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혼자 짓는 것 아니야 … 다른 생산자와 소비자와 소통 필수”

[평택시민신문] 초창기 장미 농사 실패했지만 리시안셔스 재배 후 재기

출하시기 조절, 자가 육묘, SNS활용 등으로 경쟁력 확보

“화훼농장은 트렌드를 발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

>> 1995년 지방자치제의 시행으로 시(市)와 주변 군(郡)이 통합되면서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도농복합시가 탄생했다. 1995년 5월 송탄시·평택시·평택군이 통합된 통합 평택시도 국내에서 손꼽히는 도농복합도시가 됐다. 하지만 오늘날 농촌에 대한 관심은 사라져가고 있고, 도시의 발전만이 평택의 주요 의제가 된 상황이다. 이에 <평택시민신문>은 도농복합도시로서의 평택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기억하고자 평택의 농업인을 소개하고 있다. ‘평택의 농업인’은 지난해 ‘농업인의 날’에서 대상과 장관상을 받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약 10회에 걸쳐 소개한다.

이번 주에 만난 농업인은 진위면 야막길 일대에서 유리온실을 운영하며 신부 부케에도 이용되고, 호텔 및 예식장 등에서 화려한 장식으로 사용되는 리시안셔스를 재배하고 있는 왕길현 씨다. 지난해 화훼‧특작부문 농어민대상을 받은 왕 씨는 초창기 실패도 맛보았지만, 지금은 연간 억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성공한 농업인으로 성장했다. 그에게 성공의 과정과 비결, 화훼농장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등을 들어보았다.

 

상을 받게 된 배경은?

어려운 시기 고생했지만, 노력하며 위기를 넘기고, 지금은 경쟁력 있는 화훼농장으로 자리매김 했다는 점에서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IMF 직후 서울에서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하게 되었다. 이후 이곳 평택 진위면 유리온실을 경매로 취득해, 이곳에서 화훼 농사를 시작했다. 처음 재배한 것은 장미꽃이었다. 하지만 장미농사와 유리온실이 맞지 않았다. 농사는 농사대로 되지 않았고, 빚만 늘어나다보니 부도 위기까지 몰리게 되었다.

살고 싶었다. 또 다시 좌절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농수산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을 다녔다. 새로운 작물을 개척하기 위해 1년 간 교육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예식장이나 호텔 등에서 사용하는 리시안셔스(꽃도라지)를 알게 됐다. 리시안셔스가 유리온실에서 잘 자란다며 키워 볼 것을 권유 받았다. 그렇게 2008년부터 리시안셔스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수확량이 늘어나면서 수입이 증가하게 됐고, 대출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경쟁력 확보의 비결은?

리시안셔스의 출하시기를 조절하면서 가격경쟁력 우위를 차지했다. 일반 농장에서는 가을까지 출하를 마무리하고,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생산을 멈춘다. 하지만 이곳 농장은 11월에서 12월 사이에 본격적으로 리시안셔스를 출하한다. 겨울철에는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육묘를 직접하고 있는 것도 생산비 절감에 효과적이었다. 기존에는 대관령에서 모종을 갖고 왔지만, 고비용이면서도 수급이 불안정했다. 이에 저온저장고에서 직접 육묘를 하게 되었고, 1000만 원 가량 절약할 수 있었다.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유통망을 확보한 것도 경쟁력 확보의 비결이다. 페이스북, 밴드, 카페 등을 통해 농장을 적극 알리고, 소비자들과 소통하면서 다양한 곳에 리시안셔스를 출하할 수 있게 되었다.

평택사계절농원에서 재배하고 있는 리시안셔스

화훼농장의 어려운 점은?

과거에는 이런 저런 행사에 꽃 선물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김영란법’ 때문에 단가가 높은 꽃을 선물로 하는 모습이 사라지고 있어 화훼농장이 어려워지고 있다. 어떤 농장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매출이 반토막 나기도 했다.

전기료 및 기름값도 문제다. 온실을 유지하기 위해 전기료는 한 달에 250~300만 원 정도 나오고, 겨울철 난방을 위한 기름값은 한 달에 200만 원 정도 나온다.

연작의 어려움도 있다. 11년 째 리시안셔스를 계속 재배하다 보니 땅이 퇴화하게 된다. 이를 위해 리시안셔스를 키우지 않을 때는 녹비작물을 키워, 이 작물을 갈아엎어 연작장애를 해소하고 있다.

 

화훼농장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농사를 혼자 짓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나는 인문계 출신이다. 손재주가 하나도 없다. 손재주가 없다보니 농사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인터넷활동을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손재주 있는 사람들을 알게 됐고, 이들과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일을 하게 되니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시골에서는 함께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상황이 많으니 먼저 이웃 사람들과 친분을 돈독하게 맺는 것이 중요하다.

화훼농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발 빠르게 트렌드를 쫓는 것도 중요하다. 품종이나 색깔 등 꽃의 트렌드는 자주 바뀐다. 이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퇴화할 수밖에 없다. 나 같은 경우는 SNS를 활용해 소비자들과 소통하며 트렌드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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