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은 <환경국장>이라 하고, 기업인은 <산업국장> 이라고 자신의 직책을 부른다며 너털웃음을 웃었다. 직책을 맡고 있는 그분의 이해대로 산업환경국장이라는 직함은 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부서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순간이었다.”

권현미 평택 건강과 생활 사무국장 시민기자

[평택시민신문] 2014년, ‘특수가스공장 반대 대책위’는 중앙동 주민센터에서 특수가스공장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민·산·관 회의에 처음 참여했다. 시민과 기업 그리고 관이라는 3주체가 모여서 특수가스공장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의 회의였다.

당시에도 평택시는 여러 종류의 환경이슈들로 시끄러웠다. 그 중에 하나가 청북읍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폐형광등 처리 공장문제였다. 폐형광등 처리공장이 청북읍에 들어서도록 허가가 났는데, 폐형광등 처리과정에서 수은이 비산되고 토양오염이 예상되는 등 환경문제가 심각했다. 타 지자체에서도 예상되는 환경문제로 허가가 반려되었던 사업이 평택시에서 유독 허가가 났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청북읍 주민들의 하나 된 반대의견과 대책위의 지혜로운 대처로 무산된 사건이었다. 특수가스공장 문제가 특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어려움에 직면해 있던 터라 부러움을 가지고 그들을 만났었다.

민산관 회의를 위해 주민센터에서 만난 환경국장님에게 폐형광등 처리공장 민원에 대해 “환경국장님께서 주민을 위한 환경에 관심을 가지셔야 합니다.”라고 말을 꺼내자 “저는 환경국장이 아니라 산업환경국장입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대로 기억한다. 대책위 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의 나는 평택시청이라는 지자체에 어떤 국이 있는지, 그것이 환경국인지 산업 환경국인지는 관심에서 먼 이야기들이다. 당연히 환경국장이 문제를 해결하려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람이 그 중심에 있는 것이리라 자연스레 여겼었던 것 같다. 그 자리에서 그는 민원인은 <환경국장>이라 하고, 기업인은 <산업국장> 이라고 자신의 직책을 부른다며 너털웃음을 웃었다. 직책을 맡고 있는 그분의 이해대로 산업환경국장이라는 직함은 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부서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순간이었다. 평택시에는 산업을 하기 위한 부서가 있을 뿐이지 사람을 위한 환경문제들을 해결하는 부서가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평택시 말고, 다른 지자체에도 산업환경국이 있을까? 궁금해져서 인터넷을 검색하니 구미시에는 <복지환경국>이, 여수시에는 <생태환경국>이라는 이름으로 환경을 관할하는 부서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구미시에는 복지를 위한 환경국이, 여수시에는 생태를 위한 환경국이 존재한다고 하니 평택시에서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2014년부터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환경관련 기사들과 이슈들이 자연스레 이해가 되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왜 환경국이 아니고, 산업환경국일까? 4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항상 불만이다. 산업을 위한 환경부서가 사람을 위한 행정을 처리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 어불성설인지 모른다. 아무튼 평택에는 아직도 사람을 위한 환경을 고민하는 행정기관이 없다.

<조선경국전>에서 정도전은 “사람위에 있는 자는 법으로 다스려서 다투는 자를 평화롭게 하고 싸우는 자를 화합하게 한 연후에야 민생이 편안해진다. 그러나 이는 농사를 지으면서 할 수 없기에 백성은 10분의 1을 내어서 윗사람을 기르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윗사람을 골라서 우리의 일을 맡기기 위한 시기가 곧 다가온다. 유권자로서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알고 요구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의미이다.

미세먼지로 인한 시민의 고통도, 도일동에 소각장을 짓지 말아달라는 목소리도, 유해화학물질에 대비하기 위한 지역의 대비체계도 마련해 달라는 정책요구들을 공약으로 만들고, 이를 충실히 지켜달라고 요구해야하는 시점이다. 환경에 대한 이 같은 요구를 지키기 위한 선제 조건은 행정을 구성하는 지도자로서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환경문제들의 발생에는 그 일을 맡아 처리할 행정기관의 부재가 큰 몫을 하는 것임이 틀림없다. 평택시 전체 행정 체계를 만들 권한을 가질, 그 일을 맡길 정치인을 뽑는 선거가 다가온다. 많은 사람을 뽑기 때문에 혼란스러울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이야기를 행정에 담아 해결할 수 있는 윗사람을 잘 뽑았으면 좋겠다. 촛불을 통해 대통령을 바꾼 경험을 가진 촛불시민들이기에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에 대한 관심은 전과 다를 것이 자명하다. 空約이 아닌 公約으로서 시민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윗사람을 간절히 기다린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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