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숙전국농민회총연맹 고문

오산미군기지 정문 앞에서 사드배치 반대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 지나는 사람들의 무심한 표정들, 저들이 바라보는 나는 무엇일까. 혼자서 그래봐야 세상 바뀌냐는 빈정거림에서, 국가가 하는 일을 반대하는 국민이 국민이냐는 힐난까지... 그래, 나는 적어도 이 정부에서는 국민으로 치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국민들이 분노로 들끓고 있다. 그렇잖아도 먹고 살기가 팍팍해진 세상인데 대통령의 국정수행이 하나에서 열까지 최순실 이라는 일개 무당에게 좌지우지 되고 있었다 하니 그럴 만도 하다. 국민들은 하야와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78%에 이르는 국민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지지율이 14%까지 하락했다고 하니 그동안 끄떡없었던 콘크리트지지에 비하면 이제 대통령이라 할 수도 없다. 한 술 더 떠 집요하게 청와대를 옹호하고 미화하던 보수언론들이 갈 길을 재빨리 찾고 있는지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대해 맹공을 하고 있다. 일부 사설은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동안, 아니 지금까지 국민들은 어디에 있었던가. 국민들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사적인 이익을 바라고 국정을 농단하고 비리를 저지르며 호의호식에 막강한 권력 자랑이나 하고 다니니 우리는 저들만의 리그에 구경꾼도 되지 못했다.

청와대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이 국회에서 “대통령연설문을 사전에 외부비선이 열람한다면 그건 봉건시대나 있을 법 한 얘기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를 믿겠는가?” 라고 역사에 남을 만한 말을 했다. 그런데 그게 사실이 됐으니 우리국민들은 봉건시대 백성이 되었고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돼버렸다. 게다가 최순실 이라는 무당이 작두날위에서 휘둘러대는 대로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이어졌다니 이게 나라인가.

 

‘봉건시대에나 있을 법한 얘기’가 지금 21세기
대명천지 대한민국(민주공화국)에서…

 

조선말 민비 곁에 무당 진령군이 있었다. 아시다시피 민비는 백성의 안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부귀와 영달에만 열을 올렸던 인물이다. 동학농민들을 처단하기위해 외세를 불러들이고 수십만을 도륙했다. 자신과 자식을 위해 금강산 일 만 이천 봉에 비단을 한필씩 걸어 국고를 탕진했다. 이 모든 것이 진령군이 시키는 대로 했다는 봉건시대의 어이없는 일이다. 결국 조선은 망하고 말았다. 대통령이 사안을 결정할 때마다 어디론가 통화를 하곤 했다는데 무당에게 신통점을 치고 나서야 결정과 변경이 되었다고 하니 신권통치의 나라인가 말이다.

침몰하는 세월호의 어린학생들은 국민이 아니었다. 개 사료 값만도 못한 쌀을 살려내라고 외치다 물대포를 맞아 죽은 백남기도 국민이 아니었다. 스크린도어에 끼어 절규하던 비정규직 청년노동자도 국민이 아니었다. 미국의 패권주의에 의한 탄저균 실험과 확산을 반대하는 평택의 사람들,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김천의 농민들이 국민이었나. 늘 ‘파업’은 ‘불법파업’인 노동자들이 언제 국민인 적이 있었던가. 국정을 파탄내고 꼭두각시 대통령 놀음을 해온 박근혜와 호가호위하는 진짜 대통령 최순실에게 우리는 애당초 국민이 아니었다. 단지 시키는 대로 가만히 있어야 하고 주는 대로 먹어야 하는 개, 돼지였을 뿐이다.

국민을 국민으로 생각하지 않는 철저하게 사익추구를 위해 권력을 행사하고 국정을 농단한 책임자들은 당장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마땅하다. 저 혼자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문닫아버리는 대통령의 사과는 사과가 아니라 국민의 분노를 끓게 하는 기폭제 일 뿐이다. 한 번도 국민이었던 적이 없는 민중들은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박근혜는 대통령직에서 퇴진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라고. 그렇게 하는 것이 나라를 구하는 것이다. 그리해야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정관정요(貞觀政要)에서 순자가 한 말이다. 君者舟也 庶人者水也(군자단야 서인자수야) ‘군주(君主)는 배요 백성들은 물’이다. 水能載舟 亦能覆舟(수능재주 역능복주)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어 버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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