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 년 한국 최고의 스승, 원효대사 2. 구도자의 단 한 번의 사랑

평택의 수도사는 원효대사가 해골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은 공간으로 알려진 곳이다. 올해 초 수도사에 원효대사의 업적을 담고 그 큰 뜻을 체험할 수 있도록 ‘평택 원효대사 깨달음체험관’이 개방된다. 이를 기념하며 오천 년 한국 사상 가장 위대한 정신적 스승, 원효대사의 참된 삶을 되새기고자 한다.

원효가 선택한 단 한번의 사랑, 요석공주와의 사랑 이야기는
수도승에 파계 아닌 사상과 행동, 사랑이 혼연일체된
진정한 자유인의 모습

만약 당신이 부와 명예도 버리고 결혼까지 금하며 평생 자신을 지독하게 채찍질하며 사람들에게 행복을 강연하는 사람이라 가정해보자. 그런데 누군가 나를 사랑해서 상사병이 나고 시름시름 야위어 간다고 생각해보자. 나 때문에 한 사람이 죽게 된다면 그래도 내 소신을 굽히지 않을 것인가? 여기 그런 시험대에 오른 한 성인이 있었다.

원효대사가 여느 날처럼 왕실에서 강연을 했다. 이때 왕의 딸인 요석공주도 함께 강연을 듣고 있었다. 헌데 요석공주가 원효대사에게 매료되어버렸다. 깊은 학식, 높은 뜻, 따뜻한 마음, 빛나는 눈빛에 반해버린 것이다. 강연이 끝나고 요석공주는 원효대사를 찾아 만나려고 했다. 하지만 원효대사는 만나주지 않고 계속 길을 떠나 사람들을 가르쳤다. 요석공주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더니 병색이 짙어만 갔다. 상사병인 것이다. 이 소식은 원효대사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다. 원효는 크게 갈등했다. 평생 쌓아올린 자신의 믿음과 가치가 송두리째 무너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원효는 작심한 듯 괴이한 노래를 부르며 세상에 퍼트리기 시작했다. “자루 없는 도끼를 빌려다오. 내가 세상을 떠받칠 기둥을 만들겠노라.” 사람들은 그가 미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요석공주의 아버지인 무열왕은 그 뜻을 알아챘다. 자루 없는 도끼란 남편 없는 여인을 말하는 것이고 자신이 혼인하여 세상을 구할 큰 인재를 낳겠다는 뜻이었다. 무열왕은 군사들을 시켜 원효를 잡아오라 명했다. 군사들은 다리에서 원효대사를 만났고 억지로 데려가려고 했다. 원효는 못 간다며 실랑이를 하는 척하며 물에 일부러 빠졌다. 물에 흠뻑 젖은 원효는 옷을 말리고자 자연스레 요석공주가 있는 거처로 갔다. 며칠 뒤 원효는 일반 백성이 입는 옷으로 갈아입고 조용히 다시 길을 떠났다. 사실 요석공주는 이미 결혼한 몸이었다. 남편이 전쟁에 나가 죽은 미망인이었다. 원효는 그런 요석공주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왕가의 체통과 여인의 도리를 지켜주려고 한 행동이었다. 그 뒤 요석공주는 아들인 설총을 낳았고 원효는 자신을 ‘미천한 자’라고 낮추고 더욱 중생 구제에 힘썼다.

“한 생각에 집착하면 지옥이요, 한 생각에서 벗어나면 극락이니, 욕심일랑 벗어두고 걸림 없이 살게나. 모든 것에 걸림 없는 사람만이 삶과 죽음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네”
<원효 어록>

원효대사 인생에서 커다란 전환점이 바로 이 요석공주와의 사랑이다. 요석공주와 헤어진 뒤 원효대사는 당시의 해외서적 등 모든 사상 책을 독파했다. 그리고 난 뒤 누더기를 걸치고 조롱박을 흔들며 백성들과 함께 춤을 추며 노래했다. 누구나 마음 안에 행복이 있으니 그걸 찾기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가르쳤다. 이렇게 노래할 수 있는 지금 이 세상에서 행복해야 된다고 말이다. 원효대사가 선택한 단 한 번의 사랑, 이것은 여느 개인의 일탈과는 분명 다르다. 얼핏 보면 수도승의 파계 같지만 원효는 달랐다. 한 여인을 구하고 현세의 사랑을 허락한 그 행위 뒤에 그는 더욱 낮게 내려와 세상과 함께 섞여 스승이 되어주었다. 사상과 행동과 사랑이 혼연일체가 된 진정 자유인이 되었다. 그리고 세계문화사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되었다. 오천 년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성인이었다. 모든 것을 얻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우리들이다. 원효대사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벗어던졌고 그리고 진정한 자유를 얻었다. 아마도 원효대사는 지금 지옥에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교화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 원효대사가 우리의 스승이었다는 사실에 행복해진다. 원효에 대해 더 깊이 더 친근하게 배우기 위해 ‘평택 원효대사 깨달음체험관’을 찾아가 걷고 보고 느끼는 것도 또한 즐거운 일일 것이다.

오향진 작가 (평택 원효대사 깨달음체험관 스토리텔링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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