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함 활용 특별기획취재 ④ 2차 세계대전 전사자 기억공간을 활용한 블라디보스톡항 관광 홍보활성화 사례

국내의 경우 다양한 추모공원은 이런 자연스러운 동선을 무시하고
자발적이어야 할 애국심을 강요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러기에 감동이 없고 한 번 가면 다시 가보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편집자 주> 해군 구조함으로 지난 20여 년 간 구조활동을 벌여온 평택함이 지난해 12월 28일 퇴역했다. 평택함은 2007년 태안 기름유출 방재작전, 2010년 천안함 구조·인양작전, 추락 링스헬기 탐색작전, 참수리 295호정 인양작전 등이 있다. 또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함 중 가장 빨리 현장에 투입돼 실종자 구조 및 탐색작전에서 활약했다. 평택시는 평택의 이름을 부여받아 구조활동을 벌여온 평택함을 2018년 인수받아 평화공원과 연계안 안보교육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으로 국내 운영 중안 함상공원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의 사례를 취재해 평택함의 바람직한 활용방안을 제시하고자 총 6회에 걸쳐 보도한다.

독수리 전망대에서 보이는 블라디보스토크항. 다리 아래쪽 공개된 좌우 해변공간이 활용중인 해군기지이다.

블라디보스토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는 태평양 방면에 위치한 대표적인 항만도시이다.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항구가 얼지만 쇄빙선을 이용해 겨울에도 사용가능한 곳이며, 도시 이름은 “동방(보스토크)을 정복하자(블라디)”에서 유래했다. 1860년 해군기지로 개항돼 지금도 러시아 동방의 핵심 군사 산업 요충지이다. 60만 내외의 인구가 살고 있는 이 도시는 일제 강점기 한국 독립운동의 최대 근거지중 하나였다. 안중근, 유인석, 이상설, 이동휘, 신채호, 이범진, 이위종, 최재형, 장도빈, 조명희, 김알렉산드라 등 한국독립운동사의 핵심인물들이 이곳 블라디보스토크, 우스리스크 등 연해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영하 30도가 넘는 엄혹한 겨울추위와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그 뜻을 굽히지 않고 조국 독립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러시아 동방 관광도시로 성장을 꿈꾸는 블라디보스토크

블라디보스토크는 한국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러시아 문화와 음식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추운 날씨 때문에 관광에 제약이 크지만 5월부터 10월까지는 한국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 이는 최근 한·중·일을 연결하는 크루즈 유람선이 정기적으로 운행되고 항공편도 자주 있는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기존 블라디보스토크 한인 관광의 핵심은 인근 우스리스크와 함께 러시아 항일운동 탐방이었다. 그 대표적인 장소는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이다.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주한 한인들은 1873년 해안가 부근 고려인 거리로 알려진 ’개척리‘라는 곳에 정착했다. 여기에는 〈해조신문〉, 〈대동공보〉와 같은 한인 언론사와 교민 교육기관인 한인학교가 위치하고 초기 독립운동단체인 ’성명회‘등이 조직돼 있었으나 1911년 봄 장티푸스 근절을 이유로 러시아 당국에 의해 강제 철거를 당해 새로이 신한촌에 이주했다.

 

일제 강점기 한인 독립운동의 대표 근거도시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에는 러시아 한인독립운동을 대표하는 ‘권업회’, <권업신문>, 대한광복군 정부, <한인신보사>, ‘일세당’, ‘대한국민의회’, ‘노인동맹단’ 등이 있었다. 이동휘, 이상설 선생 등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이곳에서 활동하며 항일의 뜻을 불태웠다. 또한 이곳은 1919년 블라디보스토크 3.1운동의 시발점이었으며 한인들은 각종 교육과 노래를 통해, “노예의 압박을 받는 민족이여, 자유의 노래를 드높이 부르자”며 민족의식을 불태웠다. 그 뜻을 기억하기 위해 1999년 해외 한민족연구소는 이곳에 기념탑을 세웠고, 이 탑은 러시아 연해주에 살고 있는 우리 한인 디아스포라들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블라디보스토크를 찾는 외국인, 특히 한국인들이 늘고 있다. 특히 7월~8월의 여름휴가 시기에는 블라디보스토크 해안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해양문화행사가 열리고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시내 중심가에서 ‘아르바트’ 거리를 따라 10여분 정도 걸어가면 해안에 닿을 수 있어 한여름 2개월은 현지 주민과 관광객으로 붐빈다.

