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의료발전 위해서 대학병원 있어야

<편집자주> 지금까지 평택에서도 정치, 행정, 경제, 의료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국적인 인재를 배출해 왔다. 하지만, 평택에 거주하고 있지 않아 각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사람들의 소식을 평택시민들이 접할 기회가 적다. 이에 <평택시민신문>은 평택 출신 인사 중 각 전문분야에서 인정받고, 대한민국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10주에 걸쳐 소개한다. 이를 통해 평택시민과 평택 출향인사들이 소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나아가 지엽적인 시야를 넘어 전국적인 안목을 통해 평택시의 문제를 확인하고, 평택이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저녁이 없는 삶’ 이지만 환자 살릴 때마다 보람

어려서 손기술 좋아 의사의 길 걷겠다 결심

수술을 집도하고 있는 백 교수


한국계 미국교포가 대장암에 걸려 워싱턴 DC의 병원을 찾았다. 미국인 의사는 환자가 한국 출신인 것을 알고 “한국에는 백승혁 교수가 있는데 왜 이곳으로 왔느냐”며 백 교수에게 가서 진료를 받을 것을 추천했고, 해당 환자는 한국으로 건너와 백승혁(47) 교수에게 진료를 받게 된다.

이렇듯 평택시 오성면 숙성리 출신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백승혁 교수는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다. 연세대학교 의학 학사, 석사, 박사과정을 마친 그는 현재 강남세브란스 대장암센터 센터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었다.

백승혁 교수를 만나 현재 하고 있는 일과 평택 청소년 및 평택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 그리고 평택의 의료발전을 위한 방법 등을 들어보았다.

 

현재 하는 일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는 일이다. 강남세브란스 암병원 대장항문외과과장을 맡고 있으며, 대장암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2006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로봇 직장암 수술을 집도했고, 2007년에는 세계 최초로 로봇을 이용한 직장암 수술을 100회 집도하기도 했다.

더 많은 환자들을 살리기 위한 연구도 나의 일이다. 최근 3년간 국가기관으로 연구지원을 총 10억 가량 받았을 만큼 연구에 충실하고 있다. 현재는 환자가 암 4기 판정을 받으면 회복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을 하는데, 이들까지 살리기 위한 수술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교수로서 의과대학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지난해 9월부터 강남세브란스병원 기획관리실 부실장을 맡아 병원의 행정업무도 겸하고 있다.

 

업무가 다양해 개인 시간은 없을 것 같은데

그렇다. 취미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바쁘고, 저녁이 있는 삶은 생각할 수 없다. 대장암 수술은 다른 외과수술에 비해서도 큰 수술이기 때문에 수술을 하는 시간이 길다. 길면 12시간까지 수술을 한다. 체력을 위해서 중간에 20분 정도 밥을 먹는 것을 제외하고는 수술실에서 집도한다. 2006년 조교수로 발령받은 이후부터는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근무한다. 바쁜 삶을 살아가지만, 그것이 불만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 일이 나의 ‘소명’이라고 생각하면 불평할 수 없다. 또한, 죽는다고 했던 환자를 살릴 때마다 의사로서 보람을 느끼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백승혁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의사로서의 소명의식은?

사실 의사로서 소명의식을 제대로 발견한 것은 세브란스 병원에 와서부터이다. 세브란스 병원은 과거 미국의 사업가 세브란스의 후원으로 지어진 한국 최초의 현대식 병원이다. 이 때문에 세브란스 병원 철학은 시작부터 ‘도네이션(기부)’이 되었다.

최근 병원들이 기업화되면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지만, 세브란스는 이러한 흐름과 함께하지 않는다. 병원부터가 사회 환원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으며, 그 속의 구성원들도 이 병원의 철학을 알게 모르게 배우면서 사회를 위해 헌신한다.

 

그렇다면 처음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중학생 때 손기술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어렸을 때부터 변호사나 의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하며 공부를 했는데, 외과의사가 되면 재능인 손기술을 활용해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의사 중에서 대장항문외과를 선택한 것도 손기술 때문이었다. 외과 의사도 분야가 다양한데, 대장항문외과는 군대로 따지면 최전방 전투부대 같은 일을 한다. 그만큼 치열하게 수술을 해야 하는 분야다. 사람의 배를 가르고, 그 안을 뒤집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

공부는 기본이다. 수술을 많이 하는 외과의사는 손기술이 타고나야 한다. 물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손기술을 익히는 의사들도 있지만, 그 시행착오를 거치는 기간이 10년에서 많게는 20년이 걸린다. 현직에 있는 의사 중에는 공부만 잘하고, 기술이 없는 사람들도 많다.

 

“의사가 돈 버는 시대는 지났고…소명의식 필요”

공기 좋았던 평택, 미세먼지 심각하다는 소식 안타까워

 

의사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의과대학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보면 힘이 많이 안 드는 부서를 선택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정신과, 영상의학과 같은 경우가 그것이다. 반면 외과에 지원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환자를 많이 돌봐야 하고, 수술도 많고, 피를 보는 것이 일쑤이기 때문에 기피하는 것 같다. 하지만, 외과만큼 사람을 살리는 부서도 없고, 그렇기에 외과만큼 보람된 분야가 없다. 진짜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의사가 되고 싶은 학생들은 외과를 권유하고 싶다.

돈을 벌기 위해서 의사가 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는 ‘의사가 돈을 버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해 주고 싶다. 성형외과 의사나 비즈니스를 잘하는 의사가 아니면 그렇게 많은 급여를 받는 것은 아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의사를 신분상승의 통로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신분이 상승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평택에 대한 추억은?

오성면 숙성리에서 태어나 오성중학교와 평택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학창시절을 생각하면 평택은 공기가 참 좋았다. 그때는 지금처럼 공장이 들어서지 않았고, 중국발 황사가 날아오지도 않았다. 2003년,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평택에 자주 갔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평택의 공기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평택에서도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고 들었다. 안타깝다.

 

평택의 의료 발전을 위해서는?

평택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고 있지만, 발전하는 동네에 비해서 의료 인프라가 미흡하다. 그 정도 인구면 대학병원이 있을 수 있겠다 싶은데 아직 없다. 천안이 평택보다 인구가 많긴 하지만, 단국대학교 의과대학부속병원과 순천향대학병원 등 대학 병원이 두 개나 있다.

대학병원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지역 의료 발전에 큰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좋은 인력이 대학병원에 많고, 의료 연구도 꾸준히 진행되기 때문이다. 평택의 내실 있는 발전을 위해서는 건물만 짓는 도시발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병원을 유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의사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도 대장암 치유를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다. 어떻게든 희망이 없는 말기 대장암 환자들을 위해 수술 등의 치료방법을 연구해 그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싶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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