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가치·농업권리를 확고히 하는 농민헌법
평택이 적극적으로 지지

한도숙 전국농민회 총연맨 고문

요즘 ‘농민헌법’이 농민들 사이에선 떠오르는 ‘핫이슈’다. 농협에 가면 ‘농업가치’와 ‘농민권리’를 헌법에 담자며 천만인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농민들이 각성한 탓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농민헌법’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생겨난건 다행스런 일이다.

그런데 일각에서 이미 헌법121조에 명시된 ‘경자유전의 원칙’을 삭제하자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기회에 세계100여개 국이 헌법에 자국농업과 농민보호를 위해 노력한 것처럼, 최소한 ‘농업가치’와 ‘농민권리’를 확고히 하자는 농민진영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헌법은 권리장전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침해할 수 없다. 그것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라는 독일 헌법처럼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밝히고 이것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라 할 수 있다. 시대가 변화하며 인간의 권리는 확장되고 있는데 우리헌법은 30 년 전의 헌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시대적 요구인 인권의 확장 등 국민의 확장된 권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촛불이 요구한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농민헌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헌법 내에 침해할 수 없는 ‘농업가치’와 ‘농민권리’를 확대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나마 있던 ‘경자유전의 원칙’을 삭제하자니 무슨 망발인가. 연유는 이렇다. 48년 제헌의회가 헌법을 만들면서 121조에, 만연된 소작을 금지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이로 인해 49년에는 유상토지분배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세월이 흐름에 따라 농지법을 비롯한 하위 법률들은 헌법을 무시하는 법들을 만들어 냈다. 현재 농민들의 농지50%정도가 소작지인데도 이를 이름만 ‘임대차보호법’으로 바꾼 것이다. 임대차계약이 이뤄지지 않는 ‘임대차보호법’은 눈 가리고 “아웅”한 결과물이다. 또 2003년에 개정해 도시인들이 쉽게 농지를 구입해 주말 농장을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편법적 행위를 할 수 있게 하는 빌미로 제공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법을 누가 만드는가. 법을 제·개정하는 것은 국회다. 얼마 전 모 방송에서 조사한 국회의원들의 농지소유가 전체 국회의원의 20%나 된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이 겸직을 할 수 있는 공사간 규정이 있지만 농사는 겸직이 허용되는 부분이다. 놀랍게도 농사짓는 국회의원이 60명이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일도 아닌 농사를 짓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고하면 지나가는 개가 멍멍 짖을 일이다. 국회의원 뿐 이겠는가. 정부의 고위관료들도 농지를 다량 소유하고 있음이 2009년 직불금 사태로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았는가.

청문회의 단골 검증 사항중 하나가 농지투기이다. 사회적 위치가 지도층쯤 되면 농지투기쯤은 자기 파워로 간주하는 사회다. 그러니 소유자와 경작자가 법을 위반하고 짝작쿵을 하면서도 아무런 죄의식을 갖지 못한다. 국회의원들이 농지투기를 금지하도록 하는 것은 자신들의 목에 방울을 다는 모순적 행위이다. 헌법은 국회가 내용을 만들고 국민에게 물어야 한다. 그런데 그 국회가 ‘농민헌법’에 딴지를 걸고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상이 이지경이니 ‘경자유전의 원칙’은 농지투기의 발목만 잡는다고 투정을 부린다. 이미 사문화된 법이니 이제 그만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열심히 사문화 시켰는데 이제 와서 ‘농업가치’ ‘농민권리’하며 ‘경자유전의 원칙’을 강화한다면 이는 시대착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것은 넌센스다. ‘경자유전의 원칙’은 농업·농민을 지키는 지렛대다. 농민은 농지를 떠나 존재할 수 없다. 농지를 자본이나 비농민이 소유하면 농산물의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그것은 농민을 농토에서 몰아내는 행위로 이어진다. 결국 지역이나 국가가 안전한 농산물의 안정된 공급이라는 과제를 달성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평택은 전래로 농업지역이다. 최근 들어 산업화속도가 빨라지고 도시화가 많이 진전됐다고는 하나 아직도 상대적으로 넓고 우량한 농지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 따른 시의 농업정책도 꽤나 활발히 대응했다는 평가다. 이런 농업기반을 우리도시가 가지고 있다는 것은 평택사람들에겐 자랑이며 축복이다. 또 역사적으로도 민초들의 인권가치를 실행한 대동법시행기념비가 소사동에 있다. 그만큼 평택은 농업도시란 것을 부인 할 수 없다. 이번 헌법개정에서 농민들은 농민헌법을 주장하고 있다. 평택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일들은 다양해졌다. 여기에 지속가능한 평택 농업의 미래도 ‘어젠다’ 일 수밖에 없다. ‘농업가치’ ‘농민권리’를 확고히 하는 헌법을 평택이 적극적으로 지지 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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