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공사 당시부터 배수로 추가 요구했지만 의견 묵살”

미군 관계자, “빗물이 기지 밖에서 모였으니 평택시가 책임져야”

지난 16일 국지성 폭우로 인해 물에 잠긴 미군기지 옆 주택가 모습

평택 오산공군기지 인근 장등리에 위치한 저지대 주택가가 지난 16일, 100mm가 넘게 내린 국지성 폭우에 차량과 주택이 잠기는 침수 피해를 입었다.

주민들은 침수의 원인을 미군 측이 기지를 확장하기 위해 세운 옹벽 때문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호소했다.

마을 주민 이 아무개 씨에 따르면 “20년 넘게 마을에서 살면서 물난리를 겪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며 “미군 측이 일방적으로 설치한 시멘트 옹벽 때문에 물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서 잠긴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주민들은 “사람 키를 훌쩍 넘기는 높이로 옹벽을 세우면서 고작 작은 배수로 하나만 만들어 놨다”면서 “당시 일정한 간격으로 배수 구멍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지만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장마철이 접어들기 전 불안해진 주민들이 국방부 등에 민원을 넣었지만 미군 측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평택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해 미군 측에 관련 사실을 알렸지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침수 사실을 통보해 곧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18일 침수 현장을 방문한 평택시민행동 김성기 집행위원장은 “미군부대 관계자들이 침수지역을 둘러보고 비가 와서 물이 모여든 것은 기지 밖의 문제이므로 평택시에서 책임을 져야 할 일”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며 “주민들이 공사 당시부터 추가 배수로 설치를 요구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서 적반하장 격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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