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기억될 우리의 삶을 기록합니다”

마을은 기억의 공간.. 사라지기전 그리움을 남기다

미군기지촌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도 기록으로 담아

[평택시민신문] 마을의 기억과 문화유산은 지역민들의 소중한 삶이 담긴 지역사 연구의 기초자료다. 평택문화원은 각종 개발로 사라져가는 마을을 대상으로 인문지리, 구술조사 및 각종 사료와 유물을 조사하고 수집해 지역의 유산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라져가는 마을뿐 아니라 평택 미군기지와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에 평택시민신문은 그 중심에 있는 평택향토사연구소 최치선 상임위원을 만나 기지촌 및 마을 조사 사업 진행과정과 기억과 기록에 대한 의미를 들었다.

기지촌과 관련된 기록 작업을 하게 된 과정은?

평택의 사라져가는 마을 조사 작업과 더불어 미군기지와 관련된 기록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몇 년 전부터 갖고 있었다. 평택미군기지와 관련된 논문이나 자료가 일부 있지만, 분야별로 생활사 전반에 걸쳐 조사하는 작업은 꾸준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1952년 한국전쟁 중에 건설된 두 개의 미군기지가 있는 평택. 송탄과 안정리기지촌 사람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기억과 기록을 통해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살피면서 내일을 다짐하려했다. 따라서 이념적인 접근을 배제하고 오롯이 삶의 기록을 담고자했다. 먹고살기 위해 각자의 형편에서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기록으로 남겨야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현재 10시간 이상의 영상기록물을 제작했고, 이를 편집해 27분 분량의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한 상태다. 어쩌면 불편하고 부끄럽고, 때로는 가슴 아프고, 회한어린 말씀들이 담담하게 담겨있다. 평택문화원에서는 논문 등 학술적인 목적과 공익적인 목적이라면 조건 없이 제공할 계획이다. 평택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일반시민들에게 좋은 자료로 쓰여 지기를 기대한다.

기지촌 관련 영상물의 한 장면

사라져가는 마을 기록 작업 진행 과정은?

그동안 분야별로 인물, 민속, 읍면지 및 평택시사 등이 편찬됐다. 지금도 그 작업은 유효하다. 이런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미세한 자료의 축적이 필요하다. 지역사의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은 마을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다. 따라서 평택문화원에서는 2014년부터 개발을 눈앞에 둔 마을을 우선으로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기록 사업을 진행해 왔다. 현재 다섯 명의 연구조사자가 인문지리, 구술조사 및 각종사료를 수집 하고 채집된 자료들을 문서와 영상기록물로 담아내고 있다. 조사하면서 안타까운 것은 물리적인 공간이 사라지는 것보다 그 마을만의 정서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 작업을 통해 마을이 사라지더라도 공간을 기억하고 마을의 정서가 기억되는데 보탬이 되면 좋겠다.

조사한 자료는 1년에 한 번씩 <평택의 사라져가는 마을 조사 사업 보고서>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어 발간하고 있고, 평택문화원 홈페이지 아카이브 기록관에 지역별로 분류해 공개하고 있다. 미군기지 관련 및 마을조사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평택의 사라져가는 마을조사 사업 보고서>

 

기록의 의미는?

특정한 사람들의 이야기, 큰 사건만 역사가 아니다. 그곳, 그곳 사람들의 삶이 켜켜이 쌓여 가족사, 향토사, 지역사가 되고, 나라와 시대의 역사가 된다.

‘기록되지 않은 기억은 불완전하고, 기억은 기록돼야 완성 된다’는 말이 있다. 오늘 기록하지 않으면 내일 기억되는 일은 미약하거나 사라질 것이다. 아무리 기록이 됐다 하더라도 이를 들춰보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는다. 요즘은 유튜브로 검색하고 SNS로 소통하는 스마트영상시대다. 팩트에 충실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흥미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평택문화원이 미군기지 및 마을조사 사업을 하면서 책자와 e-book은 물론 드론과 스마트폰 짐벌을 사용해 다양한 사진과 동영상자료를 구축하는 이유다. 이러한 자료가 전문가는 물론 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평택에 대한 관심과 이해, 애정과 자긍심을 얻는데 유용하게 쓰여 지기 바란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지역사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기억하기 위해서는 향토사 관련 기록물이 보관되고 전시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평택에도 박물관이 건립될 예정이지만 그와 별개로 향토사료관은 따로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은 문화원이 사용할 수 있는 독립된 건물, 즉 문화원사가 있어야하는데 안타깝게도 평택에는 문화원사가 따로 없다.

다른 지역은 대부분 독립 된 문화원사가 있다. 그 곳에 가면 지역사연구소 또는 시사편찬위원회 등 연구공간과 향토사료관, 북카페, 체험실 등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편리하게 지역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평택문화원사 건립을 위한 제언과 검토가 있었다. 앞으로 문화원사 건립을 위한 구체적 실행이 조속히 진행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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