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제작한 지도 영향 탓

일본 제작 ‘오산’ 지도 도엽명을 미 군사지도에 그대로 사용
주한미군, ‘오산’은 군사지도에 명시된 유일한 마을 이름
오산시도 불편한 “오산공군기지 명칭 변경 고민해볼 필요 있어”

1952년 오산공군기지 건설 공사중 모습(사진 출처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홈페이지)

행정구역상 평택에 있으면서도 ‘오산공군기지’로 이름 붙여진 주한미군의 K-55공군기지 명칭이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제작한 지도의 영향을 받아 제작한 미군 군사지도(1945)의 도엽명칭을 본 따 붙여졌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실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홈페이지 역사 기술 자료에 따르면 초기 기지 명칭인 ‘오산리공군기지(Osan-Ni AB)’는 도엽명을 고려한 실용적인 이유로 이름 붙여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료에는 “그들은(항공비행단 공병대) 오산리 남서쪽 지역을 후보지로 결정하고 1951년 11월에 확정지었다. 이 기지는 원래 ‘오산리공군기지’로 이름 지어졌다. (그리고 한국전 때부터 이 지역이 K-55비행장이란 명칭으로 여전히 언급된다.) 오산리란 이름은 실용적 이유로 선택되었다. 오산리는 당시 대다수 군사지도에 명시된 유일한 마을이름이었으며 또한 발음하기가 쉬웠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는 오산공군기지 명칭이 군사지도에 표시된 유일한 마을이름인 오산리(Osan-Ni)를 고려해 오산리공군기지로 이름이 붙여졌다는 말로 해당 군사지도의 도엽명이 오산리(Osan-ni)이다.

당시 미 육군에서 제작한 군사지도는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가 1914년 측량 후 1921년 발행한 지도와 축척(1:50000), 표기 내용이 동일하다. 미군 군사지도가 일본 조선총독부가 제작한 지도에 영향을 받았음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최치선 평택향토사연구소 상임위원이 제공한 조선총독부 발행 지도와 미군의 군사지도를 비교한 결과 일본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도엽명 ‘오산’ 지도에 표기된 금각리(金角理), 적봉리(赤峰理), 대정리(大正里) 등의 마을 지명들이 미군의 ‘오산리(Osan-Ni)’ 지도에 긴카쿠리(kinkaku-ri), 세키호리( sekiho-ri), 다이쇼리(taisho-ri) 등의 일본식 발음으로 병행 표기되어 있다.

또한, 지도 정보에 신뢰성이 높은 일본 제국의 토지조사 결과 제작된 지도임이 표시되어 있고 우측 상단에는 ~동, ~면, ~리, ~산 등의 지명에 대한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 어휘가 비교되어 있다.(사진 4, 한국어-일본어-영어 어휘 범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1914년 측량 및 제작 후 1921년 발행한 오산 지도
미군이 1945년 제작해 미군정이 사용한 오산리(Osan-ni) 군사지도

최 상임위원은 “그동안 오산공군기지 명칭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지만 이번에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제작한 지도의 영향을 받은 미군 군사지도 도엽명이 직접적인 요인이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되었다”면서 “작전계획 수립을 위해 지역을 구분해서 제작된 군사지도의 도엽명 오산리(Osan-ni) 지역에 오산공군기지가 위치하면서 지휘․통신을 쉽게 하기 위한 군사적인 이유로 오산공군기지로 이름 붙여졌음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단체들을 중심으로 2015년 탄저균이 오산공군기지로 배달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곽상욱 오산시장까지 나서서 정부에 요청하면서 불거진 오산공군기지 명칭 변경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미군기지 이전이 기정사실로 확정된 마당에 행정구역상 평택 내에 있으면서도 오산기지로 불리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 2003년에도 미군기지 이전사업 추진과 관련해 평택시발전협의회가 정부와 미군 측에 ‘오산공군기지’를 ‘평택공군기지’로 명칭을 변경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수십 년간 사용한 명칭의 변경에 따른 군사작전상의 혼선, 군사자료의 표기 교체에 따른 막대한 비용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오산공군기지 주변 신장동 정문 쪽 1950년대 모습 항공사진(사진 출처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홈페이지)
미 오산리(Osan-ni) 군사지도 한국어-일본어-영어 어휘(glossary) 범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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