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읽기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치는 무능력과 책임감 실종된 인재
반복되는 ‘징벌적 살처분 보상제’는 개혁해야

송 치 용 정의당 평택시위원장

보람동물병원장

농림축산식품부 중앙방역협의회 위원

정의당 동물복지위원장

또다시 대한민국은 조류인플루엔자 AI재난사태에 휩싸여 들어갔다. 우리는 삼백여명의 국민들이 차가운 바다 속으로 가라않는 장면을 생중계로 보고서도 무책임한 정부의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소리에 억지로 잊으려만 했다. 평택을 강타한 메르스 사태에서도 우리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무능한 정부를 지켜보아야만 했다. 작년에 발생했던 AI를 올여름에서야 겨우 종식시켰는데 몇 달도 지나지 않아 조류독감은 뻥 뚤린 방역망을 비웃듯 우리나라 양계산업을 초토화 시키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평택도 비켜갈 수가 없었다. 경기도 양주와 포천에서 AI가 번지고 있을 때만 해도 구제역 때처럼 평택만은 좀 비켜가기를 기원했지만 평택 양계장과 오리농장도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1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양계장이 먼저 AI가 발병해 살처분하고 매몰하는 장면을 바라보면서 불안한 마음에 기도하면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해보았지만 결국 AI에 감염되어 기르던 닭을 묻고야 말았다는 농장의 얘기를 듣고는 같이 눈물을 흘렸다. 그 정신 없는 난리 속에 처음에는 매몰 처리할 인부를 부르고 포크레인 수배하고 비닐도 사 놓으라 해서 너무 어이가 없어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하고 원통해 죽을 것 같았다는 이야기, 나중에서야 시에서 나와 도와주고 일부 지원도 해주었지만 밥해줄 정신도 없어서 시내로 도시락 사 나르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는 말에 차마 위로의 말도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 보상금으로 받는 80% 닭 값만 가지고 매몰하는 비용에 쓰고 나면 일꾼들 데리고 앞으로 6개월이 넘도록 수입 없이 어떻게 살아 가냐며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는 말에 말문이 막혔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등에서도 지금 AI가 계속 발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3천만 마리에 육박하는 닭과 오리를 살처분하는 나라는 없다. 부러운 이웃 일본은 백만 마리 남짓 살처분에 그치고 있다. 어떤 차이가 있나? 정부의 무능력과 책임감 실종이다.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일을 떠넘기고 지방정부는 일할 사람이 턱도 없이 부족해 일을 잘 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책임을 모면하려고 원인을 농가에 떠넘기고 있다. 농가가 소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전염병에 걸리고 신고를 제때 하지 않아서 방역이 어렵다고 농가 핑계를 대면서 비겁하게 뒤로 숨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그랬다. 우리나라의 ‘징벌적 살처분 보상제도’ 이것이 우리나라 산란계의 30%를 죽여 땅에 묻고도 아직도 끝나지 않고 전국으로 번지고 있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다. 전염병 살처분제도의 관건은 스피드다. 감염농장을 빨리 찾아내고 최대한 빨리 감염원을 없애야만 성공할 수 있다. 신고를 빨리 하도록 유도하고 양성농장을 선제적으로 조사해서 찾아내고 신속한 살처분과 매몰을 할 수 있는 준비되고 훈련된 조직을 미리 갖고 있어야 한다. 정부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소를 몇 번이나 잃고도 아직 외양간을 고치지 않았다. 오늘 아침 소식에 경기도가 5만수 이하의 소규모 농가 매몰비는 전액 지원하겠다는 발표를 했단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경기도 회의에 가서 열심히 얘기한 성과가 조금이라도 있어서 보람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AI사태는 인재다. 이번에 또 너무 많이 잃었지만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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