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회 창립 90주년 기념 특별기획취재 ②

9월 6일,대구 교남YMCA 회관에서 첫 신간회 표지석 건립

대구의 민족운동은 창의성과 실천성으로 우리나라 민족운동 발전 선도

대구 교남 YMCA 회관 표지석 건립기념식 사진

신간회 창립 90주년 기념해 대구교남YMCA 회관에 표지석 건립

신간회기념사업회(회장 강지원)는 2017년 창립 90주년을 맞아 그 정신을 기억·전승하고자 전국에 남아있는 4개 관련 사적지에 표지석을 건립하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그 첫 사업으로 9월 6일, 신간회 대구지회 활동의 중심지였던 ‘대구 교남YMCA 회관’에 첫 표지석을 건립했다. 이 날 행사에는 강지원 회장, 서경덕 부회장,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 이의익 전 대구광역시장 등 각계인사가 참여해 90년전 신간회 대구지회 창립의 큰 뜻을 기렸다.

대구는 평택출신의 독립운동가 민세 안재홍과도 인연이 깊은 도시이다. 민세는 1919년 5월 기미만세운동에 참여 대한민국청년외교단에 가입 임시정부를 지원하다가 발각 그 해 11월 대구 감옥에서 첫 번째 옥고를 치른다. 1927년 9월 3일 신간회 대구지회 설립 때는 본부를 대표해서 이 곳 대구에 내려와 강연을 통해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신간회 창립의 큰 뜻을 대구 지역사회에 널리 알렸다. 신간회 창립 당시 전국을 돌면서 민족의식 고취에 힘썼던 민세의 열정을 이 곳 대구에서 잠시 느낄 수 있었다.

 

대구 교남교남 YMCA 회관 전경

항일민족운동의 정신이 면면이 이어지는 국채보상운동의 뿌리 도시 대구

대구에서는 한말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항일민족운동이 줄기차게 전개되었다. 그 운동은 잃어버린 나라와 삶의 터전을 되찾겠다는 자발적 민족애와 헌신, 희생을 바탕으로 지속될 수 있었다. 대구의 민족운동은 한말 국채보상운동에서 보듯이 창의적 아이디어와 선도적 실천성으로 우리나라의 민족운동의 발전을 선도하였다.

대구는 1907년 국채보상운동을 이끈 도시이다. 그 귀한 뜻을 기념하기 위해 대구에는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도 조성이 되어 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일제강점기 대표 민족시인 이상화 선생의 고향도 대구다. 이 선생은 신간회 대구지회 간사로 참여하여 작가 이전에 민족운동가로 지행합일에 힘썼다. 대구 중구에서는 근대문화거리 조성사업으로 이상화 선생 생가, 서상돈 선생 고택, 청라언덕에 이르는 근대건축 밀집지역을 볼거리로 제공해서 대구를 찾는 사람들에게 대구의 역사성을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상회 고택
청라언덕

대구의 민족운동과 신간회 창립의 배경

창립 90주년을 맞아 열린 표지석 건립 기념식에는 계명대 사학과 이윤갑 교수의 기념강연이 있었다. ‘대구의 민족운동과 신간회’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일제강점기 대구지역 민족지도자들의 항일의식 고취 노력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신간회 대구지회의 창립과정은 민족협동전선의 형성과정을 잘 보여준다. 신간회 대구지회 결성에 참여하였던 민족주의 진영으로는 먼저 의열단 계열로 신간회 대구지회 초대 지회장을 맡은 이경희가 있다. 이경희는 무태(현 대구 북구 서변동)출신으로 한말 신민회에 가입하여 독립군 기지창설을 위해 서간도로 망명하였고, 3.1운동 이후에는 김원봉의 의열단에 가담하여 중국에서 폭탄과 권총 등을 국내로 반입해 조선총독부 폭파공작을 기도했으나 사전에 검거되어 서대문형무소에서 2년간 옥고를 치루었다.

또한 대한민국임시정부에 참여해 활동한 계열로 2대 지회장 최윤동과 복대표대회 이후 초대 지회집행위원장이었던 송두환이 있었다. 여기에 3.1운동에 주도적 역할을 하였던 교남 YMCA계열로 김태련과 곽진영 등이 있었다. 김태련은 남산정 교회의 조사로 1919년 3월 8일 남성정 교회 목사 이만집과 함께 서문시장에서 만세시위를 일으키는 주도적 역할을 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징역 2년 9개월을 받고 옥고를 치렀다. 곽진영은 당시 교남YMCA 회장이자 중외일보 기자로 언론운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이들은 기독교 내부의 민족주의 인사들과 함께 서울의 황성YMCA와 긴밀한 연계를 가지고 활동하였다.

