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_ 조종건 평택샬롬나비 사무총장, (사)한국시민교육연합 사회통합위원장

조종건 평택샬롬나비 사무총장,
(사)한국시민교육연합 사회통합위원장

평택시와 평택지역신문협의회가 주최·주관한 제6회 평택로컬포럼이 ‘고교평준화, 당신의 선택은?’이란 주제로 지난 2일 청소년문화센터에서 열렸다. 1974년 서울과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70% 이상이 평준화가 시도됐고, 고교평준화교육 40년이 넘었지만 교육혁신이 전혀 없는 폐쇄된 비평준화 교육현장이 평택시다. 누구를 위한 비평준화인가? 평택사회의 자정능력을 묻고 싶다. 한국 청소년사회를 헬조선(지옥)이라고 질타하는 글들이 넘치건만, 평택교육은 과연 이 흐름에서 벗어났단 말인가? OECD 청소년 자살률 1위, 청소년 자살속도 1위, 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가 한국인데, 평택은 이런 적폐 문화와 차별화를 선언했는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고교 비평준화가 정당화되었다면, 평택시의 교육정책은 적폐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첫째, 고교평준화는 하향평준화라는 주장이 있다. 이런 잘못된 정보는 사회의 독버섯과 같다. 왜 고교 평준화의 결과가 하향평준화라는 거짓 소문이 우리 사회에 난무할까? 김태종·이명희·이영·이주호(2004)의 논문이 크게 작용한 것은 아닐까. 이들은 고교평준화가 하향평준화를 가져왔다는 짝퉁 논리를 제시했고 평택시 교육정책도 이와 같은 가짜 논리를 고교 비평준화의 근거로 당연시한 듯하다. 김위정에 의하면, 위 논문이 같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성적의 변화를 추적해야 하는데 서로 다른 학생을 동일 학생으로 가정하고 분석했기 때문에 이런 왜곡 현상이 일어났다고 전한다. 또 이 논문의 한계는 평준화 지역의 학생 조사수가 너무 적어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평준화 지역 학생들 성적의 시계열조사(대상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상황의 변동을 파악해보는 방법)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전문가 신뢰가 지나치게 높은 한국사회에 이런 부실한 교육전문가들의 논문이 정설인양 당연시 되고 있고 그 심각한 폐해를 평택사회도 입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런 정도의 논문이라면 박물관에 전시해서 실패사례로 교훈 삼아야 할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는 이들에게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또 대학 입시 결과를 보면, 평택의 비전고, 신한고, 평택고, 평택여고, 한광고, 한광여고를 포함 21개 고등학교를 합쳐도 서울대 입학생 수가 서울 강동에 있는 한영고등학교(13명) 보다 적다. 평준화 지역의 한영고와 같은 일반고 학교들을 보면, 고교평준화가 하향평준화란 말은 사기사회에서 가능한 얘기 아닐까.

둘째, 평택의 고교 비평준화는 대학진학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이 있다. 비평준화 지역의 중학생들은 추첨이 아닌 내신 성적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평택시내 주요 고등학교에 입학하려면, 중학교의 모든 내신 과목에 거의 만점에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학교 3년은156주이고 짧다. 이해만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과목도 각각 문제집 한 권씩 풀어봐야 한다면 국영수와 같은 주요과목은 중학교 교과 수준에 머문다. 그러나 평준화 지역의 학생들은 주요 과목에 집중한다. 이 두 지역 간 학생들의 국영수 학습격차는 점점 커질 것이다. 단계의 비약 없는 교육시스템이 아니기에 선택과 집중에 따라 주요과목에서 깊게 학습이 된 평준화된 학생들이 고1 학년 때부터 유리한 출발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고등학교 때 주요 과목의 경우, 학습내용이 가파르게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평준화 지역 학생들은 갑자기 어려워진 고등학교 학습내용에 적응하기 어렵다. 사실 비평준화 학생의 자유로운 학교선택권은 대학진학 대비를 고려하지 않은 중학교 성적에 의한 획일화된 선택이며 전교 1등하는 최상위권에 있는 극소수 학생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셋째, 학교 정문앞 현수막이 학교의 얼굴이란 주장이 있다. 그러나 학교장이 허용하는 현수막이 학교의 적폐란 말이 있다. 성과 극대화의 상징인 현수막을 위해 학생들은 8시에 등교하고 22시에 하교한다. 심지어는 24시 30분에 하교하는 고등학교 학생들을 보면, 10대의 입시지옥을 실감한다. 이렇게 한다고 평택시 21개 고등학교 중에 어느 학교가 서울대에 10명 넘게 보낸 적이 있는가. 본질을 간과한 채 눈에 보이는 것만 쫓는 속물 인간처럼 입시양성소로 전락하고 있다. 어느 해에 서울대를 한 명도 입학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전교생을 삭발시켰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 재수생이 합격한 것은 상당수 입시기숙학원의 성과지, 왜 자기 학교의 성과인양 학교 앞에 현수막을 내거는가. 그것도 재수생임을 밝히지 않고 말이다. 게다가 한 학생이 여럿 명문대학을 합격했으면 최종 학교만 알려야지 합격생 수를 늘리기 위해 부풀리는 성과주의 폐단은 사라져야 한다. 거짓과 사기가 난무하는 사회와는 달리 청렴과 신뢰를 강조해야 할 교장이 이런 사회악의 중심에 있어서야 되겠는가. 사실과 다른 거짓 정보를 알려 자신의 학교를 과대 포장하는 현수막을 허용한 학교장을 보는 수능생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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