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책 하나되는 평택' 연중 릴레이 기고 12 _ 평택고등학교 3학년 박종명

평택고등학교 3학년 박종명

아버지란 과연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최근 급격한 사회의 변화로 인해 훌륭한 아버지의 정의가 새롭게 조명되어야 할 때가 되었다. 옛 가부장적 질서의 가정이 현재의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가정으로 발전하면서, 아버지들의 권위는 그 어느 때보다 바닥에 떨어졌고, 그에 따라 요즘은 왕따 아버지 문제도 붉어지고 있다. 우리 세대는 ‘진정한 아버지다움’을 다시 찾고,‘훌륭한 아버지’의 개념을 재정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역사를 공부하고 역사 속의 아버지를 찾아보고자 한다.

이 책에는 조선의 12명의 아버지들이 나온다. 대부분은 훌륭한 아버지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아버지도 있다. 이들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지만, 내게 훌륭한 아버지의 조건으로 마음 깊게 와 닿았던 것이 세 가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공경, 모범, 그리고 내려놓음이다.

첫째로 공경은 아버지의 자녀와 아내에 대한 태도이다. 훌륭한 아버지는 자녀와 아내를 공경할 줄 알아야 한다. 공경이란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태도를 말한다. 즉, 아내와 자녀에 대하여 지나친 권위를 내려놓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훌륭한 아버지들은 자식에게 마냥 엄격하거나 권위적이지 않았고, 자녀를 존중했으며, 의사표현은 대부분 조언으로만 제한되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예는 사계 김장생이라는 학자였다. 그는 그 아들인 김집과 함께 오랜 기간 충청도 연산의 향리에 묻혀 지내며 학문을 수양하고 제자를 육성하는 데 힘썼다. 그들 부자는 정말 조화롭게 지내며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그 비결은 상호 존중과 김장생의 아들에 대한 개입 자제에 있었다. 김장생은 병상에 누워 있다가도 아들이 질문하면 몸을 일으켜 앉은 채로 대답했고, 아들이 하는 일을 묵묵히 지켜볼 뿐 개입을 최소화했다고 한다. 이런 아버지의 공경에 어떤 자식이 감동하지 않고, 그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둘째, 아버지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자녀를 훈계할 때, 정작 자신이 모범을 보이지 못한다면 과연 그 훈계가 자녀에게 감동으로 다가오며, 행위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이 책에 나온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조선을 풍미한 위대한 학자들이었고, 그만큼 자식들에게도 모범을 보인 사람들이었다.

나에게는 15세기의 성리학자 유계린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조선 초기 사림파의 일원이었고, 사화로 인해 장인과 스승을 한꺼번에 잃었다. 그래서 그는 평생 벼슬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거가십훈’(가정생활에서 유념할 열 가지 교훈)을 짓고 몸소 이를 실천했다. 그것들의 대표적인 내용은 효의 실천, 아내 공경, 공평한 자식 사랑, 노비들도 아끼는 모습, 동기간 화목한 관계, 학문의 정진 등이었는데, 그는 이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실천하며 모범을 보였다. 그의 아들인 유희춘은 아버지 유계린이 실의를 극복하고 ‘거가십훈’을 실천하며 성리학자의 외로운 길에 매진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유희춘은 그런 아버지를 무한히 존경해서, 아버지를 자신의 사표(師表)로 삼았고, 그의 탁월한 행적이 전해지지 못할까 두려워하여‘거가십훈’을 직접 기록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훌륭한 아버지가 되려면‘내려놓음’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즉, 자녀에게 자신이 원하는 틀에 맞춰서 성장하도록 너무 큰 기대를 갖거나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보여서 자녀가 부담의 무게에 짓눌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 조건은 ‘공경’의 태도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비슷한 개념을 훌륭한 아버지의 조건으로 제시하는 것은 이 조건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내 뇌리에 너무나도 인상적으로 관통하고 지나간, 이 책에서 유일하게 나쁜 아버지의 예시로 나오는 인물은 바로 영조이다. 영조는 사도세자가 자신이 원하는 틀에 맞춰서 크도록 지나치게 간섭하고 통제했고, 너무 기대치가 높았으며,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였다. 그는 탁월한 학자군주였고, 사도 세자 또한 그렇게 되길 권위적으로 강요했다. 하지만 사도 세자는 문보다는 무를 좋아했다. 영조는 자신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 세자를 지나치게 다그쳤으며, 사도 세자는 평화로운 어린 시절 이후에 줄곧 아버지에 대한 반감과 불안증에 시달렸다. 사도 세자는 결국 정신병이 생기고야 말았다. 그는 발작하면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 100여 명 이상을 살해했으며, 그가 사랑했던 후궁 경빈 박씨 마저 살해했다고 한다. 당황한 영조는 그 문제의 해결법을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결국 친자 살해를 저지르고 만다. 이처럼 자녀에게 지나친 기대를 걸고,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아버지가 된다면 그 자녀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오히려 반항적으로 변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내 친구들을 보면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아버지들보다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아버지들을 가진 친구들이 훨씬 더 부자 관계가 좋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선 자식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내려놓고, 권위와 강압을 내려놓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현대의 ‘훌륭한 아버지’란 자녀와 아내를 공경하고, 아버지로서 모범을 보이며, 자녀에 대해 ‘내려놓음’의 태도를 갖는 아버지라고 내 나름대로 정의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들을 실천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온 훌륭한 아버지들조차 가끔씩은 이것에 벗어나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그럼에도 조금씩 실천하도록 노력해 나가면 훌륭한 아버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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