기념강연 중인 계명대 이윤갑 교수

 

신간회대구지회 설립준비회가 열린 대구 교남YMCA 회관

사회주의 진영이 통합에 이를 무렵 민족‧사회주의 두 진영의 협동전선인 신간회 대구지회를 결성하는 운동도 빠르게 추진되었다. 대구청년동맹이 출범하기 하루 전인 7월 23일 대구 교남YMCA 2층에서는 신간회 대구지회 발기회를 구성하기 위한 준비모임이 민족‧사회주의 양 진영의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교남YMCA회관에서 준비회가 개최 된 것은 교남YMCA가 1922년 2월에 신간회 초대 회장이었던 이상재 선생을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한 적이 있었고, 대구의 민족주의 진영 통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교남YMCA회관은 현재 대구광역시 등록문화재이다, 국가보훈처 현충시설로 지정 관리되어 방문객들로 하여금 그 뜻 깊은 역사를 느끼게 하고 있다.

 

신간회 대구지회, 민족‧사회주의 진영 간 협동전선이 전 기간에 지속

강연회 및 야학 통해 민족의식 각성 및 농민·노동·학생운동 등 발전 지원

대구에서 진행되는 기회주의적 민족운동을 견제하고 저지하는 활동 전개

 

민세 안재홍 신간회대구지회 설립에 기념 연설을 하다

이후 지회 설립준비는 빠르게 진행되어 마침내 1927년 9월 3일 조양회관에서 신간회대구지회 설립대회가 개최되었다. 대구지회 설립대회에는 내빈과 회원과 방청객 등 60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되었고, 신간회 중앙을 대표해 본부 총무간사인 안재홍과 홍명희가 참석하여 신간회 설립취지에 대해 연설하고 전체 진행 상황에 대해 보고하였다.

신간회 대구지회의 임원구성을 보면 대외적으로 대구지회를 대표하는 지회장이나 복대표대회 이후의 집행위원장은 의열단 활동이나 임시정부와 연계된 군자금모금활동 등으로 이름이 알려진 이경희‧최윤동‧송두환 등 비타협민족주의자들이 맡았다.

이와는 달리 신간회 대구지회의 실질적 업무를 관장하였던 간사진은 젊은 청년운동가들이 맡았는데 대구청년동맹의 결성을 주도하였던 김이용‧장적우‧허홍제‧채충식 등의 사회주의자들과 서만달‧이상화‧장인환 등의 민족주의자들이었다. 신간회 대구지회의 이러한 구성은 창립부터 해소까지 이어졌다. 이는 민족‧사회주의 진영 간의 협동전선이 지회가 활동한 전 기간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되었음을 보여준다.

신간회 신문만평

야학, 사상 강좌등을 통해 민족의식 고취에 힘쓴 신간회 대구지회

신간회 대구지회는 사무실을 서성로 2가에 있던 은사관에 두고 일상적 활동을 전개하였고, 정기대회 등과 같은 대규모 집회는 조양회관에서 개최하였다. 당시 은사관에는 대구노동공제회와 대구청년동맹 등 사회주의 계열의 운동단체들이 사무실을 두고 있었다. 신간회 대구지회는 분회 및 반회를 조직하면서 회원을 늘려갔고, 강연회를 개최하고 야학을 운영해 민족의식을 각성시켰으며, 사상강좌 개최 등을 통해 농민·노동·학생운동 등 부문운동의 발전을 지원하였다.

다른 한편 ‘기회주의를 일체 부인한다’는 신간회 강령에 따라 자치운동파와 연계하여 타협적, 기회주의적 민족운동을 펼치려 한 영남친목회나 대구의 경제연구회 활동을 견제하고 저지하는 등의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신간회 대구지회의 활동은 1928년 7월 이후 두 차례의 대규모 조선공산당 검거사건으로 크게 위축된다. 또한 근우회 대구지회 또한 신간회 해소와 때를 같이하여 해체된다.

창립 90주년 만에 신간회 대구지회 활동지에 항일운동 사적 표지석을 건립했다. 이념을 넘어서 독립운동에 뜻을 모은 선열들의 노고에 조금이나마 감사하는 마음을 담았다. 그리고 이제 90년전 신간회 선열들이 바라던 진정한 사회통합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나 성찰해보아야 할 시간이다. 역사는 부단한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 신간회의 통합정신을 오늘에 계승하기 위한 다양한 지혜의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참고문헌) 이윤갑 (2017) “대구의 민족운동과 신간회” 대구신간회지회 표지석 건립기념강좌 원고 신간회기념사업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글 싣는 순서

➀일제강점하 최대 항일민족운동단체 신간회창립의 주역 민세 안재홍

➁신간회 운동 국내 사적지를 찾아서1_대구시 교남 YMCA회관

➂신간회 운동 국내 사적지를 찾아서2_목포 청년회관

➃일본 도쿄지역 신간회운동과 항일 운동 사적지를 찾아서

➄일본 교토지역 신간회 운동과 항일 운동 사적지를 찾아서

➅신간회 운동의 민족과 사회통합 정신, 이렇게 계승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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