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프리즘

"트럼프가 주장하고 있는 자국 중심의 경제발전은 미국의 국제위상을 스스로 부정하는 고립주의로 귀결될 것…

배타적이고 팽창적인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과연 미국이 얼마나 거리를 두고 바라보고 있을지..."

오일환 평택대 중국학 교수

[평택시민신문]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경제 체제의 출범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정치계의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중국에 대한 경제보복,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탈퇴, 동맹국 방위분담금 증액요구로 요약 할 수 있다.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가 리더십의 교체로 인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은 자국 국민의 일자리 창출과 보호무역주의 시행을 위해 제일 먼저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경제 보복조치를 취할 모양새이다. 미국과 중국은 G2로서 그동안 국제경제를 이끌어왔다. 그런데 이제부터 미국은 중국을 자국의 경제이익을 위협하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 수입품에 대해 최대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트럼프의 주장은 미국과 중국에 대해 완성품과 중간재 수출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게 더 없이 불리한 일이 될 것이다. 우리의 주요 무역 상대국 사이의 경제 분쟁은 결코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수 없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은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의 축소를 감수하고서라도 자국중심주의적 경제 발전정책으로 조정되고 있다.

이러한 트럼프의 미국이 제일 먼저 겨냥하고 있는 중국의 최근 반응이 눈에 띤다. 지난 20일 폐막한 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은 미국에 보란 듯이 자유무역체제의 확대발전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그동안 신자유주의에 의한 자유무역 확산을 주장하던 미국은 보호무역주의를 선언하고 있는데 반해 2001년에 뒤늦게 WTO 회원국의 자격을 얻은 중국이 오히려 자유무역체제를 주도해 나가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주도의 세계경제체제가 바야흐로 탄생하게 되는 것인가?

그동안 미국과 대등한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 확보를 위해 ‘신형대국관계’라는 외교정책을 통해 국제질서의 구조개편에 노력해 왔던 중국에게 트럼프 정부의 출범은 더 없이 고마운 선물이다. 중국은 미국 정부의 중국에 대한 강경한 보호무역정책에 대해 미국 국채 매각으로 응수하고, 환율조작국 평가에 대해서는 미국 경제의 영향력 축소를 들어 냉소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경제규모는 미국에 일방적으로 좌지우지 되는 수준에서 이미 탈피한 지 오래라는 자체평가이다. 게다가 미중 양국의 경제적 상호의존도는 매우 심각한 정도이다. 미국과 중국의 2015년도 무역규모가 5천 5백억 달러를 넘었고 2025년도에는 1조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미중 양국경제의 상호의존성을 고려해 볼 때 미국의 대 중국 경제제재가 단 방향적인 제재와 이익으로 귀결될 가능성은 없다. 또한 미국의 TPP 탈퇴 및 폐기의 후과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다양한 국제기구의 설립과 주도를 통해 기득권을 유지해 왔던 미국이 자신의 밥그릇을 스스로 걷어차는 격이라 할 수 있다.

비즈니스 관념이 강한 트럼프가 당선 이후 차분하게 국제경제 체제 안에서의 그간에 미국이 누려온 경제이익을 따져본다면 자신이 내세운 공약의 이행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유권자들의 반 세계화 정서를 이용하여 집권에는 성공하였지만 미국이 가지는 세계화 속의 기득권을 그냥 포기하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 클 것이다. 중국의 ‘일대일로’와 아시아 인프라개발은행(AIIB) 설립을 중국 주도의 국제경제 질서의 재편기도로 평가하고 대비하던 오바마 정부는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이 참여하는 TPP 성립으로 대응책을 모색해왔다. 기존의 FTA 교역 수준을 뛰어넘는 더욱 확대된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실천하는 것이 TPP이다. 트럼프가 주장하고 있는 자국 중심의 경제발전은 미국의 국제위상을 스스로 부정하는 고립주의로 귀결될 것이다. ‘아시아 회귀’정책을 위해 더 많은 협력과 희생을 자임하던 미국이 동맹국에게 더 많은 책임과 의무 분담을 강요한다면 미국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 체제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

결국 트럼프의 주요 공약이 현실 정책으로 이행된다면 미국의 국제적 위상 추락은 너무나 자자명한 사실이다. 국제사회에서 남중국해 인공 섬 건설과 주변국 영토분쟁과 같은 배타적이고 팽창적인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과연 미국이 얼마나 거리를 두고 바라보고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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