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 책 하나되는 평택' 연중 릴레이 기고 9 _ 장유민 평택여중 1학년

조선의 아버지들이란 책은 유배지의 아버지 정약용으로부터 불행한 아버지 영조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12명의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저릿저릿해진다. 이 책은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지냈던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책에서 소개하는 12명의 아버지들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첫째 항상 자식을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특히 학자 김장생은 서자에 대한 차별을 반대하고, 자신의 서자들을 아끼고 사랑했다. 서자차별법이 있던 사회에서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행동한 김장생이 참 멋있었다. 이외 다른 아버지들이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도 애틋하게 느껴졌다.

두 번째 공통점은 이들 모두 자상하고 따뜻했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선 아버지랑 친한 자식을 보기 드물다. 하지만 조선의 아버지들은 자상하고 따뜻했기에 자식과 가깝고 깊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조선의 아버지들 중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인물은 퇴계 이황이다. 이황은 여종의 아들과 증손자 중 한 생명이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여종의 아들인 하인의 목숨을 귀히 여겨 자신의 증손자가 죽게 되는 일을 겪었다. 일반 양반들이었다면, 종 자식의 목숨쯤이야 쉽게 여기었겠지만 이황은 달랐다. 나라도 증손자의 목숨을 살렸을 텐데, 배운 대로 행동하는 진정한 선비의 모습을 보여준 이황의 모습에 나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또한 이황은 편지로 아들을 일깨웠는데, 이 모습도 인상 깊었다. 보통 자식이 잘못을 하면 잔소리를 하기 마련인데 편지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하려는 이황의 모습을 보니 이황은 정말 대단한 아버지인 것 같았다. 또한 이황은 항상 온화하고 부드러웠다고 한다. 아무래도 요즘의 아버지들에게는 이황의 아버지로서의 모습이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김장생이 아들 김집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항상 함께하는 걸 보면서 아버지가 생각났다. 우리 아버지는 이황처럼 큰 공을 세우신 분은 아니지만 나를 정말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하나뿐인 나의 아버지이다. 그리고 김장생처럼 가끔은 나의 선생님이자 친구가 되어주시는 분이다. 아버지는 한 번도 나에게 화를 내신 적이 없으셨다. 내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조용히 타이르셨고,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게 하셨다.

얼마 전 술을 드시고 잠드신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평소에는 염색을 하셔서 보이지 않았던 흰머리와 주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아버지가 평소 혼자서 생각하시는 고민이나 아픔을 마주한 것 같았다. 그런 고민이나 아픔을 감추기 위해서 염색을 하시는 것 같았다. 항상 자신의 힘듦을 내색하지 않으시고 웃음만 보여주시는 나의 아버지의 모습이 <조선의 아버지들> 책 표지에 담긴 쓸쓸하고, 그윽한 아버지의 뒷모습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 아버지와 멀어져 가는 자식들이 이 책을 읽고 아버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항상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하시는 우리 아버지, 사랑합니다.

장유민 평택여중 1학년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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