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회색인간> 김동식은 나와 너, 산업사회의 자화상이다

최치선
한책하나되는평택 추진위원

[평택시민신문] 인간이란 존재가 밑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그들에게 있어 문화란 하등 쓸모없는 것이었다.

요즘 핫한 작가 김동식 소설집 <회색인간>의 첫 장 ‘회색인간’의 첫 문장이다.

경제적 가난과 사회적 결핍으로 기댈 곳 없는 사람들. 지칠 대로 지쳐 있지만 땅을 파내는 도구로 전락한 회색몸뚱이만이 전부인 세상. 슬프다. 가슴 아프다. 절망과 고독을 도구로 노동에 몰입하는 시간, 거칠고 투박한 사건 사고들. 마음 부칠 곳 없는 사람들.

그런데 상처와 배고픔으로 죽어가면서도 노래 부르는 여인이 있다. 그녀는 희망이었다. 암울한 절망 속에서도, 반복되는 노동의 지겨움 속에서도 막연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여인, 그녀로 인해 그림 그리는 청년, 이야기를 쓰는 사람. 그 속에 김동식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가난을 등에 지고 노동의 현장에 있던 사람. 악세사리 공장에서 10년 동안 아연 주물을 벗 삼은 사람. 기계처럼 일하고 집에 와서 글을 쓰는 청년. 그는 더 이상 지저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가 그린 지저세상은 더 이상 지하가 아니다. 더 이상 회색인간이 아니다. ‘회색인간’ 마지막 문장이 빛나는 슬픔을 전하고 있다.

여전히 사람들은 죽어나갔고, 여전히 사람들은 배가 고팠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회색이 아니었다.

아무리 돌가루가 날리고 묻어도, 사람들은 회색이 아니었다. (p21)

지금 그의 소설이 문단과 독자들에게 돌직구를 날리고 있다.

좋은 기획자, 좋은 출판사를 만나 팔자를 핀 것 같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은 것 같다. 지식이 넘쳐나는 팔팔한 세상을 겸손하고 소박한 지혜로 헤쳐 나간다. 솔직 담백한 성품이 드러나는 그의 현재와 미래는 이 소설 마지막에 등장하는 ‘피노키오의 꿈’에 그대로 실려 있다. 말하는 목각인형 피노키오로 인해 세상이 야단법석 떠는 이야기를 여러분도 한 번 읽어보시라. 모두가 저 잘난 세상에 던지는 작가의 통쾌한 한 마디.

“저는 건강한 소나무가 되고 싶어요!”

“…”

피노키오는 나무였다. 다시 예전처럼 건강한 나무가 되고 싶은 게 당연했다.

행복한 피노키오는 다시, 소나무가 되었다. (p344)

<회색인간>에 실린 총24개의 이야기 중 첫 번째 이야기 ‘회색인간’과 마지막 이야기 ‘피노키오의 꿈’ 이 왜 지금 김동식을 주목해야 하는지 웅변하고 있다. 김동식의 ‘회색인간’은 결국 ‘꿈꾸는 피노키오’였다. 삶의 본질에 대해 놓치고 왔던, 아니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주는 목각인형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소설인지, 꽁트인지, SF인지, 우화집인지, 그냥 인터넷에서 떠돌던 이야기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그래서 더욱 흥미롭고 끝까지 읽게 되는 책. 계층을 망라하는 쉽고도 아리송한 이야기들로 가득한 책. 궁금하시죠? 판타스틱한 세계로 평택시민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열려라~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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