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을 우선시하는 미덕의 정치인이 당선될 때

촛불시위는 촛불혁명으로 진일보 할 것이다.

김남균 평택대 미국학과 교수

[평택시민신문] 새로운 해가 밝았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뛰어 나온 지 일 년이 넘었다. 그동안 대통령이 새로 뽑혔고 여야의 정치적 지위가 바뀌었다. 과거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었고 관련 사건들에 대한 재판은 진행 중이다. 국정농단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직은 없다. 그동안 촛불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 왔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대형 사건과 사고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직후 정당의 이름이 바뀌었고 변화를 외치는 구호는 요란하였으나 결과는 미미하다. 우리 사회의 본질적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올 2018년 봄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벌써부터 선거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우리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인가?

혁명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1776년 미국독립혁명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1789년 프랑스혁명은 반쪽짜리 성공이었다. 프랑스 혁명은 구체제를 타도하는데 성공하였으나 새로운 질서를 성공적으로 구축하지 못 했다. 프랑스 혁명 후에도 독재정치가 여러 번 되풀이 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독립혁명에 성공한 후 독재자가 정권을 잡거나 헌정이 중단된 역사가 없었다. 가장 오래 된 성문헌법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미국 혁명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미국독립혁명은 흔히 자유를 위한 투쟁으로 알려져 있다. 혁명지도자였던 패트릭 헨리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쳤다. 미국독립선언문에 자유라는 단어가 나타나 있고 독립 지도자들이 자유를 강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독립혁명의 기본 이념이 자유가 전부는 아니었다. 혁명을 뒷받침하는 더 중요한 이념이 있었다. 미덕(virtue)의 정치, 즉 공익(public interest)을 우선시하는 공화주의(Republicanism)였다. 개인의 사적 이익보다 공적 이익을 강조하는 공화주의가 미국 독립혁명의 이념적 기반이었다.

실제로 미국독립선언문을 읽어보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자유나 평등에 대한 주장이 아니다. 영국 왕의 실정에 대한 고발이다. 왕정의 정치적 부패를 비판하는 것이 독립선언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왕이 지배하는 영국은 왕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혁명의 논리였다. 부패한 영국 왕정을 떠나 국민이 주인이 되는 공화국을 만든 것이 미국혁명의 최종 목적이었다. 독립 후 만든 헌법에는 정치적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권력통제 장치가 미국 정부 조직의 전반에 깔려 있다. 미국혁명이 성공한 이유는 공익을 우선시 하는 미덕의 정치사상과 미덕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견제와 균형의 권력분립의 원리가 서로 조응관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가 촛불을 든 핵심 이유도 정치적 부패였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공익보다 사익을 추구한다는 보도에 민심은 폭발했다. 당사자인 대통령은 탄핵되었고 여당조차 정치지도에서 사라졌다. 부패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결과였다. 그러나 촛불을 든 국민이 원하던 것이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 전부였을까? 그렇다면 촛불시위는 성공한 하나의 정치적 사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촛불시위가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혁명이 되기를 원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본질적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우선 2018년 지방선거에 국민은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다. 구체적인 개혁 대상으로 공천제도가 있다. 당권을 잡은 보스가 후보를 결정하는 상명하복식의 공천제도는 완전히 폐기되어야 한다. 국민은 ‘미덕(virtue)’의 지도자를 직접 선택할 수 있기를 원한다. 공익을 우선시하는 미덕의 정치인이 후보가 되고 또 당선될 때 촛불시위는 촛불혁명으로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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