 

2차대전 희생자 추모공원이 대표 관광 명소

추모공원의 벽면 가득한 2차 세계대전 전사자 명단

인구 60만 규모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찾는 외국인들이 꼭 찾는 곳은 독수리 전망대를 중심으로 한 항구의 풍경이 있는 2차 대전 전사자 추모공원과 잠수함 박물관이다. 이곳은 블라디보스토크 혁명광장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하며 해안 친수 공간과 인접해있어 연중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2차 대전 전사자 추모공원은 큰 규모는 아니지만 접근성이 뛰어나고 러시아의 문화예술을 느낄 수 있는 러시아의 대표 관광지이다. 평택도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기념비를 세우고, 평택항 인근 친수공간을 활용한 상징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블라디보스토크의 사례가 크게 참고가 될수 있을 것이다.

우선 국내 각종 기념탑 및 기념비는 접근성이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2차 대전 전사자 추모공원은 광장 형식을 활용해서 시민들이나 관광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2차 대전 희생자 추모공원의 희생자 조각상

 

추모 느낌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꺼지지 않는 불꽃과 주변공간

또한 감동을 주지 못하는 상징탑이 대부분인 국내와 달리 이곳에는 2차 대전 중에 조국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다 죽은 사람들의 이름이 벽면에 가득해 추모의 마음이 저절로 나온다. 그 옆에는 전사자를 기억하는 부조 형식의 조각상이 있다. 특히 감동적인 것은 ‘영원의 불꽃’이다. 연중 방문객들의 헌화와 함께 꺼지지 않는 이 불을 보면서 러시아인들은 ‘조국’에 대한 일체감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느낄 것이다. 이 불꽃 뒤로는 자연스럽게 러시아 정교회 사원이 배경으로 있어 죽은 자에 대한 추모의 기억을 극대화시킨다. 반대편 해안을 바라보며 광장을 중심으로 편안하게 걸으면서 전사자의 이름을 기억하고, 조각을 통해서 사건의 구체성을 머리에 떠올리며 추모의 마음을 담아 ‘영원의 불꽃’에 헌화하고, 러시아 정교회 사원을 바라보며 사자들의 영혼의 안식을 기도하는 것이 모두 자연스러워서 방문객들이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때 꼭 가보게 되는 장소다.

2차 대전 희생자 추모공원의 꺼지지 않는 불꽃

2차 대전 전사자 추모공원은 애국심을 강요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애국심을 느끼게 할 뿐이다. 국내의 경우 다양한 추모공원은 이런 자연스러운 동선을 무시하고 자발적이어야 할 애국심을 강요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러기에 감동이 없고 한 번 가면 다시 가보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2차 대전 전사자 추모공원은 군사문화유산이 자연스럽게 종교적 전통과 어우러지고 해안의 아름다운 풍광이 함께하고 있어 그 장소적 정체성을 제대로 살리고 있다. 시민이나 관광객이 좋아하는 장소는 장소감과 장소성이 제대로 살아있을 때 감동을 줄 수 있고 환영을 받는다.

러시아 정교회 성당을 배경으로 한 2차 대전 희생자 추모공원

평택 해안 친수공간 개발 참고 사례

평택도 평택호 현충탑 등 공간 개선 시에 블라디보스토크 2차 대전 전사자 추모공원의 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시민 접근성이 좋은 곳인지, 광장 형식으로 걷고 싶은 곳인지, 추모 대상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근거는 충분한지, 연중 방문해도 자연스럽게 애국심을 느낄 장치나 지혜로운 소품이 있는지, 종교적 전통과는 어떤 방식으로 접목 가능한지, 애국심을 자연스럽게 우러나오게 할 요소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블라디보스토크 추모공원 사례는 퇴역 평택함 활용 등을 통해 평택항에 대한 시민, 관광객의 관심을 증대시키려는 평택에도 여러 모로 시사 하는 바가 크다. 특히 애국심을 강요하는 단순한 안보공원 이전에 시민들의 감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한 번더 생각하게 한다. 아울러 블라디보스토크는 해안에 대한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점도 큰 차이가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시가 시내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바로 바다가 인접해 있는 것처럼 블라디보스토크도 시내 혁명 광장, 독수리전망대, 아르바트 거리, 추모공원, 해안 관광지가 걸어서 충분히 이동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평택의 경우 평택항 자체가 시내에서 직접적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에 이러 사례의 장점만 가지고 직접 적용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는 점도 고려해봐야 한다. 해안 친수공간 접근과 활용 방안에 대한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만들어나가려는 지혜가 우선 필요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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