등 경제와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를 통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평택은 왜 못하는가? 오히려 이러한 정책이 더 절실히 필요한 지역이 아닐까? 대규모 개발이 광풍처럼 몰아치는 평택에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미래형 산업도시로 만들 정책에 대한 비전과 전망을 갖춘 지도자를 지금 평택은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5. 이제 지방선거가 30여 일 남았다. 큰 쟁점 없이 진행되는 선거이지만, 평택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선거이다. 난개발과 아파트 위주의 획일화된 평택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는 없을 것이다. 작지만 내실 있고 강한, 활력이 넘치는 역동적인 도시, 그러면서도 삶의 수준과 문화가 꽃피는 평택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도시의 미래 발전 전략을 놓고 수준 높은 토론과 캠페인이 펼쳐지는 멋진 선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기수 기자  kskim@pt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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